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류 전체보기
-
6자회담 5차3단계 회의 취재기 (3) / 2007.02.22북핵리포트 2007-2012 2015. 8. 15. 12:40
알을 깨고 나온 병아리는 몇일까? 해외출장이 다 그런 건지는 몰라도 북경 6자회담 출장은 언제나 일과 쉼의 경계가 모호하다는 문제가 있다. 프레스센터가 우리가 묵는 메리엇 호텔 2층에 마련돼 있기 때문에, 잠이 깨서 일어나면 곧바로 일이 시작되는 그런 구조인 것. 게다가 당국자의 설명은 한국 시간으로 저녁 9시 전후, 크리스 힐이 숙소에 돌아가서 한 마디 하길 기다리려면 적어도 밤 10시가 11시는 돼야 하기 때문에, 아침뉴스 리포트까지 만들면 1시는 넘어야 일이 끝난다고 보면 된다.어쨌든 전날의 피로가 다 풀리지 않은 몽롱한 상태에서 회담 이틀째를 맞게 됐다. 초안은 밤늦은 시각에 각 대표단에 도착이 됐고 밀고 당기는 협상, 진짜 협상이 이틀째 날부터 시작되는 거였다.내가 베이징 출장을 가면서 품었던 ..
-
6자회담 5차3단계 회의 취재기 (2) / 2007.02.22.북핵리포트 2007-2012 2015. 8. 15. 12:38
지나친 과속?첫날, 개막식도 없이 바로 협의에 들어갈 거라고 전망했던 내 아침 리포트가 무색하게 수석대표회의 이후 간단한 개막식을 여는 것으로 6자회담이 시작됐다. 뒷얘기를 들어보니 ‘의전’을 신경쓰는 중국이 ‘이왕 하는 거, 개막식을 하는 게 여러모로 좋지 않겠냐’고 우겼다고 했다. 회담은 초장부터 속도를 내고 있었다. 중국이 하루 이틀 내 초안을 돌릴거란 얘기가 들렸다. 서울의 당국자는 “그럴 것”이라고 확인했다.외교부 취재는 대개 뻔히 그러리라 논리적으로 추측이 가능한 부분이 많지만, 그렇다 해도 당국자의 “그렇다”는 말을 직접 들은 뒤에야 기사를 쓸 수 있다.법조 출입 기자, 특히 대검찰청이나 서울중앙지검 등 검찰을 출입하는 기자들은 형사소송법을 숙지하면서, 검사들의 수사상황에 대해 추론을 하고 ..
-
6자회담 5차3단계 회의 취재기 (1) / 2007.02.20.북핵리포트 2007-2012 2015. 8. 15. 12:33
북경에 출장가서 서울에 전화하기 이번 6자회담에선 뭔가 합의가 만들어질 것이란 예상은 누구도 알 수 있는, 더 이상 비밀이 아닌 사실이었다. 베를린 북-미 접촉을 통해서 ‘일정한 합의’가 만들어졌다는 사실을 크리스 힐과 북측이 이미 공개한 바 있고, 북한이 그토록 집착했던 BDA문제에 대해 침묵하고 있는 건 그 문제에 대해 어떤 방식으로든 해결될 것이란 약속이 이미 북-미 사이에 이뤄졌기 때문으로 밖에 해석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그러나 구도가 너무 뻔했기 때문에 오히려 취재를 하고 기사를 쓰기엔 더 어려웠다. 북한은5메가와트 원자로 등 영변 핵시설에 대해선 가동을 중단하겠다는 정도의 의사표시는 이미 했다는데, 그 대가로 얼마나 대체에너지를 줄 것인지. 그리고 분명히 베를린 접촉에서 북-미 관계정상화와 관..
-
짧은 산책 / 2007.02.10.북핵리포트 2007-2012 2015. 8. 15. 12:30
본래 중국 황제들이 쉬어가는 행궁으로 사용됐다는 댜오위타이(釣魚臺)는 약 800년의 역사를 자랑한다. 특히 명나라 영락제, 그리고 청나라 건륭황제가 이곳을 애호했다고 한다. ‘물고기 잡는 곳’이란 이름이 붙게 된 것은 금나라 장종(章宗) 황제가 이곳에서 낚시를 즐겼기 때문이라고 한다. 현재 외교부 산하 기업형태로 운영되고 있으며, 중국을 방문한 국가 정상과 수행원의 숙소로 사용된다. 우리나라로 치면 아주 넓은 영빈관인 셈이다.우리는 이곳을 표현할 때 대개 ‘조어대’라는 한자 발음을 써서 읽는데, 북한은 그 뜻을 따서 ‘낚시터’라고 부른다. 어느 표현이 적절한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주중 대사관의 한 관계자는 자기가 생각 없이 이 표현의 차이와 관련해서 가볍게 얘기를 꺼냈다가 아주 난처한 상황을 맞은 일이 ..
