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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혼란스런 신호 / 2008.01.21.
    북핵리포트 2007-2012 2015. 8. 15. 17:35

        레프코위츠 북한인권 특사는 보수성향의 싱크탱크인 AEI(미국기업연구소) 포럼에서 부시정부의 대북정책을 강도높게 비판했다. 요컨대 부시정부는 대화를 통해 북한의 핵을 포기시키겠다고 동분서주 했지만 북한은 달라질 생각이 없고, 한국과 중국은 북한에 압력을 넣어 일을 성사시킬 의사가 없다는 것이다. 그래서 인권문제나 경제지원을 연계시켜 다시 북한을 압박해 들어가는 새로운 전략이 필요하다고 그는 강조했다.

        토론자들도 한 몫씩 거들고 나섰다. 래리 닉시 미 의회조사국 연구원은 북한이 2000년 이후 이란과 시리아, 헤즈볼라 등에 대한 군사적인 지원을 강화했다면서 테러지원국 리스트에서 빼주는 건 '안될 말'이라고 했고, 고든 플레이크 맨스필드재단 소장은 부시정부는 영변 핵시설 불능화를 치적으로 내세우는가 본데, 따지고 보면 지난 1994년 제네바 합의 당시와 별로 다를게 없다고 했다. 이어 힐과 김계관의 개인적인 협상으로 6자회담의 기본 원칙이 훼손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의도적인 건지 모르겠지만, AFP나 AP같은 통신사 기사에선 은연중에 '대통령의 특사가 이런 식으로 말할 정도면..'하는 뉘앙스가 묻어났다.  그러나 레프코위츠(Jay Lefkowitz) 대북인권 특사는 그 직책의 특성상 매파의 입장을 견지해온 인물이다.

        혹시 잘못된 신호를 보낼까 우려해서였는지 백악관은 대변인 브리핑을 통해 레프코위츠 특사의 발언과 관해 입장을 밝혔다. "우리는 한국과 일본, 중국, 러시아와 더불어 북한이 핵신고를 하도록 촉구하고 있다."면서 "6자회담이 동북아와 세게에 한반도 비핵화를 실현하는데 최상의 기회를 제공할 것이라고 믿고 있다."고 했다. 6자회담을 통한 문제해결 원칙을 재확인 한 것이다.

        사실 레프코위츠의 발언 자체는 크게 새로울 것도 없다. 그러나 지난 번 칼럼에서 소개한 볼턴 전 유엔대사의 기고문도 그렇고 핵프로그램 신고기한을 넘기고 '지연전략'을 채택하고 있는 듯한 북한에 대해 '과연 언제까지 참아줘야 하는 거냐'는 매파의 목소리가 조금씩 커지고 있다는 건 분명해 보인다.

        이런 분위기를 우려한 듯 조선신보 김지영기자는 <미국의 행동지연이 초래한 교착, 10.3 합의 이행 문제>라는 제목의 18일자 기사를 통해, "조선과의 대결을 제창하는 강경보수 세력을 길러줘 이로울 것이 없다"면서 경계심을 드러냈다. 이어 지난 4일 외무성 대변인 담화를 인용하면서, 현 단계에서 나타나는 '지연'은 어디까지나 미국의 책임이라는 논리를 변명하듯 상세히 전개했다.

        뉴욕타임스도 19일, 부시 행정부 안에서도 대북정책과 관련해 논쟁이 진행중이라고 보도했다. 쿠퍼기자의 기사에서 체니 부통령 편에 선 관리들은 익명의 목소리를 냈다. "지금 우리는 아무 소득도 없을 정책을 밀고 있는 거에요. ; We are just pushing a policy of talks that go nowhere."  반대편에 서 있는 크리스토퍼 힐은 인터뷰에 응했다. "대안에 대해서 물어보면, 제일 시끄러운 비판도 곧 조용해집니다. ; But when asked for alternatives, even the noisiest critics fall silent."

        힐의 이 발언은, '악의 축'발언으로 상징되는 1기 ABC 정책의 실패. 그리고 북한 플루토늄 보유량의 증가, PSI, BDA(금융제재)를 통한 대북 압박, 결국 핵실험으로 이어지는 그간의 과정을 거쳐 다시 북-미 직접대화로 유턴할 수 밖에 없었던 부시행정부의 딜레마를 아주 압축적으로, 웅변적으로 드러내는 대목이다.

