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BOUT ME

-

Today
-
Yesterday
-
Total
-
  • 치열한 공방 / 2008.01.27.
    북핵리포트 2007-2012 2015. 8. 15. 17:39

        부시행정부의 대북정책을 작심하고 비판한 레프코위츠 특사의 발언이 교착상태에 빠진 6자회담과 맞물리면서 묘한 파장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그의 말을 매개로 해서 한 편엔 라이스 장관과 국무부, '협상파' 씽크탱크가, 다른 한 편엔 레프코위츠와 존 볼턴, '매파' 싱크탱크가 자리잡고 서로 상대방에게 가시돋친 공격을 쏟아내고 있다. 또 이런 공격은 각자 선호하는 다른 언론을 매개로 이뤄지고 있는데 월스트리트 저널같은 경우, 최근 사설까지 동원하고 있어 본격적인 대리전이 시작되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 정도다. 

        콘돌리자 라이스 미 국무장관은 한국 시간으로 지난 23일, 외무장관 회담 참석차 유럽으로 향하는 비행기 안에서 지난 17일 레프코위츠 대북특사의 발언에 대해 가차없는 공격을 가했다. 한 마디로 그렇게 떠들 자격이 없는 사람이라는 것.

        "6자회담이 어떻게 돌아가는지도 모르고 6자회담에 대해 말할 권한도 없는 사람이.... : dosn't know what's going on in the six-party talks, and he certainly has no say on what American policy will be in the six-party talks."  한 발 더 나가 라이스 장관은 6자회담 참가국들이 '레프코위츠'란 자의 이름을 알기나 하는지 모르겠다며 독한 어조로 그를 깎아내렸다.

        라이스장관이 진노했던 탓인지, 워싱턴 포스트에 따르면 원래 국무부 사이트에 올랐던 레프코위츠 특사의 발언내용은 삭제됐다. 

        우연의 일치인지 같은 날 국무부 델 데일리 조정관(Dell Dailey, the state Department's coordinator for counterterrorism)은 "북한의 일본인 납치문제는 북한을 테러지원국 명단에서 삭제하는 데 장애물이 될 것 같지 않다."면서, "북한이 기준에 부합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부시대통령은 '지한파(知韓派)'이면서 크리스토퍼 힐 차관보와 호흡을 맞춘 바 있는 스티븐스를 주한 미 대사로 지명했다. 러시아의 최대 석유회사인 로스네프트가 6자회담 합의에 따라 5만톤의 연료유를 북한에 보냈다고 블룸버그 통신이 보도한 것도 한국 시간으로 23일이다.  

        같은 날 북한의 입장을 대변하는 재일본 조총련계 조선신보는 <조선반도정세 일문일답>을 통해, "2단계조치(불능화, 핵물질 신고)가 완료된 이후에도 조선은 철저히 '행동 대 행동'원칙에 기초하여 조선반도 비핵화를 실현시켜나갈것이다."라고 보도했다.

        다음날 아침 미국의 '새로운' 대북 접근법에 비교적 호의적인 기사가 많이 등장하는 워싱턴 포스트 오피니언 란엔, 미 과학국제안보연구소(ISIS) 소장을 맡고 있는 데이비드 올브라이트(David Albright)의 글이 실렸다. "북한은 느리지만 분명히 움직이고 있다 : Slowly, but Surely Pyongyang is Moving"는 제목의 기고문은 여러 면에서 최근 월스트리트 저널에 실렸던 존 볼턴(John bolton)의 글과 대구(對句)를 이루는 것이었다.

        간단히 요약하자면, △ 북한이 2.13 그리고 10.3 합의를 깨려는 신호는 전혀 감지되지 않고 있으며, △ 불능화의 지연은 북한 인부들의 안전을 고려한 미국의 조치였고 △ 신고와 관련해선 북한이 11월에 미국에 일종의 초안을 보여줬고, 북한이 제시한 플루토늄 30킬로그람은 생각보다 적긴 해도 예측됐던 범위 안에 있는 수치인 점 등을 고려할 때 북한이 성의를 보이고 있다는 것.

