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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BDA 어디까지 왔나 / 2007.04.23.
    북핵리포트 2007-2012 2015. 8. 15. 16:16

    BDA문제와 관련해 아주 혼란스런 신호가 여기 저기서 나오고 있는 상황입니다. 담당 취재기자로서 저 역시 이 일이 어떻게 풀리게 될지 방향을 예측하기가 상당히 어렵고, 그래서 자칫 잘못하면 완전한 오보를 할 수 있는 조건이지만, 스스로 답답한 마음에 정리를 해보기로 했습니다.

    미국 재무부가 BDA문제에 대해서 조사결과를 최종 발표한 건 현지시간으로 지난 3월14일, 6자회담 기간중에 글레이저 부차관보가 북측과 논의를 거쳐서 일종의 '시방서'를 공개한 것은 북경시간으로 3월19일이다. 그리고 한 달이라는 시간이 흘렀다. 6자회담 2.13합의에 따르면 4월14일에 북한이 영변 핵시설을 폐쇄하고, 이 대가로 한국이 초기선적분 중유 5만톤을 북한에 보내기로 돼 있었는데 이런 약속들이 BDA 문제에 발목이 잡혀 이행되지 않고 있다.

    미국은 지난 4월10일, 크리스토퍼 힐이 방한했을 당시 美 재무부와 마카오 당국의 발표를 통해 'BDA내 북한 자금이 언제든 찾아갈 수 있게 됐다'고 발표했고, 우리 정부 당국자들은 "2005년 9월 이전 상태로 돌아간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에 대해 북한은 초기조치 이행시한 하루 전인 4월13일,  외무성 대변인의 언급을 통해 '해당금융기관이 곧 확인할 것'이라고 언급했고, 이어 일주일 뒤인 4월20일엔 IAEA측 문의에 대해 답장을 보내는 형식으로 조선중앙통신에서 "우리 금융기관과 마카오 방코델타 아시아 은행간에 실무협의가 진행되고 있다"고 밝힌 바 있다. 

    현 상황에서 언론들을 통해, 정부 당국자를 통해 전해지는 신호들은 다소 혼란스럽다. 그리고 그 혼란스러움은 주로 일본언론, 외교부 밖 정부 관계자들의 발언에서 비롯되는 것으로 추정된다. 일본의 요미우리나 아사히 신문 등은 "지난 17일 부터 북한자금을 제 3국(동남아의 금융기관)으로 송금하는 절차가 진행되고 있다."고 한데 이어, 23일자에는 "송금을 시도했으나 중단됐다"고 보도했다.  앞서 블룸버그통신은 16일,북한 대동신용은행(영국계 자금이 인수했다는)의 대외창구인 매카스킬 인터뷰를 통해 매카스킬이 북한의 대리인 역할을 할 것이며, "북한자금이 외국은행으로 송금 가능한지 확인해 볼 것"이란 기사를 내보낸 바 있다.

    20일을 전후해서 일부 언론은 "소식통"을 인용해서 중국이 북한을 설득하는데 더 이상 자신이 없어하고, 그래서 중국을 방문한 우리 당국자에게 "미국의 결단이 필요하다"는 취지의 발언을 했다고 보도했다. 그리고 "이는 미국이 BDA에 대한 조치를 철회해 줄 것을 기대한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이란 기자의 해석을 달았다. 20일 당시, MBC가 취재한 고위 당국자는 이 기사와 관련해, "중국이 속 마음으로는 그런 생각을 할지 몰라도 그런 발언을 우리측해 했는지 여부는 알지 못한다"고 언급했다. 몇일 뒤, 이 기사에 언급된 당국자는 "이 같은 보도가 사실과 다르다"고 공개석상에서 발언했다.  

    정부 당국자들은 일본언론의 보도에 대해, "내가 알지 못하는 것을 일본 언론이 보도한다는 건 이해할 수 없는 일"이라면서 강하게 부정하고 있는 상황이다. 또 지난 3월 미국 재무부의 발표에 대해 대변인 논평을 통해 부정적인 입장을 비췄던 중국정부는 최근 비슷한 맥락의 발언을 삼가고 있고, 17일 정례브리핑에서 "실무적인 절차가 진행되고 있다"고 밝혔다. 정부 고위관계자는 23일, MBC기자를 만나, "BDA문제는 시간의 문제일 뿐"이라고 언급했다. 미국 국무부도 20일 기자들과의 간담회에서 20일 북한측 발표에 대해 "분명히 긍정적인 신호"라고 평가했다.

