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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eak Point / 2007.09.20.북핵리포트 2007-2012 2015. 8. 15. 17:14
뉴욕타임즈가 몇 일전 ‘북한의 선박이 시리아에 핵물질을 옮겼고, 관련 시설로 의심되는 지역에 이스라엘이 폭격을 가했다’고 보도했고, 관련된 이런 저런 추측성 기사들이 잇따랐었다. 미국 국방부나 국무부 백악관 등의 어떤 관리도 이 같은 보도에 대해 확인하진 않았는데, 미국 뿐만이 아니라 영국언론(더 타임즈)까지 가세하는 구도가 잠시나마 형성됐고 때마침 19일로 예정됐던 베이징 6자회담까지 연기되면서 ‘정말 뭔가 심각한 문제가 생긴 건 아닌가’ 하는 우려가 제기되기도 했다. 다행히 19일과 20일 내.외신을 검색해보니 6자회담은 다음주쯤 열리게 될 거라는 소식들이 전해지고 있다.
시리아에 북한이 핵기술 혹은 핵물질을 이전했다는 보도는 얼마나 근거가 있을까? 우선 표면적으로 드러나는 팩트(fact)를 검토해 보자. ① 무엇인가를 실은 북한 선박이 시리아에 갔다. 그리고 ② 이스라엘이 시리아의 의심시설을 폭격했다. 아마도 이 두 가지 정도가 만약 확인을 한다면 ( 그 자체가 확인 된 것도 아닌 듯하다. ) 확인에 성공할 가능성이 있는 ‘사실’인 듯하다. 그 정도라면, 이 두 가지 팩트에서 “북한이 핵기술, 핵물질을 이전했다”는 결론까지 몰고가는 건 논리적으로만 따지자면 상당히 큰 비약이다.
북한이 지금같은 국면에서 완전히 판을 깨는 행동을 할 가능성은 낮아 보이지만, 때로 ‘예측’하지 못했던 행동을 주저하지 않았던 북한이 실제로 그런 일을 벌였을 개연성 자체를 부정할 수 없다. ‘핵 제휴 의혹’이 사실일 수도 있다. 그러나 명백한 건 그것이 아직은 의문부호 아래 놓여있는 점이고, 미국이 이라크 전쟁에서 대량살상무기의 증거를 찾아내지 못했듯, 막연한 의혹제기일 가능성도 여전하다. 문제는 결국 “정보에 대한 판단”으로 귀결된다.
내가 아는 한, 그런 종류의 기사를 쓰려면 100% 이른바 ‘딥 트로트( deep throat )’로부터 정보를 얻어야 한다. 그리고 ‘딥 트로트’는 대개 ‘의도’를 가지고 정보를 흘린다. 그래서 관련 기사들 속엔, 그 두 가지 근거를 바탕으로 ‘북한이 한 편으로는 미국과 핵포기 - 비핵화 협상을 진행하면서 다른 한편으로는 이제 북한 땅에서 없어질 핵프로그램을 시리아로 옮기려 한다’는 누군가의, 어떤 세력의 사고방식이 고스란히 녹아있는 것 같다. 그리고 쉽게 미루어 짐작할 수 있듯이 그건 지금 부시 행정부가 벌이고 있는 북핵외교에 불만을 가진 미국 매파의 목소리일 거다. 전 미국 유엔대사이자 매파인 볼턴은 최근 연합뉴스와의 인터뷰에서, 시리아에 핵물질이나 핵시설을 제공했다는 ‘핵 커넥션 의혹’이 사실로 드러날 경우, 현재 진행중인 북핵 6자회담에 대해 근본적인 의문이 제기될 수 있다고 했다.
외교부를 오래 출입한 한 선배는 내게, “정보판단이란 건 결국 세력다툼에 지나지 않아.”라는 말을 했다. 같은 ‘낫’을 보고 그걸 ‘기역’으로 읽을지, 아니면 ‘니은’으로 읽을지 결정되는 건 기역으로 읽는 사람이 힘을 가졌는지 니은으로 읽는 사람이 힘을 가졌는지의 문제라는 얘기다.
최근 출간된 글렌 케슬러의 “측근”은 콜린 파월 전 미국 국무부 장관을 형편없는 인물로 묘사하고 있다. 국무부를 장악하지도 못하고 외교 일선을 담당하는 국무장관이란 사람이 해외여행을 지독히 싫어하고, 아이디어도 없고, 어떤 ‘목표’를 설정하지도 못했다는 얘기. 그러나 사실 그는 부시정부 1기 매파에 둘러쌓인 외로운 존재였다. 다시 말해 스스로의 판단을 1기 부시행정부 공동의 ‘정보판단’으로 밀어부칠 힘이 없었던 거다. 실제로 그는 지난 2002년 브루나이에서 열린 ARF(아세안지역안보포럼)에서 ‘쿠테타’라고 표현할 만 한 행동 - 매파들에게 정보가 새나갈지 몰라 어느 누구에게도 알리지 않고 백남순 북한외무상을 전격적으로 만난 - 까지 감행했고, 실제로 그 사건으로 인해 대화의 돌파구가 마련됐음에도 불구하고 스스로 자신의 판단, 자신의 정책을 관철시키긴 커녕 오히려 최근까지도 문제가 되고 있는 농축우라늄 파문, 이른바 2차 핵위기를 부르는 상황이 벌어졌던 것.
