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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일본에 대한 5가지 환상 / 2007.08.06.
    북핵리포트 2007-2012 2015. 8. 15. 17:05

    Myths About the Japan That Just Said No

    얼마 지나지 않아, 한반도의 상징적인 장소인 판문점에서 6자회담 에너지 경제 실무그룹 회의가 열릴 예정이라고 외교부가 밝혔다. 아프간에서 벌어지고 있는 피랍자 송환 협상으로 인해 제대로 조명이 되고 있진 않지만, 이번 실무그룹 회의는 8월 중순 베이징에서 열릴 비핵화 실무그룹 회의와 더불어, 미국의 부시정부나 한국이 올해 말까지로 시한을 잡고 있는 영변핵시설의 불능화가 과연 달성될 수 있을지 여부를 가늠해 볼 수 있는 중요한 계기가 될 것이다.

    지난 번 베이징 6자회담(7.18-7.20)은 방코델타아시아(BDA) 문제로 시간을 끌었던 2.13 합의가 이행된다는 것을 대외적으로 선포하는 상징적, 정치적인 의미에 불과했다. 반면 이번 실무그룹 회의에선 그동안 미뤄두기만 했던 진정한 의미의 세부논의가 비로서 시작된다.특히 경제 에너지 실무그룹 회의가 가장 처음, 그리고 가장 상징성이 높은 판문점에서 열리는 이유는 앞으로 이행될 비핵화 조치들이 많은 부분 북한을 제외한 나머지 나라들이 무얼 얼마나 줄 것이냐에 달려있다는 부인할 수 없는 사실과 관계가 깊다. 

    물론 2.13 합의에 의해 북한이 불능화(disablement)를 달성하는데 까지 중유 100만톤을 제공한다는 대강의 골격은 이미 정해져 있는 것이지만, 100만톤을 어떤 형태로 줄 것인지 또 분명히 6자회담 참가국의 일원인 일본은 어떻게 기여를 할 것인지 등 숙제들이 많이 남아 있다.

    지난 7월29일에는 일본에서 참의원 선거가 있었고 그 결과는 아베가 이끄는 집권 자민당의 참패였다. 자민당과 공명당을 포함한 여권이 과반수 확보에 실패한 것이다. 그 이유는 전 일본인의 분노를 샀던 연금기록 부실문제, 각료들의 각종 실언과 부패 등 여러 가지가 있는데, 결과적으로 아베 총리가 선거의 책임을 지고 퇴진을 하든 그렇지 않던 간에 여당은 참의원 의장 자리마저 빼앗길 위기에 처하면서 앞으로 아베 행정부는 상당한 곤란함에 처할 가능성이 높아졌다.

    6자회담 얘기를 하다 이웃나라 일본의 정치판 상황을 왜 언급하는지 궁금해 할 독자도 있겠지만, 이런 아베정권의 입지 약화는 이번 주에 열리게 될 에너지 경제 실무그룹 회의에도 적지 않게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그러지 않아도 일본은 납치문제의 해결 없인 6자회담의 틀 안에서 모색되고 있는 북-일 관계정상화 문제에 대해 진지하게 논의할 수 없다고 주장하고 있는데, 아베 정권이 국내적으로 정치적인 힘을 잃은 마당에 기존의 입장에 반해 북한에 대해 ‘대담한 제안’을 하기가 더더욱 쉽지 않은 상황으로 내몰릴 것이기 때문이다.

    다른 한편으로 북한은 외교무대에서, 혹은 관영 언론을 통해 끊임없이 제기해 왔던 ‘6자회담에서의 일본 배제론’을 더 강하게 주장할 것이고 이렇게 되면 6개 나라가 합의를 통해 진전을 이루는 6자회담의 논의구조는 ‘더 깨지기 쉬운 것’이 될 개연성이 높아지는 것이기 때문이다. 

    꼭 6자회담 때문만은 아니지만, 이런 일본의 상황을 바라보는 미국인의 시선도 그리 곱지 않은 듯하다. 워싱턴 포스트는 일요일(5일)자 기고(Myth About the Japan That Just Said No, By Michael Zielenziger)를 통해, 일본이 애초에 부시 정부가 생각한 것만큼 그리 미더운 존재가 아니며, 결론적으로 일본에 대해 미국이 가졌던 생각은 많은 부분 환상이었던 같다고 비꼬고 있다. 질렌지거는 미 언론그룹 나이트리더사(社)의 전 도쿄 특파원을 지낸 인물이다.  그런데 역설적으로 우리 입장에서 이 기사를 보면 미국이 그간 일본을  얼마나 비중 있게 생각했었는지를 뼈저리게 느끼게 한다.

