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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몇 가지 신호 / 2011.12.09.
    북핵리포트 2007-2012 2015. 8. 17. 19:26

        2006년부터 지금까지 직 간접적으로 북핵문제를 바라보면서 체득하게 된 몇 가지 원칙이 있다. 그 가운데 하나는 북한의 대외적 메시지는 무척 논리적이라는 점이다. 물론 그렇다고 '논리적인'이라는 표현에 긍정적인 뉘앙스를 담고자 함은 아니다. 단순화 해서 말하자면, 북한은 어떤 방향으로 정책을 변화시키든 그 변곡점이 되는 순간에는 꼭 점 하나를 분명히 찍고 넘어가는 모습을 보인다는 얘기다. 

        요즘이 아마도 그런 시기가 아닌가 싶다. 유화적인 제스쳐를 취하던 북한이 부쩍 달라진 신호들을 내고 있다. 가장 분명한 신호는 8일 북한의 대남기구인 조국평화통일위원회 대변인이 이명박 대통령의 실명을 거론하며 '역도'라고 비난한 일이다. 지난 6월25일 이후 약 6개월 만의 일이다. 또 북한의 내각 기관지 민주조선은 현인택 장관의 후임 류우익 장관과 관련해 "북남관계 개선을 전면차단하는 5.24조치를 그대로 두고 유연성을 떠드는 것은 순전히 대외여론을 속이기 위한 기만술책"이라고 공격했다. 

        그러고 보면 이 신호와 함께 읽혀야 할 기사가 있었다. 일본의 아사히 신문은 7일자 보도에서 "남북 고위급 인사가 지난달(11월) 관계 개선을 위해 접촉했으나 북한이 대량의 쌀을 요구해 협의가 결렬됐다"고 전했다. 아사히 신문은 이와 관련해 이러한 요구가 내년 4월 김일성 탄생 100주년 축하 행사를 위한 것 같다고 해석했다. 

        지난 칼럼에서 언급했던 것 처럼, 북한은 내년 '강성대국'의 원년을 준비하느라 바쁘고 시급히 쌀, 에너지 등의 물량이 공급돼야 하는데 2차례에 걸친 남-북 공식 접촉을 포함한 공식,비공식 접촉에도 불구하고 남-북간의 대화가 해결될 기미가 보이지 않자 '뭔가 다른 식의 돌파구를 찾아야 겠다'고 판단하는 듯 하다. 그도 그럴 것이 현 정부는 북한과 미국이 뭔가 협상을 하려면 그에 앞서 우리정부의 동의가 있어야 한다는 매우 분명한 선을 그어놓았기 때문이다.   

        아사히 신문이 보도가 있던 지난 7일 4박5일 일정으로 인천공항을 통해 입국한 글린 데이비스 미국 대북정책 특별대표는 "북핵 문제에 대한 한국의 시각을 알기 위해 8~10일 전부를 보낼 것"이라면서, "한국 정부 관료와 이야기하고 싶은 것 중 하나는 북핵문제에 대한 한국의 관점"이라고 밝혔다. 다음 날인 8일 외교부발 기사는 우리 정부와 미국이 "대화를 위한 대화는 없다"는 기존 입장을 재확인했다는 것이었다. 

        그렇다면 북한이 생각하는 돌파구는 무엇일까? 아마도 돌파구란 과거에도 그랬듯이 한국정부를 제끼고 미국이나 국제사회의 관심을 끌기 위한 행동일텐데, 이와 관련해서도 신호가 있었던 것 같다. 

        북한은 11월28일 '우주개발은 인류공동의 재산'이라는 제목으로 백서를 냈다. A4용지 2장 정도의 분량인데, 이 백서를 통해 북한은 '스스로 선택한 우주개발 목표를 향해 전진해 왔다'면서, '평화적 목적의 우주개발 권리는 그 누구도 침해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앞서 북한은 2009년 4월 5일 대포동2호( 서방 : Taepodong-2 / TD-2 북한 : 은하2호 ) 를 발사하면서, 이 발사체가 광명성 2호를 탑재한 로켓이라고 밝힌 바 있다.  

        이미 북한은 우라늄 농축시설을 서방에 공개했는데 생각만큼 긍정적인 효과를 보지 못했고, 핵 실험은 잘못하면 미국 뿐만 아니라 생명줄을 쥐고 있는 중국, 국제적 영향력은 적지만 무시 못할 러시아까지도 자극할 수 있는 매우 위험한 카드라고 생각할 때 어쩌면 지금 북한은 미사일 발사, 혹은 미사일 발사 직전의 상황이 '유의미한 반전'을 만들어낼 수 있는 카드라고 생각할지 모른다. 

