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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남은 216일? / 2008.02.18.
    북핵리포트 2007-2012 2015. 8. 15. 18:03

    루거 상원의원 보좌관과 함께 지난 12일 북한에 갔었던 지그프리드 해커 박사(Sigfried Hecker)가 지난 16일 평양 방문을 마치고 돌아왔다.

    그는 북경에서 있었던 기자회견을 통해, ‘북한이 중유제공 지연, 테러지원국 해제 문제가 해결되지 않으면 크리스토퍼 힐이 말하는 완전하고 정확한 신고를 할 생각이 없는 것 같다’고 밝혔다. 미국과 북한이 “누가 먼저 나서나 ; have a problem as to who goes first.”의 교착상태에 빠져 있다는 것. 이어 북한의 2인자인 김영남 상임위원장이 현 상황에 대해 미국을 비난했다고 했다. 

    불능화와 관련해서는 지금까지 8천개의 연료봉 가운데, 1,440개의 연료봉을 꺼냈는데, 최대 속도로 하자면 하루에 80개도 꺼낼 수 있지만 북한이 속도를 늦춰 하루에 30개씩 작업을 하고 있다고 전했다. 그러나 해커박사는 “지난 10년간 목격했던 그 어느 때 보다도 (영변 현장에서) 협조가 잘 이뤄지고 있었다.”고 평가했다.

    가장 큰 쟁점이 되고 있는 우라늄 농축 프로그램과 관련해 해커박사는 북한 관리들로부터 그들이 “매우 중요하다”고 묘사하는 고농축 우라늄과 관련된 정보를 미국과 공유했고 관련 일부 물질을 미국 관리들에게 보여줬다는 얘기를 들었다고 했다. (Hecker said he was told North Korean officials have shared what they described as "very important" information with the United States about Pyongyang's highly enriched uranium program and showed U.S. officials some of the relevant material. - VOA 인용) 이는 크리스토퍼 힐 차관보가 암허스트 대학 강연과, 상원 청문회를 통해 이미 밝힌 것과 같은  내용이다.

    지난 글에서 밝혔듯, 벽에 부딛친 ‘완전하고 정확한 신고’ 문제는 ‘현재’나 ‘미래’가 아니라 과거사에 집중돼 있다. 우라늄 농축 프로그램이나 시리아와의 핵 협력문제 둘 다 마찬가지다. 힐 차관보는 지난 15일 외교협회 로버트 맥만(Robert McMahon, Deputy Editor)과의 인터뷰에서 “왜 그렇게 과거에 대해 걱정하는데?”라고 말하는 사람들이 있다면서, “솔직히 말해서 지금까지 어떻게 해 왔는지를 알아야만 하고, 이 문제에 대한 완전한 그림(complete picture)이 그려지지 않는 이상 미국의 의무와 관련해 전진할 수 없다.”고 잘라 말했다.  

    크리스토퍼 힐 차관보는 동북아 순방 길에 나선다. 18일 중국을 거쳐 한국과 일본을 차례로 방문할 예정이다. 그리고 1주일 뒤에는 라이스 미 국무부장관이 이명박 당선자 취임 축하사절로 서울을 방문한다. 이와 관련해 라이스장관이 혹 북한으로 건너가 26일 뉴욕필 평양공연을 관람하는 것이 아닌가 하는 관측이 있었는데, 15일 국무부의 매코맥 대변인은 "라이스 장관은 평양에 가지 않을 것"이라고 못박았다.

    사실 유력한 대선후보 오바마 상원의원이 기록에 남겨두길 원했다는 11일 한국관련 발언 내용을 봐도 그렇고, 공화당 후보로 사실상 정해진 맥캐인의 성향을 봐도 그렇고, 말하자면 ‘개심한’ 부시대통령과 그의 남은 임기중에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 북한으로선 훨씬 유리할 지 모른다.  이라크를 챙기랴 아프간과 나토(NATO)동맹을 챙기랴 정신이 없는 라이스 국무장관이 한반도에 오고, 서울에선 새 정권이 탄생하고, 평양에서는 뉴욕필의 공연이 이뤄지는 다음주. 물리적으로 따져보면 6자회담의 교착상태를 해소할 어떤 돌파구를 마련할 수 있는 좋은 기회로 삼을 만도 한데, 지금 느껴지는 분위기는 그런 기대를 갖기 어렵게 한다. 