      ▲ 美 재무부 Final Rule의 실체... 현금인출과 송금 어떤 차이인가 ?

    미국 재무부가 3월 14일 발표한 Final Rule(참조: http://blog.naver.com/eye4all/20035943411 )은 크게 3가지 줄기로 가닥을 잡아볼 수 있다. 하나는 BDA는 더 이상 다른 나라와의 국제금융거래를 할 수 없다는 분명한 선언이고, 두 번째는 미국이 북한의 불법행위 만큼이나 스탠리 아우로 대표되는 BDA의 경영진에 대해서 돌이킬 수 없는 심각한 불신을 갖고 있다는 점이며, 마지막으로는 미국이 마카오 당국이 조사가 진행되는 과정에서 취한 조치들을 '의미 있는 것'으로 평가함과 동시에 BDA를 완전히 고립시키는 것이 국제금융시장에서(특히 마카오 금융시장에서) 별다른 여파를 만들어내지 않을 것이라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는 점이다. 이 같은 내용은 4월18일 미국 재무부 글레이저의 하원 청문회에서도 그대로 재확인된다.

     방코델타아시아은행에 대한 미국의 조치는 이른바 '애국법 311'조에 기초하고 있다. 그리고 이 법의 목표는 근본적으로 돈세탁 등 범죄행위에 관여된, 테러행위와 연관이 있을지도 모르는 자금 그리고 그 자금을 취급한 금융기관을 국제금융시장에서 완전히 고립시켜서 금융기관의로서의 의미를 상실하게 하는 데 있다. 이렇게 되면 해당 금융기관은 필연적으로 청산이나 제3자 매각의 과정 - 예금주로 보면 자신의 예금을 제대로 보호받기 어려운 -을 거치게 되기 때문에, 자금주는 필연적으로 예금 전체를 고스란히 찾기도 어려울 뿐더러 불법자금이란 낙인이 찍히기 때문에 '마대자루'에 돈을 넣어 다니지 않는 이상 그 돈을 국제금융 시스템을 통해서 사용하는게 어려워진다. 3월14일 재무부 보고서는 미국과의 Correspondent Account 관계는 물론, 제 3국을 경유한 Correspondent Account 관계도 안된다고 분명히 규정하고 있다.  

     그런데 美 재무부는 이같이 강력한 제재 조치를 내리면서 보고서의 많은 부분을 BDA 경영진의 문제를 설명하는데 할애하고 있다. BDA가 자기들은 '불법행위를 저지른 적이 없다'고 변명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BDA의 경영진은 북한의 불법행위에 관계된 계좌는 물론 그 외의, 북한과 관련되지 않은 의심스런 자금들에 대해서도 문제가 있다는 걸 뻔히 알고 있으면서도 높은 수수료를 받기 위해서 아주 오랬동안 취급해 왔다는 것. 특히 美 재무부는 미국이 이런 조사를 진행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BDA가 내부적으로 문제를 바로잡기 위해서 내부 개혁조치를 취하는데도 큰 노력을 기울이지 않았다는 점을 밝히고 있다. 당초 3월14일 재부부의 발표가 나왔을 때 일각에서 "북한은 가만 두고 BDA만 희생양으로 삼느냐"는 지적이 있었는데, 재무부는 보고서를 통해 '그걸 희생양이라 표현하기엔 스탠리 아우에겐 심각한 문제가 너무 많다'고 얘기하는 것이다.  

     반면 미국은 마카오 금융당국의 조치들에 대해서는 높이 평가하고 있다. 마카오는 IMF를 거치면서 우리나라 재경부 산하에 만들어진 바 있는 금융정보분석원(FIU)과 유사한 조직을 만들고, 거액의 현금거래에 대해서 모니터링을 하는 시스템도 갖춘 것으로 나와있다. 또 미국은 "BDA가 워낙 의심스런 거래들, 냄새나는 고객들을 취급해 왔기 때문에 BDA가 망하더라도 마카오의 금융시스템, 그리고 국제 금융시스템에는 충격을 주지 않는다"고 평가했다. 이를테면 적어도 표면적으로는 "BDA의 스탠리 아우" 그리고 "마카오 당국, 그리고 마카오의 금융시장"을 분리해서 대응하고 있는 것이다. 