        그런데 주의깊게 봐야 할 부분이 있다. 뉴욕타임스 기사의 마지막 대목이다. 익명의 국무부 관리는 "부시 행정부가 북한이 우라늄 농축에 사용될 수 있는 고강도 알루미늄관을 왜 샀는지 설명해주길 정말로 원하고 있다."고 말한다. 진실이라면 아직 부시행정부는 '다음 정부가 들어서기 전에 상황유지만 하자'는 정도로 입장을 정리한게 아니라는 얘기다.

        실제로 한 외교소식통은 미국 국무부가 여전히 뉴욕채널과 베이징, 북한 등 가능한 모든 채널을 동원해 북한이 좀 더 설득력있는 신고서를 제출하도록 독려하고 있다고 귀뜸했다. 

        그래서 이미 신고시한을 넘기긴 했지만 미국이나 북한 아직 어느 쪽으로부터 새로운 방향이 '이거'라고 쐐기를 박지 않은 지금, 그리고 앞으로 몇달간은 몹시 예민하고 민감한 시기가 될 걸로 보인다. 어차피 1년 있으면 끝날 부시행정부라 생각할 수 있지만, 비핵화과정에 있어 1년은 부정적이건 긍정적이건 여러가지 일들이 벌어질 수 있는 충분히 긴 시간이고, 교착상태가 오래 지속되면 지속될 수록 다시 시동을 걸어 움직이기는 그만큼 더 어려워 지기 때문이다.

        한국에서 새 정부가 들어섰고 예전같으면 북한이 반응을 보일 만한 일들도 제법 있었는데 북한은 침묵을 지키고 있다. 또 미국의 백악관이나 국무부는 매번 '유감스럽다. 그렇지만 기대한다'는 표현을 반복하면서도 절대로 자극적인 용어를 동원하지 않고 있다.  

        그런데 이런 국면에서, 서울발로 타전되고 있는 신호들은 한마디로 혼란스럽다.

        우선 이명박 당선인의 발언. 그는 1.14 신년 기자회견 모두발언을 통해, "한미관계가 돈독해지는 것이 북한에도 도움이 될 것"이라고 했다. 남북관계를 푸는 해법을 한미관계, 주변국과의 관계를 '주 변수'로 놓고 풀겠다는 것으로 해석된다. 그러면서도 일문일답을 통해서는 "(남북정상이) 격식을 차려 임기 중에 한번 만난다는 것 보다는 언제나 만날 수 있다는 생각."이라고 밝혔다.

        자신이 없어 보이기도 한다. 외신기자 회견에서 '북한 인권에 대해 할 말은 하겠다.'고 한 당선직후 발언에 대해 질문이 나오자 그건 "도전적인 발언은 아니"라면서 "남북간에 보다 솔직한, 열린 마음으로 대화하는 게 필요하고 우리 문제점을 해결하는데 도움이 된다는 뜻으로 말한 것"이라고 한 발 물러났다. 

        게다가 인수위원회는 "이명박 정부는 정권교체에도 불구하고 현 정부의 대북정책에 대한 기본 틀과 방향을 계속 유지한다는 방침."이라는 자료를 배포했다가 허겁지겁 '실무자의 실수로 잘못 들어간 내용'이라며 해명브리핑을 했다. 대체된 내용은 "이명박 정부는 북핵폐기의 원칙을 철저히 지키면서 실용주의적인 입장에서 남북관계의 안정적인 발전을 추구해 나갈 것."이라는 표현이었다.

        두 번째 외교부와 통일부의 통합방안.

        인수위원회는 지난 16일 통일부를 외교부로 통합시키는 정부조직개편안을 발표했다. 인수위원회는 배포한 자료를 통해 "그동안 통일부와 외교통상부가 분리 운영되면서 여러가지 어려움이 있었다. 통일문제는 주변 국가 및 UN등 국제기구에 대한 대외정책과 일관성을 가지고 추진돼야 한다."고 밝혔다. 그리고 협상용 카드가 아니라고 강조했다.

