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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EU가 뭐길래. / 2007.2.21북핵리포트 2007-2012 2015. 8. 15. 16:24
최근 언론에 농축우라늄(HEU)라는 용어가 심심치 않게 등장하고 있다. 하나는 19일 교도통신의 보도인데, 북경에서 있었던 2.13 합의 당시에 문안에 이 ‘농축우라늄 프로그램’ 문제를 명시하는 문제를 놓고 힘겨루기가 있었고 당시 송민순 외교통상부장관이 라이스 미 국부부 장관과 전화통화를 해서 HEU를 넣지 않기로 했다는 내용이고, 다른 하나는 20일 국회 정보위원회에서 정보 당국자가 “북한에 HEU프로그램이 있다”고 밝혔다는 내용이다.
▲ 왜 농축 우라늄인가?
이 문제의 연원을 따져보면 지난 1999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지난 99년 3월, 워싱턴 타임즈는 “북한이 우라늄 농축 기술을 파키스탄으로부터 지원 받고 있으며, 우라늄 농축을 위한 원심분리기 관련 품목을 발주한 것을 포착 했다”고 보도했다. 그리고 2002년 10월 3일 켈리 미국측 특사가 방북했을 때, 북한은 우라늄 농축프로그램을 보유했다는 사실을 시인함으로써 이른바 <2차 핵위기>가 발생했다.
당시 북한은 10.25 외무성 대변인 담화를 통해, “우리는 미국 대통령 특사에게 미국의 가중되는 핵 압살 위협에 대처하여 우리가 자주권과 생존권을 지키기 위해 핵무기는 물론 그보다 더한 것도 가지게 되어 있다는 것을 명백히 말해 주었음."이라고 밝혔다.
그렇다면 농축우라늄은 무엇이고 왜 문제가 되는 것일까? 우선 요약하자면 농축우라늄은 ①원자폭탄의 원료가 되고 ②농축장비를 일단 갖출 경우, 생산과정을 포착하기 어려우며 ③일단 우라늄이 농축만 되면 플루토늄보다 간단한 구조로 폭탄을 만들 수 있기 때문이다.
▲ 플루토늄탄 vs 우라늄탄
원자폭탄은 핵물질의 종류, 에너지를 발생시키는 방식 등 여러 가지 잣대로 구분을 해 볼 수 있는데, 원자폭탄의 재료 - 그러니까 핵물질의 종류에 따라 구분을 하자면 플루토늄탄과 우라늄탄으로 나눠볼 수 있다. 2차대전 당시 히로시마와 나가사키에 떨어진 원자폭탄도 하나는 우라늄탄, 하나는 플루토늄탄이었다.
플루토늄은 자연에는 존재하지 않고, 원자로 내에서 <우라늄 238>이 중성자를 흡수해서 만들어지는 인공핵종(人工核種)인데, 북한은 영변지역에 있는 5메가와트짜리 흑연감속로의 연료봉을 재처리하는 과정을 거쳐서 이 플루토늄을 생산했다. 이 원자로는 한 번에 약 8천개, 50톤 분량의 핵연료봉을 장전하고, 사용한 핵연료의 재처리를 통해 10에서 12kg의 핵무기용 플루토늄을 생산할 수 있다고 한다. 원자폭탄 한 개에 들어가는 플루토늄은 대개 6에서 8kg정도이다.
플루토늄 원자폭탄은 제대로 터뜨리기가 힘든 폭탄이다. 정확한 비유는 아니지만 고무풍선에 바람을 넣다 보면 어느 순간에 폭발하는 것 처럼, 원자폭탄에 있어선 핵 물질이 어떤 <임계질량>에 도달하도록 해줘야 폭발을 시킬 수 있다. 그런데 플루토늄은 재료의 특성상 엄청난 압력을 견딜 수 있도록 만들어진 밀폐된 폭탄 안에 16개, 32개 이런 식으로 금속 플루토늄 조각을 여러개로 분리해 놓고, 100만분의 1초의 정밀도로 작동하게끔 배치된 고성능 폭약을 터뜨려 순간적으로 뭉치게 만들어야만 터뜨릴 수 있다. 이걸 전문 용어로 “내폭형 기폭장치”라고 부르는데, 쉽지 않은 기술이고 그래서 1-2번의 시험으로 원자폭탄을 성공시켜 실제 무기로 쓸 수 있는 형태로 만든 나라는 이 세상 어디에도 없다. 미국의 경우에도 나가사키에 떨어뜨린 플루토늄탄의 경우 불발을 우려해 똑같은 폭탄을 하나 더 만들고 먼저 시험해 본 다음 실전에 썼다고 한다.
반면에 우라늄탄은 플루토늄탄과는 달리 터뜨리기가 쉽다. “포신형 기폭장치”라고 해서 그냥 고농축 우라늄을 두 개로 나눠놨다가 고성능 폭약으로 2개가 합쳐지게, 초임계 상태로 도달하게 만들어 주기만 하면 되는 것이다. 이 포신형 기폭장치는 고농축 우라늄만 있으면 비교적 쉽게 만들 수가 있고, 아까 언급했던 것처럼 폭발 확률이 아주 높기 때문에 별도의 핵실험을 하지 않아도 된다는 장점이 있다. 북한의 입장에선, 가질 수만 있다면 우라늄탄을 갖는 것이 플루토늄탄보다 훨씬 장점이 많은 셈이다.
