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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5단계로 알아보는 SLBM
    북핵리포트 2016. 8. 25. 22:40

    1. SLBM  


    일단 글자풀이부터 해보자. SLBM은 Submarine-Launched Ballistic Missile의 약자이다. 즉 잠수함(Submarine)에서 발사되는(Launched) 탄도미사일(Ballistic Missile)을 말한다. 


    출처 : http://www.nextbigfuture.com





    2. 왜 SLBM인가?


    핵보유국으로 인정받기 위해서는 몇가지 조건이 필요하다. (물론 여기서 '핵보유국'이라 함은 'NPT 체제가 인정하는 핵보유국'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이건 복잡하니까 몰라도 된다. ) 


    핵폭발을 일으킬 수 있는 장치가 있어야 하고, 그 장치를 실어나를 수 있는 운반체계가 있어야 한다. 전자가 핵폭탄이고, 후자는 탄도미사일이다. 


    북한의 핵 개발 역사는 몹시 오래됐다. ( 역설적으로 한국과 미국의 '관여정책'이 중단되었던 지난 10년 동안 속도가 매우 빨라졌다. 특히 김정은 체제 아래서 그랬다. ) 언젠가 북한이 핵폭탄을 만들 수 있을 것이라는 데에 이견이 없었다. 


    그런데 북한이 언제쯤 이 핵무기를 탄도미사일에 실을 수 있을 만큼 소형화시키고, 그걸 싣고도 멀리 날아갈 수 있는 미사일을 만들 수 있을까에 대해서는 이견이 많았다. 시간이 오래 걸릴 것이라는 전망이 많았다. 


    그런데 이중에서도 SLBM은 더 특별한 의미가 있다. 


    무수단 미사일 (북한의 정식명칭은 화성-10)의 경우, 눈으로 볼 수 있는 지상에서 발사된다. 이동형 발사대에 탑재된다고 해도 그 발사대의 움직임은 포착될 수 밖에 없다. 반면 SLBM의 경우, 인공위성으로도 드론으로도 정찰기로도 포착할 수 없는 바다 속에서 미사일을 발사하는 것이기 때문에 미사일 발사를 사전에 탐지하기가 매우 어렵다.

     




    MD(Missile Defense)는 강력한 레이더로 미사일의 궤적을 계산해서 요격하는 시스템인데, 만약 미사일이 어디에서 발사될지 사전에 알지 못한다면 사실상 무력화될 수 밖에 없다. 미사일이 발사되어 목표물에 떨어질 때 까지 시간이 많이 걸리지 않고, 특히나 탄도미사일이 최고 고도에 이르렀다가 낙하할 때 마하 10에 가까운 속도로 떨어지기 때문이다. 


    그래서 SLBM은 '핵 소형화와 함께 한 국가가 어느 곳에서나 핵미사일을 발사할 수 있는 능력을 갖췄다고 판단하는 기준 중 하나' 이다. 





       

    3. 그런데 북한이 SLBM을 보유한 게 대단한 일인가?


    SLBM을 보유한 나라는 UN 안전보장이사회 상임이사국 외에는 거의 없다고 보면 된다.  미국, 영국, 프랑스, 러시아, 중국이고 이들은 NPT(핵확산금지조약)가 정의하는 핵보유국이기도 하다. 


    이럴 수 밖에 없는 이유는 우선, 기술적인 어려움도 어려움이지만, 북한처럼 국제관계를 아예 무시할 것이 아니라면 핵무기를 독자개발하는 것이 거의 불가능에 가깝다. 두 번째로 핵무기를 개발했다 하더라도 그걸 실어나르는 탄도미사일 기술을 확보하기도 어렵고, 더군다나 수중에서 발사되는 미사일을 개발하는 것은 더 어렵기 때문이다. 


    특히 북한의 SLBM 북극성 (미국의 첫 번째 SLBM의 이름도 북극성이었다.) 은 콜드런치(cold launching ; 잠수함에서 물 밖으로 압력으로 미사일을 내보내고, 그 뒤에 로켓이 점화되는 방식)는 기술적으로 상당히 까다로운 것으로 알려졌다.  


    이런 기술적인 문제 외에도, 전술적으로 북한의 SLBM 보유는 대단한 일이 된다. 


    우선 (1) '북한이 탄도미사일을 쏜다면 지상에서 쏠 것'이라는 가정하에 구축된 탐지체계에 커다란 구멍이 뚤리게 되고, (2) 이 탐지체계에 기반한 요격시스템도 무력화될 가능성이 높아지며 (이러한 의미에서 '사드 만능론'은 더 힘을 잃게 된다.), (3) 마지막으로 한반도에서 벌어지게 될 전쟁상황을 가정해 만든 '작전계획' 또한 큰 폭의 수정이 불가피하다. 


