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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무샤랴프, 칸, UEP / 2008.02.24.
    북핵리포트 2007-2012 2015. 8. 15. 18:44

    최근 북한의 핵 프로그램 신고 문제로 완전한 교착상태에 빠진 가운데 핵심적인 키워드가 돼는 부분은 뭐니뭐니 해도 북한의 우라늄 농축 프로그램, UEP 이다.

    특히 북한은 평양을 찾은 미국 관리에게 원심분리기의 핵심 부품이 되는 고강도 알루미늄 관이 어디에 쓰였는지 직접 보여주는 등 현재 북한이 우라늄 농축을 추진하지 않고 있다는 사실을 적극적으로 해명했다. 이런 설명은 일견 적어도 국무부 관리들에겐 '의미 있는' 것으로 받아들여진 것 같지만 문제는 미국이 현재와 미래에 대한 설명과 약속으로 만족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다시말해 문제는 '과거'에 벌어졌던 일을 북한이 어떻게 규명하고 넘어가느냐 하는 데 달려있다.  

    이는 한편으로는 제네바 합의 이행을 파탄나게 했던 2002년 2차 핵위기의 책임소재 문제와도 연관이 돼 있고, 미국 입장에서는 이 문제를 확실히 하고 넘어가야 이른바 '핵 확산'을 막을 수 있을 거라는 생각을 했을 것이기 때문이다.

    북한의 우라늄 농축 프로그램(Uranium Enrichment Program)과 관련해서 가장 많이 인용되는 문건은 파키스탄 무샤라프(Pervez Musharraf)의 자서전 [In The Line Of Fire]이다. 그렇다면 이 책은 왜, 어떤 관점에서 북한의 우라늄 농축프로그램을 언급하고 있고 어떤 내용이 담겨있을까?

    그의 책에서 북한의 핵 문제를 다룬 부분은 27번 째 챕터 '핵 확산(Nuclear Proliferation)'이다. 별다른 편견이 없이 보더라도 이 챕터의 기본적인 목적은 왜 파키스탄이 '핵의 월마트'라고 불리는 상황에 이르게 됐는지 해명하는 데 있는 게 분명해 보인다. 큰 줄거리를 잡아보자면 다음과 같다.

     [ In The Line Of Fire - A Memoir ]

     Pervez Musharraf, Free Press

     Chapter27 Nuclear Profiferation

     (p.285~296)    

    인도와 오랜 경쟁관계에 있던 파키스탄은 핵을 개발할 수 밖에 없는 상황이었고 그래서 칸 박사를 불러 우라늄 농축 핵폭탄을 만들게 됐다. 그동안 인도와 여러차례 전쟁이 있었는데 큰 전쟁으로 비화되지 않은 것은 바로 핵 억지력 때문이다.

    초기 파키스탄의 핵 개발은 과도하다 싶을 정도로 칸 박사의 재량에 맡겨져 있었고 군이나 정부가 직접 관여하게 된 건 최근의 일에 불과하다. 더군다나 무샤라프 자신은 군에 있을 때에도 핵개발 정보에는 소외돼 있었고 이 문제에 관여하게 된 것은 사실상 집권한 다음 일이다.

    그 전부터 감은 잡고 있던 일이지만 1999년 10월12일 정권을 잡고 보니 칸박사가 해도 너무한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돈에 눈이 어두워 국가(파키스탄)가 위기에 처하는 줄도 모르고 핵 기술을 팔아넘겨왔던 것이었다.

    그러나 핵무기를 개발하면서 국민적 영웅이 됐던 그를 함부로 할 수 없었다. 그러던 차에 2003년 유엔 정상회의 자리에서, 좋은 관계로 지내던 조지부시 대통령이 조용히 'CIA 사람을 만나보라고 했다.' CIA는 파키스탄의 초기 원심분리기 설계도를 내놓았다. 그리고 그런 정보들을 기반으로 해서 칸 박사에 대한 전반적인 조사를 했고 많은 사실을 알게 됐다. 미국은 파키스탄이 아니라 칸박사의 연구소만을 상대로 제재를 가했고 그는 파키스탄 내에 연금됐다. 


    선입견 때문인지 몰라도 필자는 이 책을 읽은 뒤 칸 박사가 '국민적 영웅'의 자격이 있다는 생각을 했다. 우선은 핵무기를 만드는 프로젝트를 성공리에 마쳐 사실상의 핵보유국 대우를 받게 해줬기 때문이고, 두 번째로는 파키스탄 전체가 핵 확산국가의 오명을 쓰고 금수조치 등 각종 제재 조치를 받아야 했음에도 불구하고 어찌된 일인지 자기 한몸 연금되는 것으로 상황을 종결시켰기 때문이다.