        특히 논란의 핵심이 되고 있는 우라늄 농축 문제와 관련해 지금도 북한에 대규모 우라늄 고농축 시설이 있다고 생각하는 전문가는 거의 없다면서, 과거 정책입안자들(US policymakers)이 과장하거나 오도한 사실에 눈이 멀어선 안된다(should not lose sight)고 주장했다.   

        민간 연구소장의 기고문이었지만 이 글에선 미국 국무부의 속내가 몹시 강하게 느껴졌다.

        '사실 북한이 알루미늄 관을 얼마쯤 수입했다는 것 외에 고속 모터도 없고 그걸 돌릴 전력사정도 안되고.. 지난 2002년 (1기 부시 행정부) 2차 핵위기 때 그렇게 시끄럽게 난리가 나지만 않았어도 자연스럽게 부드럽게 신고 문제를 넘어설 수 있을텐데..' 자전거의 속도가 줄어들면서 안장위에서 뒤뚱거리고 있는 국무부의 크리스토퍼 힐 차관보는 아마 그렇게 생각하지 않을까?

        다보스포럼에 참석한 라이스 미 국무장관은 기조연설을 통해, "북한과 더 나은 관계가 가능하다"는 얘기를 했다.

        그러나 상대편도 만만치 않았다. 월스트리트 저널은 미국시간으로 25일 재미있는 사설을 실었다. 사실상 제목이나 다름 없는 첫 문단 마지막 문장은 이렇다. "주여, 진실을 말하는 외교관을 도우소서. : Lord help a diplomat who tells the truth."

        이 글은 17일 레프코위츠의 발언 내용을 다시 소개하면서 틀린게 하나도 없는, 백번 옳은 말인데 라이스는 어째서 그의 발언을 비난하느냐고 공격을 퍼붓는다. 글의 마지막 문단엔 라이스가 레프코위츠에게 했던 말을 살짝 비튼, 훨씬 더 노골적이고 참기 어려운 독설이 담겨있다.  

        "라이스는 부시대통령이 남은 1년의 임기동안 점점 더 당황스런 일련의 당근정책을 제공하면서 북한에 구걸하도록 만들고 있다. 부시대통령은 (라이스의 말처럼) 러시아나 중국이 잘 모른다는 레프코위츠를 소개해주라고 라이스에게 지시하는 것 보다 차라리 레프코위츠에게 귀를 기울이는 것이 나을 것이다. : On present course, Ms. Rice is setting President Bush up to spend his final year begging Kim to cooperate by offering an ever growing and more embarrassing list of carrots. Mr. Bush would do better to listen to Mr. Lefkowitz, while ordering Ms. Rice to introduce him to the Chinese and Russians."

        이 뿐만 아니라 월스트리트 저널은 워싱턴포스트나 뉴욕타임스가 북한과 관련해 '의혹이 조금이나마 해소됐다.'는 방향으로 기사를 쓴 내용과 관련해서도 정 반대의 논조를 폈다.  

        지난해, UNDP 계좌를 이용해 북한이 불법거래를 했다는 문제가 불거져 논란이 됐었는데 최근 상원 소위원회에서 보고서(Senate subcommittee report)가 나왔다. 그리고 워싱턴포스트나 뉴욕타임스는 이 보고서와 청문회 내용 등을 종합해서 '북한이 UNDP의 자금을 빼돌리거나 UNDP의 계좌가 대량살상무기 거래 등에 쓰였다기 보다는 2002년 당시 미국의 금융제재 조치가 취해지자 북한이 다급한 나머지 자신들의 돈을 움직이기 위해 UNDP계좌를 사용한 것 같다.'는 취지로 기사를 실었다.

        월스트리트 저널은 달랐다. 줄거리만 추려내자면, '불법적인 거래가 있었던 건 사실이고 그러나 미국은 북한이 얼마나 더 그런 불법적인 거래를 했는지 정확한 정보가 없고(Yet the extent of the North's criminal activities is still far from known), 그러니까 이런 '미지의 북한'을 테러지원국 리스트에서 빼준다는 건 시기상조다.'는 논리를 폈다.  