    아주 쉽게 말해, 북한이 비정상적인 움직임을 보일 때 (이른바 '급변사태' 등), 북한의 지상 기지를 모두 폭격해 무력화시킨다고 해도 알지 못하는 시점, 알지 못하는 좌표에서 탄도미사일이 한반도를 향해, 아니면 미국 기지를 향해 날아갈 수 있다는 시나리오를 상정해야 한다는 뜻이다.    


     



     

    4. 북한은 언제 이런 수준에 올라섰나? 


    북한의 SLBM의 실체가 처음 거론된 것은 2014년이었다. 그러나 우리 군 당국은 무수단 미사일 문제와 마찬가지로 북한의 움직임을 평가절하하기에 바빴다. 


    SLBM '4전5기' 무수단 '5전6기'

    북한의 SLBM 개발 


    그러나 성공이 확인되자, 북한이 무수단을 고각발사로 성공시켰을 때와 정확히 같은 방식으로 반응하고 있다. 즉 이번엔 'SLBM이 내년에는 실전배치되고, 핵잠수함도 만들 것'이라고 흥분하고 있는 것이다. 


    조선일보가 기사에서 인용한 국책연구소 관계자는 "지금까지 여러 차례 이뤄진 북의 SLBM 시험 발사는 하나하나가 기술적 진전을 이루는 과정이었는데도 군 당국은 '완전 성공 아니면 실패'라는 이분법적 사고로 사안의 심각성을 애써 외면해온 게 사실"이라고 했다.









    5. 북한의 SLBM, 어떻게 해야 하나? 


    우선 나는 순진한 평화주의자가 아니다. 그리고 북한을 옹호하거나 감쌀 생각도 전혀 없다. 그런 의미에서 북한이 그들이 말하는 것 처럼 '평화적 이용'을 위해서, '전력생산'을 위해서 핵을 개발해왔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북한의 다단 로켓(은하 시리즈) 시험발사가 과학개발을 위한 것이라는 주장은 거짓말임을 잘 안다. 


    그런데 또 하나 분명한 사실이 있다. 이런 저런 팩트들을 모두 제외해도 살아남는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 있다. 


    '관여정책'이 작동하지 않는 상황, 모든 외교적 레버리지 - 지렛대가 사라진 상황에서 북한은 더 열심히 핵실험을 하고 미사일을 쐈다는 점. 그리고 또 하나 그러한 실질적인 실험들이 북한의 기술 발전에 실질적인 보탬이 됐다는 사실이다. 


    그 결과, 이제 북한은 충분히 소형화된 핵무기를 갖게 되었으며, 가장 고난도의 기술이 적용되는 SLBM을 성공시켰으며, 그 사정거리는 군 당국에 따르면 2500km에 달한다고 한다. 


    ( 2016년 8월 24일 동해상에서 고각(高角) 발사된 북한의 SLBM은 500㎞를 날아갔다. 군 당국은 연료를 가득 채우면 사정거리가 2500km라고 했는데, '연료를 완전히 채워'라는 가정이 어떤 의미인지 정확하지 않으나 당국의 발표는 그렇다. 아마도 북한 SLBM의 기반이 된 옛 소련제 미사일의 제원 때문인 것 같다. ) 




    첫 번째,  '게임의 규칙'이 바뀌었다. '비핵화'라는 구호는 더이상 현실적인 힘을 발휘하기가 힘들다. 인정하기가 매우 가슴아프지만, 현실이다. 


    두 번째, '전방위적 압박'을 하더라도 '플러스 알파'의 외교적 수단을 시급하게 강구해야 한다. 


    세 번째, 정말로 전국 방방 곡곡에 사드 포대를 배치해 전방위적인 레이더망을 갖출 것이 아니라면 (불가능한 일이지만 그렇게 한다 해도, SLBM을 완벽하게 막을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중국과도 북한의 SLBM 문제를 놓고 긴밀하게 협의해야 한다. 


    네 번째, 첫 번째에서 세 번째 까지의 요소들이 한반도의 긴장을 완화시키는 방향으로 작동해야 한다.  


    먼저 작성했던 사드에 관한 글에서 잠깐 언급했듯이, 만약 한반도에서 전쟁이 난다면 ( 아주 작은 무력충돌이라도 전면전을 부를 가능성이 매우 높고, 그 가능성은 점점더 높아지는 방향으로 가고 있다.)  개전 초기 1950년 한국전쟁 당시의 피해와는 비교할 수 없는 재앙에 가까운 결과를 불러올 것이다. 


    강조하지만, 이 문제는 결코 국내정치적인 문제가 아니다. 


    게다가, 시간은 결코 우리 편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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