     정리해 보자면, 지난 4월10일 발표된 미국의 최종해법은 미국으로선 더 이상 물러설 수 없는 최후통첩임이 분명하다. 외교부 밖 우리 정부 일각에선 미국의 "정치적 결단"이 필요한게 아니냐, 다시말해  'BDA에 대한 미국의 Final Rule을 취소해 줘야 하는 것 아니냐'는 얘기가 나오고 있는데, 이는 "법질서"를 존중하는 미국 사회에서 어떤 강력한 지도자라도 해낼 수 없는 일임이 분명하다.

     두 번째로, BDA는 현재 (사실은 2005년 9월 이후) 미국과의 직접적인 코레스 관계는 물론, 제 3국을 통한 코레스 관계도 차단되고 있기 때문에, BDA 계좌를 통해서 제 3국으로 송금하는 건 사실상 불가능해 보인다. 이와 관련해 4월13일과 20일 북한측의 공식 발표를 뜯어보면, "송금"이라는 표현은 들어가 있지 않다. 다만 20일 조선신보가 '지금 BDA가 이렇게 어려움을 겪게 되는 건 이 문제의 본질이 북한측에서 언급한 바 국제금융시장에서 북한을 고립시키려는 미국의 적대시정책 탓인데, 이 핵심을 바로 보지 못하고 금융기술적인 문제로 파악한 데 있다'고 지적한 바 있는데, 이 조선신보 기사에서도 '그래서 당장 국제금융거래가 가능하게 만들어야 한다'고 하지 않고, "결과적으로 조선의 정상적인 금융거래를 보장하는것으로 되여야 한다."라고 밝히고 있다.  기자의 과도한 추측일 여지도 배제할 수 없지만, 조선신보가 "결과적으로"라고 표현한 건 이 문제가 '당장' 해결될 일이 아님을 북한이 인지하고 있고 '시일이 걸리더라도 해결될 수 있으면 좋겠다'는 정도의 의사를 표현하고 있는 게 아니냐는 해석을 낳게 한다.   

     세 번째로, BDA 경영진의 발버둥에도 불구하고, (4월16일 로펌 "Heller Ehrman"을 선정해 미국에 대해 BDA는 잘못이 없고, 미국 재무부의 Final Rule엔 구체적 증거가 결여돼 있다고 문서를 보낸 바 있음) Final Rule에 나타난 미국 재무부의 분노로 볼 때, 미국은 결코 BDA의 '스탠리 아우'회장이 계속 BDA를 소유하게 놔두지는 않을 것이란 결론이 가능하다. 이와 관련해 몰리 밀러와이즈 미국 재무부 대변인이나 국무부의 대변인들은 이 문제가 'BDA 주인이 바뀔 경우 달리 생각해 볼 수 있는 문제'란 점을 시사한 바 있다.

     ▲ 베일에 쌓인 매카스킬... 일본 언론, 요미우리나 아사히, 도쿄신문의 보도의 배경은 ?

     16일, 매카스킬의 인터뷰 기사가 블룸버그를 통해 나왔을 때 당국자들의 반응은 분명치 않았다. 매카스킬이 실제로 북한의 대리인 역할을 하면서 인출이나 송금이 실제로 가능한지 확인할 수도 있지 않겠냐는 걸 "하나의 가능성"으로 상정했던 것으로 보인다. 마카오에 일본언론들의 취재열기가 후끈 달아오른 상황에서, 북한 정권이 직접 확인하는 것 보다 매카스킬을 통해서 하는게 일종의 "완충지대"를 만드는 것일 수 있고, 또 만약 매카스킬 - 북한으로부터 대동신용은행을 인수했고, 그 명의로 BDA에 예치돼 있는 700만달러가 불법행위와는 전혀 관계 없는 돈이라고 주장해왔던 - 이 자기 돈만 챙기는게 목적이면, 언론에 대고 그렇게 떠들게 아니라 조용히 절차를 진행했을 것이란 판단 때문이다.

