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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마지막 시도? / 2008.03.04.
    북핵리포트 2007-2012 2015. 8. 15. 18:57

    지난해 “측근”이라는 제목의 라이스 국무장관에 대한 책을 낸 워싱턴 포스트 글렌 케슬러 기자가 지난 주 목요일(28) 워싱턴 한국대사관 코러스 하우스에서 한반도 문제에 대해 강연을 했다.  그는 초기 부시 행정부의 강경한 대북 정책이 북한의 핵실험을 전후해 전환점을 맞게 됐고, 지금은 행정부 내에서 북한문제가 ‘성과’를 거둘 수 있는 유일한 외교 분야라고 판단하고 있는 것 같다고 평가했다. 그러나 그는 우라늄농축 프로그램이나 북한-시리아 핵 협력설, 이 두 가지 문제가 상당한 난제라고 지적하면서, 부시행정부가 무턱대고 기준을 낮춰줄 가능성은 그리 높지 않다고 전망했다.

    그러나 글렌케슬러는 요즘 북한문제 보다는 뜨겁게 달아오르고 있는 미국 대선문제에 더 바쁜 것 같았다. 심지어 그는 강연에서 ‘오바마가 되든 매케인이 되는 현 정부의 대북기조가 크게 흔들리게 되는 것은 아닐 것 같고, 그래서 북한으로선 서두를 이유가 없을 것이다’는 취지로 말했는데 객석에 앉아있던 오버도퍼 교수가 ‘오바마는 몰라도 매케인은 몇 일 전 북한에 대해 상당히 강경한 발언을 했는데, 잘못 알고 있는 것 아니냐’는 핀잔을 듣기도 했다.

    글렌케슬러 기자를 탓하려는 게 아니다. 뉴욕필 공연을 계기로 엄청난 규모의 서방기자들이 평양에 들어갔고, 공연장에 성조기가 게양되고 ‘철천지 원수’ 미국의 국가가 연주됐으며 북-미 관계개선과 관련한 장밋빛 보도가 잇따랐지만 ‘우라늄농축 프로그램, 시리아-북한 핵협력설을 어떻게 신고할 것이냐’하는 문제에 발이 묶인 현재의 교착상태는 상당히 근본적인 장애이고, 상당히 많은 전문가들이 현실적으로 돌파구가 나오기는 상당히 어렵다는 판단을 하고 있는 게 엄연한 현실이라는 걸 말하고 싶은 거다. 

    또 하나, 이번에 워싱턴 포스트 기자로 북한에 갔던 블레인 하든(Blaine Harden)의 리포트를 보면서, 일반적으로 미국인이 ‘북한이라는 체제’를 얼마나 낯설고 엉뚱한 것으로 느낄까 하는 점도 새삼스럽게 마음에 와 닿았다. 평양시내, 거리, 사람들을 보는 하든의 시선은 시종 뒤틀려 있었다. 과연 미국인들에게 북-미 관계개선이란 건 어떤 의미일까? ‘언제든 지저분한 핵을 터뜨릴지도 모르는..’같은 수식어가 붙는, 이를테면 ‘위협’이 강조되는 맥락에서만 그나마 의미 있게 느껴지는 게 아닐까? 워싱턴 시각으로 목요일 오전 부시대통령 기자회견에 등장한 ‘김정일’도 크게 다르지 않다. 이를테면 ‘가까이 하고 싶지 않은 대상’이다. 

    라이스장관은 이번 동북아 순방 기간에 무척이나 시달렸다. 국무부 홈페이지에 올라온 기자회견 관련 스크립트가 5,6개는 되는 것 같았다. 다른 때 같았으면 기자들이 북한이슈 말고 다른 주제에 대해서 질문을 많이 던졌을 텐데, 이번 순방기간이 뉴욕필의 평양공연과 겹쳐서인지 유독 6자회담의 재개, 북-미 관계개선 문제에 대한 질문이 많았다.  라이스장관의 답변은 대체로 여행을 떠나기 전 가졌던 기자간담회에서 강조한 두 가지 축을 벗어나지 않았다.  신고는 완전해야 하며, 시리아-북한 핵협력 문제는 꼭 짚고 넘어가겠다는 의지의 표현이 그것이다. 