-
자금성, 권력, 구리항아리 / 2007.02.01.북핵리포트 2007-2012 2015. 8. 15. 12:27
6자회담 취재 때 한국 기자들이 묵는 숙소는 항상 정해져 있다. 댜오위타이에서 약 20분 정도 거리에 있는 메리어트 호텔로 별이 많이 붙은 곳이지만 취재여건으로 따져본다면 그리 좋은 편이 아니란 평가가 냉정할거다. 이를테면 터 잡고 있는 ‘위치’가 문제였다.북경이란 곳은 자금성을 중심에 놓고 2환, 3환, 4환 이런 식으로 순환고속도로가 마치 토성의 고리처럼 두른 형태로 배치돼 있다. 기자들의 취재 동선을 따져 본다면, 특파원들의 사무실이 몰려있는 외교단지, 크리스 힐 등 미국대표단과 일본 대표단이 숙소로 쓰는 세인트 레지스 호텔, 그리고 우리 대표단이 본부로 쓰는 중국대반점 이런 시설들은 몽땅 천안문 광장의 오른쪽에 위치해 있다.그런데 메리어트 호텔은 댜오위타이와 가깝긴 하지만 정 반대인 천안문 광장의..
-
물고기 잡는 곳 댜오위타이 / 2007.01.28북핵리포트 2007-2012 2015. 8. 15. 12:26
1월 25일, 예상은 보기 좋게 빗나갔다. BDA실무그룹 회의가 열린다는 소식은 그 어디에서도 들려오지 않았다. 사실 내가 송민순 장관과 동행해 중국에 가기로 했던 건 송 장관의 방중 그 자체도 의미가 있었지만 BDA 회의가 그 즈음에 열릴 걸로 예상이 됐었기 때문이었다. 이를테면 님도 보고 뽕도 따고 1석 2조의 효과를 노리려 했던 출장이었던 것이다. 결과적으로 그른 예측과 판단을 한 것이지만 그 기준이 그냥 단순한 추측 정도는 아니었다. 출장여부를 결정할 당시 정통한 국내 고위 당국자들도 BDA실무그룹 회의가 22일주 후반에는 열리게 될 것이란 얘기를 직, 간접적으로 했었기 때문이다. 출발 당시부터 약간은 맥이 빠지는 출장이 될 거란 생각이 들었다.물론 장관이 돼서 처음 중국에 가는 송민순 장관은 할..
-
정상간의 말싸움 가능할까? / 2007.01.20.북핵리포트 2007-2012 2015. 8. 15. 12:23
지난 14일, 필리핀 세부에서 한.중.일 정상이 회담을 가졌다. 북한 핵 문제를 비롯한 국제 및 지역 이슈, 정치·외교적 사안에 대한 긴밀한 대화와 조정을 수행하기 위해 3국 외교부간 고위급 정책협의체를 구축하기로 했다고 한다. 그런데 정작 기사가 된 건 이 정상회담의 내용이 아니라 정상회담 뒤 있었던 만찬에 노무현 대통령이 불참했다는 사실이었다. 특별한 사정이 없이 공식 일정에 불참하는 건 외교적으로 큰 결례이고, 과거 노무현 대통령이 이런 모습을 보인 일도 없었기 때문이다.그 다음날인 15일자 언론엔 이 정상회담에서 한-일 정상 간에 날카로운 신경전이 벌어졌고, 그것이 이후 만찬 불참 사태에 한 원인이 됐다는 내용이 소개됐다. 정부의 한 관계자가 “한.중.일 정상회의에서, 일본인 납치문제를 공동발표문..
-
아는 만큼 들린다 / 2007.01.15.북핵리포트 2007-2012 2015. 8. 15. 12:21
외교통상부 취재를 하라는 발령을 받고 이틀째 되는 날, 한 간부가 초대한 저녁식사 자리엘 가게 됐다. 한-미 관계를 담당하는 국장이었는데 일찌감치 약속장소에 도착한 터라 그 간부의 얘기가 잘 들릴 수 있는 자리에 앉을 수 있었다. 이런 공개된 자리에서 뭔가 중요한, 기사가 될 만한 얘기가 나올리는 만무하다고 생각했지만 아무래도 외교부 간부를 처음 만나는 자리라 난 상당히 긴장했었다.당시 한 편으로는 고이즈미의 야스쿠니 신사참배로 한-일 관계가 뜨거웠고, 한-미 관계에서는 전시작전통제권 전환 문제가 막 논란이 되기 시작할 때였다. 자리에 앉았는데, 기자들이 밥을 먹으러 온 건지 질문을 하러 온 건지 여러 가지 얘기를 그 간부에게 묻기 시작했다. 물론 다른 출입처에서도 익히 봐왔던 광경이긴 하지만 난 너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