그리고 5년이 지난 현재, 2007년 9월. 얼마전 <Home Alone ; 나홀로 집에>라는 제목의 칼럼에서도 밝혔지만 지금은 상황이 많이 달라졌다. 부시의 곁을 라이스가 지키고 있는 건 같지만, 그녀는 북핵외교에 속도를 내고 있는 장본인이고 목소리를 높이던 매파들은 거의 모두 자신의 자리를 떠났다. 그래서일까, 시리아-북한 커낵션 보도에도 불구하고 백악관은 적어도 표면적으로는, ‘비핵화 외교’트랙을 지킬 거라는 의지를 재확인했고 국무부는 ‘언론보도를 보고 외교를 하는 건 아니다.’는 반응을 내놨다. 북한도 대단히 신속하게, 시리아-북한 핵 커낵션은 사실이 아니라는 논평을 내놨다.
다음주쯤 열릴거라는 6자회담으로 초점을 옮겨보자. 제네바에서 있었던 북-미 접촉의 큰 그림은 아마도 연내에 북한이 핵물질.핵 프로그램에 대한 신고 그리고 영변 핵시설을 못쓰게 만드는 불능화(disable)를 마치면 미국이 테러지원국 명단에서 북한을 삭제하는 행동에 나서는 구도로 요약되는 게 아닌가 싶다. 그리고 일부 일본 언론에서 이미 보도가 나왔듯이, 북한은 농축우라늄 프로그램 관련 자재 - 고강도 알루미늄관 - 등의 수입사실을 털어놓는 등 적극적인 자세를 보이고 있다.
그러나 문제가 있다. 아마도 그건 지난해 10월 북한이 터뜨린 핵무기 - 제대로 터지지 않았고, 현재의 북한의 기술로는 미사일에 탑재할 수도 없는 그걸 핵무기로 불러도 좋을지 모르지만 - 형태의 플루토늄 가공물을 과연 신고목록에 포함시킬 수 있겠느냐는 점이다.
안타깝게도 필자는 그건 어렵다고 본다. 북한 입장에서 생각해 보자면 속된말로 팬티까지 다 벗으란 얘기인데, 아마도 북한은 핵무기는 마지막 단계, 그러니까 미국과 수교가 이뤄지고 동북아 평화체제가 자리잡혀 더 이상의 ‘체제에 대한 위협’이 사라지는 시점에서나 고려해볼 수 있다는 입장을 고수하려 할 것이다.
물론 핵무기가 몇개나 되는지가 그리 중요한 문제가 아닐 수 있다. 이를테면 북한이 재처리한 플루토늄의 정확한 양만 확인할 수 있다면 북한이 생산한 핵무기가 얼마나 되는지 알아낼 수 있다는 논리가 있다 - 대개 7kg정도의 플루토늄이면 1개의 원자폭탄을 생산할 수 있기 때문에 지금까지 재처리한 플루토늄의 총량, 그리고 현재 갖고 있는 플루토늄의 양을 확인한다면 계산이 가능하다. 그래서 자전거 페달을 계속 밟아야 하는, 그래야 추동력을 얻고 넘어지지 않는 북핵외교 실무자들의 입장에선 ‘올해 말까지의 단계에선 영변핵시설의 불능화, 플루토늄과 농축우라늄프로그램을 제대로 신고하는 정도만 달성해도 큰 성과’라고 생각하리라.
그러나 여기서도 역시 ‘판단’의 문제가 개입된다. 우선 외교는 몇 명의 손에서 뚝딱뚝딱 해치우고 마는 일이 아니라 결과에 대한 반응 - 여론이 상당히 중요한 요소로 작용할 수 밖에 없다는 점이 중요하다. 또 북핵외교라는 것이 북한을 비핵화하는 것, 다시말해 북한의 핵무기 - 핵무기를 만들 능력을 제거하는 여정일진데, 정작 북한이 스스로의 핵물질을 신고하면서 핵무기를 몇 개나 만들었는지 밝히지 않는다면 그걸 과연 일반인들은 쉽게 이해하고 받아들일 수 있느냐는 점이다. 그리고 최근 북-미간에 조성되고 있는 긍정적인 분위기에 반대하는 집단은 바로 이 약점, 혹은 약한 고리를 집요하게 파고들 걸로 보인다. 그리고 실제로 그건 매우 강력하고 효과적인 공격이 될 것이다.
19일은 9.19 공동선언이 만들어진지 꼭 2년이 되는 날이었다. 바로 그날 시작하려 계획했던 6자회담은 공교롭게도 시리아-북한 핵 커넥션이 보도된 뒤 연기됐다.
다음주로 예고되고 있는 6자회담의 결과물, 그 결과물을 둘러싼 판단과 판단의 충돌은 과연 어떤 양상으로 전개될지, 그 충돌 뒤에 나타날 흐름은 과연 어느 방향일지 몹시 궁금해진다.
▲ 참조
- 플루토늄탄, 우라늄탄 등 핵무기의 구분과 원리 http://blog.naver.com/eye4all/20034177827
- 2005년 9.19 공동선언
http://blog.naver.com/eye4all/200340725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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