▲ 농축우라늄 제조과정
우라늄을 농축하는 방법은 여러 가지가 있는데, 그 중에서 지금 문제가 되고 있는 방식은 “원심분리”방식. 시험관에다 비중(比重)이 다른 2가지 액체를 섞어 채워놓고 줄을 묶어서 빙빙 돌리면 상대적으로 무거운 액체가 바깥쪽에, 가벼운 액체는 안쪽에 이렇게 분리가 되는 원리를 이용한 것이다. 필요한 건 우라늄238인데, 우라늄 235와 섞여있는 재료를 특수 제작된 회전원통 속에 넣고 아주 고속으로(4-7만rpm) 돌려주는 과정을 반복해서 순도 높은 우라늄 238을 분리해 내는 방식.
이 원심분리기는 크기가 상대적으로 작고 분산배치가 가능하기 때문에 첩보위성만으로는 발견하기가 어렵다. 또, 북한의 우라늄 매장량은 약 2,600만 톤에 달하며, 이 가운데 캐낼 수 있는 매장량이 약 400만 톤으로 알려지고 있다. 어떻게 보면 이보다 더 좋은 해법은 없을 것 같은데 문제는 이런 원심분리 장치를 마련한다는 것이 쉬운 일이 아니라는 것.
일단 원심분리장치를 구성하고 있는 기술 자체가 최첨단 기술이라는 점. 강한 회전력을 가진 소형펌프, 진동방지기술, 고강도 알루미늄강 등의 값비싼 자재들이 필요한데, 대부분 북한 자체적으로 생산이 불가능한 것들이다. 원심분리기 1세트의 가격이 약 16에서 24만 달러에 달한다고 계산이 나올 정도다. <포신형 우라늄 핵무기>의 경우 50kg정도의 핵무기급 우라늄이 필요한데, 이 정도 양이라면 1,700여기의 원심분리기를 1년간 가동해야 한다고 하니, 엄청난 자본이 투자가 돼야 가능한 일인 것.
▲ 농축우라늄에 “프로그램”이란 단어가 붙는 이유는?
2.13 합의문, 나아가 2005년 9.19 공동성명에도 “핵 프로그램”이라는 단어가 등장한다. 어떤 사정이 있었는지, 정말 교토통신의 보도처럼 송민순 외교부 장관과 라이스 장관이 HEU를 명시하는 것을 양보한 것인지 확인할 수 없지만, 한 가지 분명한 것은 “핵 프로그램”이라는 용어에는 농축우라늄 문제에 대해서도 북한이 분명한 해법을 내놔야 한다는 의미가 담겨있다는 점이다.
이춘근의 저서<북한핵>에 따르면, 북한은 제 3차 7개년 계획(1987-1993)기간에 레이저법에 의한 우라늄 농축기술을 연구한 바 있다고 한다. 이건 원심분리법과는 다른 방식인데, 기술적인 제약이나 고가의 설비 반입이 불가능했기 때문에 성공하지 못한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이어 북한은 파키스탄에서 원심분리기 도입을 시도했고, 알루미늄 튜브, 우라늄 주입, 회수장치 등을 구입했다는 사실이 미국과 우리나라 정보당국에 의해 파악된 것으로 알려지기도 했다. 또 2004년 2월에는 파키스탄의 유명한 핵물리학자인 칸 박사가 “우라늄 농축을 위한 재료, 설계, 기술이 북한에 이전됐다”고 언급한 바 있다. 정부당국자에 따르면, 몇 년 전에도 북한은 독일 등으로부터 고강도 알루미늄관을 수입하려다 이 계획이 적발돼 차단된 적이 있다고 한다.
“프로그램”이라는 말이 붙은 이유는 이렇다. 북한이 우라늄 농축을 시도하려 하는 것은 어찌 보면 분명해 보이는데, 그게 미수에 그친 일이건 일부 진행이 됐건, 적어도 몇 세트 정도는 가동이 됐던 간에 그 전모를 밝혀야 한다는 의미인 것.
6자회담에 정통한 서울의 한 소식통은 “앞으로 만들어지고 가동될 비핵화 실무그룹에서 이 HEU문제가 쟁점이 될 것인데, 이른바 HEU 프로그램에 대해 북한과 나머지 나라들이 이해하는 방법이 달라서 문제가 생길 수 있다.”고 귀뜸했다.
2.13 합의문 II-2는 다음과 같다.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은 9.19 공동성명에 따라 포기하도록 되어있는, 사용후 연료봉으로부터 추출된 플루토늄을 포함한 공동성명에 명기된 모든 핵프로그램의 목록을 여타 참가국들과 협의한다.” 바로 이 핵프로그램 목록에 대한 협의, 다르게 말하면 HEU 프로그램을 어떻게 하느냐가 앞으로 짧으면 2달, 혹 1년여의 시간계획을 갖고 진행될 비핵화 절차의 핵심중에 핵심이라 할 것이다.
참조 : [과학기술로 읽는 북한 핵], 이춘근, 생각의 나무
[대량살상무기 문답백과], 국방부, 행정간행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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