        이 당선인은 다음날 외신기자 간담회를 통해서 "차기 정권, 남북 간의 보다 확대된 교류를 예측하고 대비하는 입장에서 그렇게 됐고 그 다음 통일의 단계까지 염두에 두면서 조직개편을 했다."고 부연했다. 

        그러나 통일부 조직을 '흡수'하게 되는 외교부내에서 조차 '어떻게 외교장관이 일관된 입장을 유지하면서 하루는 미국이나 UN을 상대로 외교활동을 하고 하루는 북측 인사를 만날 수 있겠느냐'는 얘기가 나오고 있다. 협상용 카드가 아니라는 인수위의 부인에도 불구하고 외교부와 통일부의 통합은 국회에서 다른 개편안을 원안대로 통과시키기 위한 '버릴 카드'로 해석하는 사람들이 훨씬 많다.

        비단 큰 그림 뿐만이 아니다. 연초에 논란이 됐던 PSI가 그렇고, MD참여와 관련해서도 정제되지 않은 입장들이 섯불리 인수위 밖으로 새 나오는 일들이 몇 번 있었다.

        아직 새 정부의 진용이 짜여지지 않은 상황에서 너무 많은 걸 요구하는 것인지는 모르지만, 오는 2월말 출범할 이명박 정부는 대북정책과 관련해 "한미공조를 강화하는 가운데 해법을 찾는다."는 추상적인 언명 외엔 특별한 전략을 갖고 있지 못하다는 인상이 강하다.   

        뉴욕타임스도 새 정부의 대북정책에 관한 기사에서 통일부와 외교부를 통합하는 것은 "이 당선인의 새로운 접근법을 반영하는 것"이라고 평하면서도 "이 당선인이 14일 북한과의 관계를 지속하고 북한의 김정일 국방위원장과도 만날 수 있다고 말한 것과는 상충하는 것처럼 보인다."고 썼다. 

        클린턴 행정부에서 국무장관을 했던 매들린 올브라이트(Madeleine Albright)가 얼마 전 새 책을 내놓았다. <Memo To The President Elect>라는 제목인데, 이번 미국 대선의 당선자에게 건네는 메모의 형식으로 꼬일대로 꼬인 미국의 대외관계 문제를 어떻게 풀어나갈 것인지를 기록하고 있다.

        올브라이트는 부시행정부가 실패한 원인을 크게 두 가지로 꼽았다. 하나는 '일관된 전략의 부재 : laking a coherent strategy'이고 두 번째는 '얻고자 하는 목표와 거기에 이르는 과정을 분명히 연결짓는데 실패한 것 : failing to establish a clear connection between the steps we take and the results we desire'이었다.  

        한미관계의 강화, 더 나아가 중국, 일본, 러시아 등 주변국들과의 관계개선을 통해 북한문제에 접근하겠다는 이명박 당선인의 발언은 하나의 전략일 수 있다. 다만, 한미관계를 '주 변수'로 삼더라도 북한에 접근하는, 또 6자회담에 임하는 한국 나름의 철학과 방법론, 주도면밀한 전략을 갖고 있어야 한다.

        잘못하다간 큰 파도에 밀려 이리 저리 움직이다 방향감각을 완전히 잃어버리는 경우가 생길 수 있기 때문이다.

    작성일 2008.1.20


    [ 참고 ]

    ■ 레프코위츠 특사 AEI 기조발언

    http://www.aei.org/docLib/20080118_LefkowitzRemarks.pdf

    ■ CHOE SANG-HUN, <South Korea’s Sunshine Policy Dims> 뉴욕타임스 1.17

    ■ Helene Cooper, <U.S. Sees Stalling by North Korea on Nuclear Pact> 뉴욕타임스 1.19 

    ■ 김지영, <미국의 행동지연이 초래한 교착, 10.3 합의 이행 문제> 조선신보 1.18

    ■ 조준형, <통일부 남북관계 독점론 논란> 연합뉴스 1.18

    ■ Madeleine Albright, [ Memo To The President Elect ] HarpercollinsPublishers 2008

    ■ 이성주, <북핵키워드 ② PSI> http:/blog.naver.com/eye4all/200461271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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