    그러나 중국의 후진타오와 회담을 마친 뒤에 라이스장관의 발언엔 좀 더 구체적인 내용이 들어갔다. 27일 그녀는 동행한 기자들과의 간담회를 통해 “핵신고의 형식이 어던 것인지, 또 분량이 얼마나 될지, 또 신고문건을 들고 얼마나 서로 왔다갔다 해야 하는지 등등에 대해선 그리 우려하지 않는다.” ( I really -- I really have less concern about what form it takes or how many different pieces of paper there may have to be or how many times it may have to go back and forth. )

    최근 보도됐던 여러 가지 ‘변형 신고’방안 가운데 어떤 것이 논의되는지 분명치 않지만, 지금의 교착상태를 돌파할 의지를 충분히 가지고 있다는  발언인 것이다.  자유라디오방송(RFA)은 라이스장관의 이 발언과 익명의 외교전문가를 인용하면서, 미국이 ‘비밀 핵신고’를 추진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비밀핵신고’란 무엇일까? 김정일 국방위원장은 과거 방북한 고이즈미에게 일인 납치 문제를 통 크게 시인했다가 대단한 역풍을 맞은 바 있다.  농축우라늄 문제나 시리아-북한 핵협력 문제도 마찬가지다 ‘신고’가 문제가 아니라 신고 뒤에 따를 ‘책임’이 더 크다.

    예를 들어 북한이 우라늄농축프로그램을 추진했다는 걸 시인한다면 꼼짝없이 국제사회에서 제네바 합의를 깬 장본이 돼야 하는 것이고, 이를테면 ‘시리아 시설이 이스라엘에 의해 폭파될 당시 북한 핵 과학자가 핵 기술을 이전하고 있었다.’는 사실이 밝혀질 경우, 북한은 한 편으론 6자회담을 진행하면서 다른 한편으로는 몰래 핵기술을 이전하는 2중 플레이를 했다는 비난을 면키 어렵다.  따라서 ‘미밀 핵신고’라는 아이디어는 성당의 사제가 신도의 고백을 비밀로 해주듯이 북한이 신고를 하면 그 신고의 내용을 일정기간 비밀에 부치고 책임을 묻지 않겠다는 우회로인 것이다.

    한 가지 눈여겨볼 대목은, 국무부가 ‘미밀 핵신고’의 아이디어를 추진한다는 게 사실이라면 왜 이번 순방기간을 전후해서 시리아-북한 핵협력에 관한 정보사항을 6자회담 관련국에 알려줬을까 하는 점이다. 라이스장관은 27일 간담회에서 “중국과 나눈 핵확산 정보사항을 일본과도 공유할 거냐?”는 기자의 질문에 “이미 공유 했다.”고 답했다. ( Q : Have you shared intelligence with the Chinese on proliferation and will you do the same with the Japanese?  Rice : We have had -- I won't talk about intelligence matters. But we have had pretty extensive discussions with all of the members of the six parties about some of the concerns that we have, including with the North Koreans, by the way. )   

    요컨대, 라이스장관은 이번 동북아 순방에서 북핵문제의 돌파구를 마련하는데 총력을 기울인 듯하다. 그러나 지난 번 칼럼에서 언급했듯 그녀는 ‘당근’만을 가지고 간 것이 아니라 ‘채찍’도 함께 가져간 듯하다. 마지막일지 모르는 시도이기 때문이다.

    지난 칼럼에서 언급한 바 있듯 시리아-북한 핵협력 문제와 관련해서는 부시 행정부 내에서 강력한 정보통제가 이뤄졌었다.  그런데 라이스장관은 이 확산(proliferation)과 관련된 정보를 관련국과 공유했다. 특히 일본과도 이 정보를 나눴다는 건 어느 정도의 ‘유출’을 각오한 행동이 아닐 수 없다.