    이와 관련해 일본 요미우리는 17일 외교소식통의 말을 인용해, ‘지난달 북한을 방문한 중국의 왕자루이(王家瑞) 공산당 대외연락부장이 김정일 국방위원장과의 면담에서 6자회담과 관련해, 미국의 여야 정권 교체시 회담의 진전이 어렵다며 조지 부시 대통령 임기 중 회담의 조기 재개를 촉구했다.’고 보도했다.  그러나 김정일 국방위원장은 그런 왕자루이의 말을 일면 수긍하면서도 미국이 북한의 시리아에 대한  핵확산 의혹을 문제 삼고 있는데 대해 “이런 식으로는 신뢰관계를 구축할 수 없다”면서 강한 불만을 토로했다고 요미우리는 전했다.

    해커박사가 나온 뒤에도 사용후 연료봉 제거작업이 계속 진행돼 18일을 기준으로 1,500개의 사용후 연료봉을 꺼냈다고 가정한다면 하루에 30개씩, 남은 6,500개의 연료봉을 꺼내는데 무려 216일이 소요된다. 얼추 부시 행정부의 임기가 끝날 때 까지 연료봉 제거 작업을 ‘지속’할 수 있는 양이 된다. 

    북한이 신고 문제를 그대로 두고 최소한의 불능화 과정 - 연료봉 제거작업을 지속하면서 ‘때’를 기다리는 지연전략을 채택할 가능성이 점점 높아지고 있는 것이다.  다만, 요즘 흔히 거론되는 ‘부시행정부의 인내심의 한계’가 문제가 될 것인데, 이와 관련해 스탠퍼드대 아태문제 연구소의 스나이더 부소장(Daniel Sneider)은 자유라디오방송(RFA)와의 인터뷰에서 ‘미국이 북한의 핵신고 지연에 맞서 압박 조치를 취할 경우 북한이 더 나쁜 대응책을 내놓을 수 있다는 점을 잘 알고 있어 섯불리 제재책을 내놓진 못할 것 - RFA 인용’으로 내다봤다. 미 사회과학원(SSRC)의 시걸 박사 (Dr. Leon Sigal)도 RFA와의 인터뷰에서 비슷한 취지로 답했다. 

    한국은 새 정부 출범이 이제 몇 일 남지 않았는데, 정부조직이 어떻게 될 건지 조차 확정이 되지 않고 있다. 이제 북한에 비료를 주는 문제도 결정할 때가 됐는데 비료는 커녕 통일부가 어떻게 자리매김 될 것인지도 아직 혼란스런 모양이다. 그동안 국내 언론에는 전임 대통령의 표지석 설치, 북한에 지원된 쌀의 군량미 전용문제, 표류한 북한인 가족의 북송 논란 등등이 굵직굵직하게 보도됐었다. 

    북한은 지난 주말을 기점으로 해서 그동안 입장표명을 삼가왔던 이명박 정권에 대해 ‘비난’쪽으로 방향을 잡은 듯한 양상이다. 혹 앞으로 6자회담에서 우리 스스로의 지렛대를 갖게 되긴 커녕, 그렇지 않아도 질척거리고 있는 회담에 남북관계가 오히려 걸림돌로 작용하게 되는 건 아닌지 걱정된다. 

    작성일 : 2008년 2월 18일



    [참고]

    △ 헤커박사 방북관련

    http://www.washingtonpost.com/wp-dyn/content/article/2008/02/16/AR2008021602368.html

    http://ap.google.com/article/ALeqM5gMSnmzowoMmLH6uukHuubiv-cdJwD8URMA402

    http://voanews.com/english/2008-02-16-voa6.cfm

    △ 라이스장관 일정관련 국무부 브리핑

    http://www.state.gov/r/pa/prs/dpb/2008/feb/100948.htm

    △ 오바마 상원 외교위원회 2.11 발언

    http://blog.naver.com/eye4all/20047390309

    △ 왕자루이 관련 요미우리 보도

    http://www.yomiuri.co.jp/feature/20080115-899562/news/20080216-OYT1T00818.htm

    △ 스나이더, 시걸 발언

    http://www.rfa.org/korean/simcheongbodo/2008/02/16/nuclear_report_lat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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