    어떻게 국가적 차원의 관여가 없이 한 개인이 자신의 네트워크를 통해서 핵 관련 기술을 다른 나라에 팔 수 있단 말일까? 한 마디로 무샤라프의 책은 '일면의 진실'을 담고 있을지 모르지만 상당한 거짓도 포함하고 있음이 분명하다. 특히 무샤라프는 부시대통령과의 인연을 몹시 강조한다. 그와 신뢰와 공동의 관심을 기반으로 해서 관계를 발전시켜 왔다는 것. (I had developed a relationship with President Bush based on trust and common interests.)

    어쨌든, 그의 책이 얼마나 많은 비율의 진실을 담고 있는지 몰라도, 글의 결론 부분으로 가면 갈 수록 북한에 대한 언급이 많이, 자세하게 등장한다.

    무샤라프는 2003년 이전까지는 미국이 북한과의 핵협이 있는지 물었을 때 "재래식무기라면 협력관계가 있을지 몰라도 핵 기술은 절대 아니"라고 했다고 기록하고 있다. 무샤라프는 파키스탄 칸 박사의 핵 네트워크가 들통이 나게 된 주요한 계기를 2002년의 2차 핵위기로 묘사한다.  "더 한 것도 갖을 수 있다."는 당시 북한측이 발언이 '아마도 우라늄 농축 프로그램을 의미했던 것 같다.'는 친절한 설명도 잊지 않았다.

    무샤라프는 두바이에 근거를 두고 있던 칸 박사의 지하 네트워크(underground network)가 24기의 우라늄 농축을 위한 원심분리기(centrifuge)를 북한에 이전(transfer)했다고 기록하고 있다. 이 원심분리기는 P-I 그리고 P-II 타입이라고 한다. 이 뿐만 아니라 칸 박사가 유량계(flowmeter)와 원심분리기에 쓰이는 특별한 기름(special oils)도 제공했으며 더 나아가 1급 비밀에 해당하는 원심분리기 시설(top-secret centrifuge plants) 방문을 포함해 기술을 지도해줬다고 무샤라프는 밝히고 있다. 

    최근 칼럼에서 다룬 바 있지만, 셀리그 해리슨은 워싱턴 포스트에 기고한 글을 통해서 무샤라프가 그의 책에서 주장하는 이런 내용들이 과연 맞는 것인지 검증해 볼 필요가 있다고 주장한다. 개심하기 전 부시 대통령의 전략적 목표를 충족시키기 위해 일종의 거래가 있었던 것이 아니냐는 얘기다. 무샤라프는 책에서 칸 박사에 대한 조사내용이 미국이나 IAEA와 완전히 공유되고 있다고 했지만 셀리그 해리슨은 여러가지 풀어야 할 의문점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파키스탄은 칸 박사를 장막 뒤에 숨겨놓고 있다고 비판했다.

    그러나 한가지 분명히 해 두고 넘어가야 할 건 북한이 과거 우라늄 농축 프로그램을 시도했던 것 만큼은 부정하기 어렵다는 점이다. 다만, 필자의 추측엔 그 수준은 몹시 조악한 정도에 그쳤을 것 같다. 무엇보다 부품을 수입하려는 시도가 완전히 차단됐고, 그렇다고 원심분리기의 핵심인 '고속 로터'를 만들만한 능력을 북한이 갖고 있지 않기 때문이다. 결국 북한은 우라늄 농축계획을 포기했고 기껏 들여온 고강도 알루미늄관도 재래식무기에 재활용 하고 만 것이다. 그나마 크리스토퍼 힐의 미국 상원 청문회 발언을 분석해 보면 2가지 중 1가지는 제대로 작동도 안하는 상태라고 한다. 

    추측에 근거한 2단계 추측을 해보자면 이렇다. 자존심 하나로 버텨온 북한.. '조악한 원심분리기 몇개 들여오고 그걸 복사해서 우라늄을 농축할 계획이 있었던 건 사실이다. 그런데 부품을 구하지 못하고 기술도 없어서 결국 실패했다.' 이런 고백을.. 북한은 과연 할 수 있을까? 또 그 이후 벌어질 제네바합의 무효화에 따른 책임론을 북한은 견딜 수 있을까?

    작성일 : 2008.2.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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