        이런 측면에서 워싱턴 포스트나 뉴욕타임즈 보다는 덜 알아주지만 한국관련 소식을 종종 전하는 워싱턴타임즈가 12월 5일자에 "North Korea making missile able to hit U.S."이란 제목으로 쓴 기사는 읽어볼 만 하다. 

        두 가지 이유에서 인데, 하나는 이러한 북한의 행태가 어떤 식으로 미국에 자극을 주고 있는지를 짐작해 볼 수 있기 때문이고 또 하나는 이 기사가 위키리크스를 통해 이미 공개됐지만 그동안 한국 언론이 찾지 못했던 북한의 미사일 개발 동향과 관련한 정보를 담고있기 때문이다. 

        첫 번째 대목을 요약하자면, 1) 미국은 북한이 정말 대륙간 탄도탄(ICBM)급의 발사체를 보유하게 되는 것은 아닌지 평소에 별로 생각하고 싶지 않지만 종종 신경이 거슬리는 것 같고, 2) 그래서 요즘들어 쌀을 주는 본격적인 식량지원은 아니라도 '영양공급'이라는 재미난 이름으로 남한당국과 미국내 보수층의 반발을 누그러뜨려 가면서 북한을 달래야 하는 것은 아닌가 생각하고 있는 듯 하다. 

        아마도 글린 데이비스의 방문, 그리고 한국 당국자들의 생각을 알고싶다는 얘기도 이러한 맥락 어딘가에 자리잡고 있는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지만 필자의 추정이 사실이라면 데이비스 특별대표는 뭔가 얻어가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더 답답해진 상태로 우리나라를 뜨게되는 것이 아닌가 하는 판단이다. 우리 당국자들도 딱하긴 마찬가지일텐데 지금 정국은 내곡동에서 선관위 디도스 공격, SLS그룹 금품로비 수사 등등으로 소용돌이치고 청와대 참모들도 하나 둘 다 떠나고 있는 상황에서 뭔가 해 볼래야 해 볼 수가 없는 말 그대로 '속수무책'의 상황일테니까 말이다.     

        얘기가 나온김에 두 번째 대목도 정리해 보자. 2010년 2월의 전문 (WT는 전문의 날짜를 특정하지 않았다)은 북한이 3가지 방향으로 ICBM을 개발하고 있는 것으로 의심하고 있다고 돼 있다는 거다. 워싱턴 타임즈는 이 3가지 방법을 대포동2를 활용한 방법, 두 번째는 무수단(Musudan)미사일을 개량하는 방법, 마지막은 아주 큰(very large) 미사일을 발사하기 위해 아주 큰 발사대를 이용하는 방법 등으로 정리하고 있는데 워싱턴 타임즈처럼 굳이 3가지 방향이라고 정의하기 보다는 오히려 '3가지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고 해석하는 것이 옳은 것 같다. 

        이 3가지 노력이란 건 새로운 fact라고 보긴 어렵다. 다만 몇가지 재미난 점 들을 발견할 수 있는데, 1) 직접 인용인지 아닌지 명확하진 않지만 만약 인용이라면  미국은 대포동2(은하2호)의 사거리를 9,300마일 정도로 파악하고 있다는 것, 2) 새로운 서해안의 발사시설, 즉 동창리(Pongdong-ri) 발사대가 단순히 무수단리 발사대의 복제(it does not simply replicate other sites)가 아닐 가능성이 있다고 보는 대목이다. (the cable said. "This is not to say there is evidence of a new missile system larger than the Taepodong-2 being developed, but it suggests the possibility.) 

        만일 내년 어느 시점에 북한이 미사일 발사를 감행한다면 그것은 결코 북한에게 도움이 되는 행동이 아닐 것이다. 그러나 북한은 서서히 참을성을 잃어가고 있는 듯이 보이고, 그런 행동이 현실화된다면 우리는 어쩔 수 없이 어느 정도의 혼란을 겪어야 할 것이다. 우리의 현실 역시 돌파구가 잘 만들어질 것 같지 않은 상황. 이런 저런 걱정들이 그저 '기우'가 되길 바라는 마음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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