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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교체의 상징성 / 2011.09.01
    북핵리포트 2007-2012 2015. 8. 18. 09:00

    얼마 전 사석에서 만난 통일 외교분야의 한 관리는 "여전히 이명박 정부 내부에 대북문제에 대한 서로 다른 흐름이 있는 것은 사실이다"고 말했다. 일부 신문들이 실명을 거론하면서 정부 내 온건파와 강경파를 분류한 것에 대해 묻자 나온 말이었다.

    몇몇 인사들이 거론됐지만, 그 가운데 대표격인 사람은 역시 현인택 전 통일부 장관이라는 데는 아마 이론이 없을 것이다. 그래서 류우익 전 주중대사를 통일장관에 앉힌 것은 이 정부의 그간의 인사스타일로 볼 때, 일종의 '의미'를 담아낸 인사라 하지 않을 수 없다.

    류우익 통일부장관 내정자는 8.31 기자간담회를 갖고 "남북관계의 실질적 진전을 위해서 필요하다면 유연성을 낼 부분이 있는지 궁리해볼 생각"이라고 말했다. "정부의 대북정책 기조는 일관되게 유지할 생각"이라는 단서를 달긴 했지만, 그의 일성은 "유연성"에 더 무게를 실어 해석할 수 밖에 없는 맥락이다. 

    그렇다면 왜 유연성일까? 이번 정부 들어서 남북관계는 경색 일로를 걸어왔다. 금강산 관광객 피격 사건이나 천안함 침몰, 연평도 포격 등등의 사건들이 있었고 그런 사건들이 일어날 때 마다 우리 정부는 - 과거 정부와의 차별성을 강조하는 맥락에서 - 명시적인 사태해결의 조건들을 천명해왔다.  그런데 그 천명의 방식은 너무나 세부적이고 한치의 모호성도 없는, 전혀 외교적이지 못한 것이었고, 시간이 지나면서 우리 정부 스스로 스스로의 말에 스스로가 묶여 뭔가 돌파구를 찾아내기가 힘들어지는 상황이 연출됐던 것이 사실이다.

    몇몇 언론의 보도를 살펴보면 그동안 우리 정부는 여러 차례 비밀접촉을 시도한 것으로 보인다. 가장 크게 보도됐던 것은 2009년 이상득의원과 임태희 당시 노동부 장관이 움직였던 싱가폴 접촉. 그리고 청와대 김태효 대외전략비서관이 주인공으로 등장하는 '남북정상회담' 비밀접촉이다. 이 두번째 접촉은 북한이 조선중앙통신을 통해 당시 상황을 공개하면서 - 세부적인 내용의 진위 여부를 논외로 하더라도 - 매우 볼썽사나운 상황이 되고 말았다.

    그런데 공통적으로 이 두 접촉의 시작과 결과 등과 관련해 들려왔던 소문은 이를테면 '진행이 상당부분 진행되다가 어떤 인사가 끼어들면서 원칙론을 제기해 일이 틀어지고 말았다'는 것이었다.

    경향신문은 오늘(9.1)자 신문에서 대북소식통을 인용해 "5월 남북간 비밀접촉 공개와 예비군 훈련장 표적지 사건이 불거져 남북관계가 충돌 직전의 위험한 상황에 처했던 것을 사실상 류 내정자가 개인적인 대북 라인을 동원해 막았다", "국방위원회 대신 통일전선부 라인을 통했고 상대는 통전부 2인자인 원동연 부부장(64.차관급)으로 보인다", "비밀접촉 장소는 중국 베이징이며, 시점은 6월9일쯤으로 안다."고 보도했다.  이어 경향신문은 여권 고위 관계자를 인용해 "류 내정자가 6월 베이징에서 북측과 비밀리에 만난 것으로 안다", "5월 비밀접촉 폭로 이후 얼어붙은 남북관계를 풀려는 노력의 하나로 본다."고 했다.

    경향신문이 기사 말미에서 언급하듯이, 7.22 인도네시아 발리에서 있었던 남북 비핵화 회담의 성사 (물론, 이 회담의 배경엔 미국의 강한 압박이 작용한 것으로 보이지만) 7.25일 민간단체의 대북 지원 승인과 대한적십자사를 통한 정부 차원의 대북 수해지원 제의 등등도 '일정한 흐름' 속에 놓여있는 걸로 이해가 된다.

    홍준표 한나라당 대표도 8.29 비공개 당 최고위원회의에서 전날 이명박 대통령과의 회동 내용을 소개하면서, "오는 11월 남북 관계에 돌파구가 될 만한 좋은 뉴스가 있을 것"이라고 언급한데 이어, 8.30 강원도 홍천 당원연수회 특강에서 "한국과 북한, 러시아 3자가 올 11월쯤이면 협상을 하게 될 걸로 안다"고 말했다.

    연합뉴스는 9.1 오전, 외교안보 핵심관계자를 인용해 "이명박 대통령이 오는 11월 드미트리 메드베데프 러시아 대통령을 만나 남.북한과 러시아를 연결하는 가스관 건설 프로젝트를 협의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고 보도했다.

    정리해 보자면 현재의 국면은 '강한 원칙론'을 고수해왔던 정부의 대북정책이 어떤 이유에 의해 유연하게 바뀌고 있고, 이런 흐름 속에 강경파 수장의 2선후퇴 등등의 구체적인 징조들이 선명하게 나타나고 있는 단계인 것이다.

    이와관련해 김철호 북한 외무성 아시아국 일본 담당 부국장은 8.31 평양에서 교도통신 등과 회견을 갖고 현인택 통일장관이 물러나는 데 대해 "후임자도 (이 대통령과) 가까운 관계다"라며 "(통일장관 교체가 남북관계에 미칠 영향은) 앞으로 동향을 지켜볼 필요가 있다"고 언급했다. 김철호 부국장의 언급은 적어도 원색적인 비난은 아닌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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