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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암전(暗轉).... 그리고 조명이 켜지면. / 2007.05.02.
    북핵리포트 2007-2012 2015. 8. 15. 16:42

     “큰일을 앞두고 갑자기 깜깜해 지는 때가 있다. 바로 지금이 그런 때 이다.”

    외신을 통해, 6자회담 관련국 당국자 발언을 통해서 하루가 멀다 하고 흘러나오던 방코델타 아시아 북한자금 문제 소식이 이번 주 들어 갑자기 뜸해졌다. 지난 월요일(4.30) 정통한 고위 소식통은 ‘이번 주가 분명 고비가 될 거’라면서, “깜깜해 지는 때”가 바로 지금이라고 말했다. 암전(暗轉 - a dark change). 조명이 꺼지면, 관객은 어둠 속에 놓이게 된다. 그러나 그 어두움 속에서 관객들은 새로운 무대를 위한 더 많은 움직임을 미루어 짐작하게 된다.

    그렇다면 지금 물밑으로 진행되고 있는 일들은 어떤 것들일까?

    방코델타 아시아 52개 계좌로 분산돼 있던 북한 돈은 마카오나 홍콩, 중국 등 중국 역내의 한 금융기관의 단일 계좌로 이체된다. 이건 지난달 미국 재무부의 조치로 해외 직-간접 거래가 완전히 끊긴 BDA의 문제를 우회해 “제3국으로 송금이 가능해야 한다.”는 북한의 요구를 반영시키기 위한 해법이다.  또 하나, 이렇게 계좌가 하나로 합쳐지는 과정에서 북한의 금융기관, 기업체, 개인, 마카오인 등으로 이뤄진 52개 계좌의 복잡성, 그리고 WMD(대량살상무기)나 마약, 담배위조, 돈세탁 등에 활용됐다는 일부 계좌의 불법성이 자연스럽게 희석된다. 

    이런 가볍지 않은 “우회로”의 의미 때문에, 이 과정에 거치게 될 금융기관은 영원히 베일 속에 가려질 수도 있다는 게 정통한 소식통들의 전언이다. 필수적으로 “문제가 있는 북한돈이 거쳐 가더라도 문제를 삼지 않겠다.”는 미국 재무부 당국의 보장이 있어야 할 걸로 보이는데, 이런 초법적인 절차가 있었다는 건 ‘법질서에 부합하게 문제가 풀려야 한다’고 강조해왔던 미국 입장에선 밝히기 어려운 일인데다, 북한 입장에서 보더라도 이 과정을 공개하는 건 스스로의 얼굴에 침을 뱉는 일이기 때문이다.  

    이렇게 우회로를 거친 북한자금은 역외, 제3국의 계좌로 송금된다. 이때 제3국의 금융기관은 꼭 하나일 필요는 없다. 다시 말해 위험성(risk)이 어느 정도 줄어든 북한자금은 북한의 필요에 따라서 지금 거론되고 있는 동남아(싱가포르, 베트남, 몽골 등) 뿐만 아니라 유럽의 계좌로도 복수 송금될 가능성이 있다.

    가장 좋은 그림은 내일(5.3) 이라크 재건을 위한 국제회의 때문에 한 곳에 모이게 되는 한-미 외교장관이 회담을 하는 시점까지 계좌이체와 송금 절차가 마무리 되는 것이다. 그러나 아직 서울과 워싱턴의 정통한 소식통들은 “확신”을 갖고 있지 못한 것 같다. 해결로 가는 얼개는 만들어졌고, 또 계좌이체나 송금이란 행위 자체가 여러 날이 소요되는 건 아니지만, 이 초법적인 절차가 도중에 어떤 난관을 만나게 될지 아무도 알 수 없기 때문이다. 두 번째로 북한이 원하는 방법으로 송금까지 완료됐을 때 “곧바로 2.13 합의 이행에 나서겠다.”고 북한이 선언하게 될지 여부가 불확실하기 때문이다.

    당초 2.13 합의에 의해서 5메가와트 흑연감속로 등 영변 핵시설을 폐기하기로 했던 시한은 벌써 20일 가까이 지났다. 그러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미국의 보수언론들이 라이스나 크리스힐을 몰아세우지 않고 생각보다 잠잠히 참고 있는 건 BDA해법이 곧 실행에 옮겨지리라는 정보가 공유되고 있기 때문인 듯하다. 실제로 워싱턴의 한 소식통은 “미국 국무부가 북한의 자금이 송금될 제3국 금융기관이 정해졌다는 사실을 비공식적으로 확인해준 바 있다.”고 말한다. 

    여전히 불확실성이 완전히 제거된 상태는 아니지만, 19개월째 6자회담의 발목을 잡아왔던 그 지긋지긋한 BDA문제는 마침내 ‘마지막 장’(Last Stage)에 도달한 듯하다. 그리고 이젠 북한이 행동을 보여야 할 때가 온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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