        대통령 당선인의 특사가 워싱턴과 뉴욕을 방문했다. 예정에 없던 부시대통령과의 면담도 이뤄졌다. 미국 의회에서는 이례적으로 이명박 대통령 당선인의  당선을 축하하는 결의안(Congressional Resolution Congratulating South Korean Democracy and President-Elect)을 추진하고 있다고 한다.

        조지 부시 미국 대통령은 오는 1월28일 오후 상.하 양원 의원들과 각국 외교사절이 참석한 가운데 의회 의사당에서 마지막 연두교서(7번재)를 발표한다. 지금 미국이 안고 있는 문제들이 한 두 가지가 아니지만 그 연두교서에는 '북핵문제에 해결'에 대한 대통령의 강력한 의지가 담길 거라는 게 대체적인 관측이다.

        지난 주 국내에서 있었던 한 토론회에서, 전문가들은 이명박 당선인의 대외정책 우선순위에는 한미동맹 문제가 첫 번째로 놓여있다고 지적했다. 그렇다면 대북정책의 전략이라는 측면에서 그 '한.미 동맹'은 독설의 공방을 주고받는 미국내 양 진영 가운데 어느쪽과의 동맹이 되는 것일까?

    작성일 : 2008.1.26


    [ 참고 ]

    □ 레프코위츠 발언

    http://imnews.imbc.com/mpeople/rptcolumn/2118066_3571.html

    http://www.aei.org/docLib/20080118_LefkowitzRemarks.pdf

    □ 레프코위츠 발언 삭제 관련 WP

    http://www.washingtonpost.com/wp-dyn/content/article/2008/01/22/AR2008012203466.html

    □ 존 볼턴 전 유엔대사 WSJ 기고

    http://imnews.imbc.com/mpeople/rptcolumn/2115725_3571.html

    http://online.wsj.com/article/SB120001236110482565.html

    □ 데이비드 올브라이트 WP 기고문

    http://www.washingtonpost.com/wp-dyn/content/article/2008/01/23/AR2008012303282.html

    □ WSJ, '진실을 말하는 외교관을 도우소서' 

    http://online.wsj.com/article/SB120122043065715303.html

    □ UNDP 보고서 관련 뉴욕타임스 vs 월스트리트 저널

    http://www.nytimes.com/2008/01/25/washington/25nations.html?scp=3&sq=warren+hoge&st=nyt

    http://online.wsj.com/article/SB120113574037511863.html

    [ 참고 2 ]  데이비드 올브라이트 기고문 요약

    △ 북한이 합의를 무시하고 다시 뒷걸음질 치려한다는 신호는 없다.

    △ 불능화의 속도를 늦춘 건 북한이 아니라 미국이고, 북한 인부들의 안전을 고려했기 때문이다.

    △ 신고문제가 시한을 넘기긴 했지만 일단 북한은 그들이 주장하는 대로 지난 11월 시한 전에 미국에 30킬로그람의 플루토늄을 재처리 했다고 밝힌 바 있다.

    △ 플루토늄 문제만 보면 30킬로그람이라는 양은 적긴 하지만 예측했던 범위 안에 있다.

    △ 우라늄 농축 문제와 관련해선, 지금은 한 때 미국이 주장했던 것 처럼 북한에 대규모 우라늄 농축 시설이 있다고 믿는 사람들은 거의 없다.

    "북한에 대규모의 우라늄농축 프로그램이 있다고 미국 정책입안자들(US policymakers)이 과장하거나 오도한 내용에 눈이 멀어선 안된다(should not lose sight)."

    △ 북한과의 합의, 그 성공과 실패의 기준이 농축우라늄 문제 되어선 안된다.(must not hinge on the uranium issue.). 중요한 건 북한이 2006년 10월에 실제로 폭탄을 만들어 터뜨린 플루토늄.

    △ 올브라이트는 시리아와의 핵협력 의혹과 관련해서는 이스라엘이 폭격한 것이 무엇이든 그건 이미 파괴됐으며 북한이 "과거" 시리아에 기술을 제공했을 가능성이 있을지는 몰라도 핵물질 자체, 그러니까 플루토늄을 옮겼을 가능성은 거의 없다.


Designed by Tistor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