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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열강, 단기적 불확실성을 제거하다 / 2011.12.21.
    북핵리포트 2007-2012 2015. 8. 17. 19:27

    중국은 19일 저녁 7시15분, 우리 시간으로 8시15분 관영 CCTV를 통해 "김정은 동지의 영도하에"라는 표현으로 김정은 후계체제에 대한 지지 표명을 공식화 했다. 후진타오 국가주석은 바로 다음 날인 20일 오전 베이징 주재 북한대사관을 방문해 조의를 표했다. 이는 김정일의 갑작스런 사망이 불러온 '단기적 불확실성'의 수치가 급격히 낮아지게 되는 가장 중요한 계기였다. 미국과 러시아 등도 이러한 흐름에 동참했다. 클린턴은 워싱턴 시각으로 19일 북한의 평화적이고 안정적인 '전환(transition)'을 원한다고 했다. 


    왜 이런 흐름이 만들어진 것일까? 일단 중국을 보자. 2009년 1월에 발간된 미국외교협회(CFR, Council on Foreign Relations)의 단행본 <북한 급변사태의 대비>에서도 중국은 북한의 급변사태와 관련해 대규모 난민행렬의 목적지가 되는 등 여러가지 이유에서 북한을 "가능한 한 자주독립국으로 최대한 유지시키는 것을 선호할 것"이라고 언급한다. 결국 중국에 최우선 과제는 가뜩이나 소요사태가 많은 중국의 체제 안정이고 이를 위해 국경을 맞대고 있는, 완충지대 역할을 해 주는 북한의 안정도 필수적이다.


    두 번째, 미국은 중국과 관심의 영역이 다르다. 미국 싱크탱크에서 나오는 여러가지 보고서를 봐도 초점은 북한이 보유한 핵무기와 핵물질에 초점이 맞춰진다. 이런 무시무시한 물질들이 테러리스트의 손에 넘어가 미국 본토에서 터질지 모른다는 걱정이다. 그런데 생각해 보면 1) 미국이 이런 핵물질 문제와 관련해 어떤 계획을 세우더라도 그 계획을 구체화해 실행하기 위해선 최소한의 시간이 필요한데 김정일은 너무 갑자기 사망했다. 2) 두 번째로 북한이 보유한 핵무기 또는 핵물질 문제를 다루기 위해선 그나마 북한에 손을 내밀어왔고 자타가 공인하는 '영향력 1위' 국가, 즉 중국의 협조가 없이는 불가능하다. 따라서 미국도 중국과 보조를 맞춰야 하고 단기적 불확실성을 제거해야 할 이유가 있다. 


    세 번째, 지금과 다른 새로운 흐름이 나타나기엔 미국과 중국, 러시아 모두 국내문제가 너무 무겁다. 다들 새로운 권력이 등장하는 시기이다. 


    갑작스런 죽음이지만 - 열차가 서있었건 움직이고 있었건, 숨진 시각이 토요일이었건 1주일 전이었건 별로 중요하지 않다고 본다 - ▲ 그의 죽음에 대한 준비는 1차례의 죽음의 고비를 겪었던 만큼 잘 돼 있었고 ▲ 장의위원으로 올라온 이름들에는 김정일 생전에 후계구축과정에서 커왔던 사람들이 그대로 들어있는 것으로 볼 때 북한내에서 특별한 정치적 변고가 있었던 것으로 보이지 않는다. 


    따라서 북한은 앞으로 김정은을 원톱으로 내세우고 김정일 1차 유고시(2008.9) 중요한 역할을 했던 고모부 장성택이 지원을 해주는 시스템으로 가게 될 가능성이 높다. 김일성 사망 당시와는 사정이 다른 게 김정일은 당시 20년 이상 지도자 수업을 쌓은 반면 김정은은 작년 9월에야 당대표자회의를 통해 인민군 대장 칭호를 얻고 공식석상에 등장했다. 


    그런데, 열강들이 '제거한' 불확실성은 어디까지나 '단기적 불확실성'이다. 2012년은 미국, 중국, 러시아에도 중요한 해이지만 역시 북한에게도 중요한 "강성대국"진입의 원년이고, 이 목표를 갑자기 수정하지 않는 한 김정은-장성택 체제가 어떤 스타일로 이 시기를 돌파해 갈지 아무도 예측할 수 없기 때문이다. 


    우선 '영양공급'이라는 이상한 용어를 구사해가며 어렵게 만들어놓은 북-미협상의 돌파구가 차질이 생겼다. 사정이 급한 북한으로선 매우 당황스러울 대목이다. - 지난 번 칼럼에 치명적인 오류가 있었는데 12월 8일 외교부발로 나왔던 '우리정부와 미국이 대화를 위한 대화는 없다는 기존 입장을 재확인했다'는 기사를 근거로 우리정부의 입장변화가 없는 것으로 생각했었지만 사실은 '형식적으로라도 남-북 뒤에 북-미 협상을 해야 한다'는 기존의 방침에 변화가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데이비스는 곧바로 북경으로 가서 리근을 만났고 3차 북미대화가 임박했다는 보도가 잇따랐기 때문이다. 


    두 번째, 새로운 김정은-장성택 체제에서 '우라늄농축 중단'이나 '미사일 발사 중단' 같은 중요한 전략적 결정이 어떤 식으로, 또 얼마나 신속하게 나올 수 있는지 현재로선 알기 어렵다. 


    세 번째, 북한의 군은 2009년 2월에 평양 방어사령관에서 총참모장으로 발탁되고 1년 7개월만인 지난해 9월 '차수'로 초고속승진을 거듭한 리영호에 의해 얼마나 완벽하게 장악되고 있는 것인지도 역시 궁금해지는 대목이다. 


    요컨대 단기적, 2~3개월 정도는 안정적으로 갈 수 있겠지만 그 이후에 전개될 상황은 아직 그림이 정확히 그려지지 않는다는 얘기다. 


    이러한 시기. 어제와 오늘 이런 저런 뉴스들을 보면서 가슴이 답답했다. 특히 정권 말기적 현상이 몰려오는 요즘, 청와대가 군이나 정보기관 등에 대한 장악력을 제대로 갖고 있는가 하는 부분도 궁금해진다. 특히 왜 이런 미묘한 시기 열차가 멈춰서 있었다는 등의 정보사항이 가십처럼 오가는지 알 수 없다.  


    말을 아끼고, 철저히 실리적으로 방향을 정하고, 움직일 땐 신속하게 움직여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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