    미국은 테러지원국 리스트를 매년 4월에 발표한다. 지금이 벌써 3월. 미국 국무부가 밝히는 2단계(핵시설 불능화, 핵 프로그램 신고 / 테러지원국리스트 해제, 적성교역국 대상 해제) 넘어 3단계로 나가기 위해선 정말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는 얘기다. 이번 순방기간 동안 기자들은 라이스장관에게 혹시 공화당 부통령 후보로 나설 생각이 없냐고 물어봤었다. 라이스는 ‘해야 할 일이 많다.’고 하면서 6자회담 얘기를 했다.  아닌 게 아니라 라이스가 부통령 후보로 나서기 위해서라도 뭔가 국무장관으로서 성과가 있어야 하는데, 그 성과를 만들어내는 길은 4월 미국의 테러지원국 리스트가 발표되기 전에 북한과 신고문제를 담판을 짓고 진전을 이뤄내야만 한다.

    북한은 어떨까? 뉴욕필의 평양공연 당일까지도 평양에서 6자회담 수석대표 김계관이 밝힌 북한의 입장은 ‘신고 문제에 있어 플루토늄과 나머지 두 가지 이슈를 분리하자’는 것이었다. 일본 마이니치에 따르면 김계관은 방북한 미국 인사들에게 북한의 시리아에 대한 핵확산 의혹과 우라늄 농축문제를 “신속히 해결하는 게 곤란하다. 처리를 뒤로 돌렸으면 한다.”고 밝혔다는 것. 

    일단 지난 주말 베이징을 무대로 열릴 것으로 예상됐던 크리스토퍼 힐과 김계관의 회동은 성사되지 못했다. 그러나 지난 2일 크리스토퍼 힐은 기자들을 만나, “뉴욕채널을 통해서 대화가 있었다.”면서 3월중으로 뭔가 돌파구가 마련되길 기대한다는 속내를 숨기지 않았다. 그리고 베트남 방문 일정을 축소하고 본국으로 서둘러 돌아갔다. 

    아마도 미국은 북한 내에서 모종의 의사결정이 이뤄지길 기다리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그리고 결론이 어느 쪽으로 나오건 간에 오래지 않아 그 '결론'이 어떤 것이었는지 신호가 감지될 수 있을 듯 하다.


    [참고]

    △ 글렌 케슬러 KORUS 강연

    http://www.koreaembassy.org/han_newspress/event_view.asp?page=1&eventid=402

    △ 워싱턴 포스트 블레인 하든(Blaine Harden) 기사

    http://www.washingtonpost.com/wp-dyn/content/article/2008/02/29/AR2008022904183.html

    △ 부시대통령 28일 기자회견

    http://www.whitehouse.gov/news/releases/2008/02/20080228-2.html

    △ 라이스장관 27일(서울시간) 기자간담회

    http://www.state.gov/secretary/rm/2008/02/101385.htm

    △ RFA, 미국 비밀 핵신고로 돌파구 마련 기대

    http://www.rfa.org/korean/simcheongbodo/2008/02/28/us_nuke_report/

    △ 마이니치 신문, 북한 우라늄농축문제 미국에 분리 요구 

    http://www.mainichi.jp/select/world/asia/news/20080302k0000m030113000c.html

    △ 크리스토퍼 힐 3/2 중국 발언

    http://www.state.gov:80/p/eap/rls/rm/2008/03/101598.htm

    △ 이명박 대통령 취임사 (2/25)

    http://www.bluehouse.go.kr/kr/president/speech/speech_view.php?uno=6

    △ 유명환 외교통상부장관 국회 인사청문회 (2/27)

    http://likms.assembly.go.kr/kms_data/record/data2/271/pdf/271cd0006b.PDF#page=1

    △ 조선신보 : "리념과 실용주의는 대치관계에 있지 않다." (2/29)

    http://www.korea-np.co.jp/news/ViewArticle.aspx?ArticleID=304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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