    아래 글은 워싱턴 포스트 기사를 요약한 것이며, 굵은 글씨로 표시한 대목은 워싱턴포스트의 소제목들, 그러니까 Zielenziger가 5가지로 요약하는 일본에 대한 그릇된 환상을 그대로 옮긴 것이다.

    “일본은 강하고, 떠오르는 강국이며, 아시아에 있어 새로운 영향력을 미칠 준비가 돼 있다.” 

    부시가 정권을 잡을 때, 부시의 자문단들은 일본이 더 이상 무임승차(free ride)를 하는 국가가 아니며, 아시아에 있어서 중국을 견제할 대표 대리인(surrogate)이라고 생각했다.

    미국은 이라크 파병처럼 일본에 대해 더 많은 군사적인 의무를 이행하길 바라지만, 일본은 도망칠 것이 유력해 보인다. 미국의 함대에 대해서 재급유해줄 수 있는 대테러 규정도 통과되기 어려울 거다.

    “일본은 경제적으로 청신호를 켜고 있다.”

    일본경제의 거품붕괴 이후로 도요다나 캐논의 성공에도 불구하고, 일본인들은 군사적 부활이 아니라 경제개혁을 요구하고 있으며, 일본의 대형 은행들은 여전히 별로 이익을 내고 있지 않으며, 국내 구매력은 허약하다. 엔화는 달러보다도 약하다는 건 시사하는 바가 크다. 여성들은 아이를 낳지 않으며, 그렇다고 이민자나 투자자들을 받아들일 준비가 돼 있는 것도 아니다. 아베정권은 국내문제에 영합하기 위해 미국과 FTA를 체결하지 앟을 것이다.

    “일본은 주변국들과 관계를 회복하고 있다”

    10년 전 경제분석가들과 정치학자들은 일본이 ‘아시아 시대’의 중심 허브가 될 것으로 생각했었다. 그러나 일본은 아시아의 중심세력으로 떠오르는데 실패했고 그건 적지 않게 ‘역사적 의문’을 뛰어넘지 못했기 때문이다. 아베는 고이즈미처럼 신사를 참배하진 않았다. 그러나 일본의 역사교과서는 난징학살과 한국강점, 그리고 위안부 문제 등에 대해서 일본의 신세대들을 제대로 교육하지 않고 있다. 지난 월요일 미국하원이 위안부 결의안을 채택했다. 미국언론들은 간략히 다뤘을 뿐이지만 일본 언론들은 1면에 대서특필 했고, 아베 정권의 각료들은 일본은 이미 너무 많이 사과했다고 여기고 있으며 이는 동북아정세에 결코 좋은 징조가 아니다.

    “일본이 북한 문제를 해결하는데 있어 미국을 도울 것이다.”

    취약한 아베정권은 이 문제를 어렵게 만들고 있다. 지금까지 생각해왔던 계획은 이런 거였다. ‘워싱턴과 평양이 북한의 핵무기를 외교적 관계개선과 바꾸는 거래를 성사시키고 일본은 고립되고 고단한 북한을 21세기의 나라로 만드는데 도움을 줄 수 있는 거액의 지원을 한다.’ 그러나 아베는 더 이상 부시정권과 눈을 맞추고 있지 않다. 반면 많은 일본의 지도자들은 납치문제 해결문제를 워싱턴이 무시하고 넘어가려 애쓰는 게 아닌가 의심하고 있다. 또 이번 선거에서의 참패는 아베에게 대북정책에 있어서 더 강경하게 밀고가야 한다는 확신을 심어주었을 것이다. 

    “일본의 정부는 일본의 강력한 기업들처럼 장기적인 전략을 갖고 있다.”

    혼다나 도요다 같은 회사들은 다음세기에 어떻게 살아갈 것인지 적극적으로 사고한다. 반면 일본 스스로는 어디로 가야 하는지 길을 찾지 못하고 있다. 집단주의와 복종을 요구하는 사회주의 비슷한 시스템으로 견뎌가길 원하는 건가, 아니면 개인이 우선인 자유시장 사회로 가길 원하고 있는가? 워싱턴에 의존적인 채로 남을 것인가 아니면 스스로 강력하고 독립적인 액터(actor)로 떠오를 것인가? 세계를 향해 스스로를 열어 이민과 투자를 허용할 것인가, 아니면 유별난 고립으로 남을 것인가? 자민당의 떠오르는 지도자는 말한다. “지금, 난 우리가 희망할 수 있는 가장 최선의 것이 단순히 살아남는 것이란 게 두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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