     그러나 정통한 정부 당국자는 3일 뒤인 4월19일 백그라운드 브리핑을 통해, "매카스킬이 송금에 성공한다 하더라도 그것을 북한자금을 송금했을 때 성공할 수 있는지가 확인됐다는 걸로 볼 수 없다."고 분명히 밝혔다. 행동의 주체가 다를 뿐만 아니라 (영국 금융계 인사 / 북한정권), 그 돈의 성격도 전혀 다른 것으로 국제 금융기관이 판단할 수 있기 때문이란 설명이었다. 또 매카스킬의 행적이 묘연한 가운데 도쿄의 정부 밖 소식통은 "매카스킬이 말하길 '북한에 대해 송금이 되는지 여부를 확인해야 할 거라고 조언을 했는데, 북한이 이를 받아들일지 모르겠다.'고 했다"고 전했다.     

     전술한 대로 17일 시도가 있었고, 시도는 실패했다는 잇따른 일본언론의 보도는 구체적인 소스가 없이 그냥 "창작한 것"으로 보기 어렵다. 기사에서 소스로 인용된 건 "중국의 무역관계자"(아사히), "북한 은행관리"(요미우리) 등으로 다양한데 마카오에 엄청난 취재진을 보낸 일본언론들이 누군가로부터 BDA와 관련된 소식을 들었음이 분명하다. 또 그 소식이 우리 정부 당국자의 부정에도 불구하고 20일 속보 형식으로 나왔다는 점에서 일면의 진실을 담고 있는 걸로 보인다.

     어디까지나 기자의 추측이지만, 매카스킬은 북한에 대해 '송금 해봐야 진짜'라고 조언을 하긴 했는데, 그의 행동은 어디까지나 자기 돈이라고 주장하고 있는 700만달러를 찾기 위한 독자적인 움직임으로 봐야 할 것 같다. 우리 정부는 '이 움직임이 혹시 북한의 대리인으로서의 움직임이 아닌가'하는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았는데 임성남 북핵기획단장의 방중으로 그게 아니란 걸 확인했을 것이다. 그리고 그 이후에도 계속 나오고 있는 일본 언론들의 보도는 매카스킬쪽의 움직임을 북한쪽의 움직임인 것으로 잘못 보도하고 있는 것일 가능성이 높다. 이렇게 볼 때 16일의 당국자 반응, 19일 정통한 정부당국의 설명, 그리고 계속되고 있는 일본 언론들의 보도가 서로 모순되지 않고 설명이 된다.

    ▲ 핵심... 북한의 금융기관과 마카오 방코델타 아시아의 실무접촉은 무얼 의미할까?

     핵심중에 핵심은 결국 북한이 20일 밝힌 바, "지금 우리 은행과 마카오아시아델타은행사이에 문제해결을 위한 실무적 교섭이 활발히 진행되고 있다."는 발언의 의미는 무엇이냐로 귀착된다. 정부당국자는 21일 전화통화에서, 가장 key가 되는 건 조선중앙통신의 보도라면서, 그 발언을 "문자 그대로 보라"고 언급했다. 이어, 우리 정부가 그 "실무접촉"의 내용에 대해 파악하고 있다고 했다.

     우선 "북한과 BDA와의 실무접촉"이라는 "주체"에 관한 언급을 통해, 지금까지 상정했던 가능성들 가운데 송금쪽에 맞춰졌던 관점을 다소 보정할 필요가 생긴다. 

     만약 "실무접촉"이 제 3국 송금에 관한 문제라면 거론이 돼야 할 주체는 ① Final Rule을 내놓은 미국 재무부, 결국 송금을 하게 되면 거처야 할 ② BOC등 중국 금융당국이나 금융기관 혹은 직접적으로는 ③ 제 3국의 금융기관 이어야 한다.

     또, 북한이 송금을 고집하고 있다면 필연적으로 북한의 발언 내용 가운데, '미국측이 내놓은 Final Rule이 근본적으로 북한의 요구를 충족시킬 수 없는 방안이다'라는 언급이 있었어야 한다. 북한이 국제 금융시스템에 익숙하지 않다고 해도, 이미 2006년 1월 9일 미국의 조치가 "핏줄을 막아 우리를 질식시키려는 제도 말살 행위"라고 규정한 바 있다.

     그러나 현실적으로 2천5백만달러가 얼마 안되는 돈이라고 하지만, 이걸 현금으로 찾는다는 것도 쉬운 일이 아니다. 어떤 소식통의 우스개 섞인 표현대로 "BDA가 보유한 현금이 그리 많을 것 같지는 않은데, 2천5백만달러를 전부 갖고 있느냐도 우선 문제고, 만약 그 금액을 보유하고 있다고 해도 북한이 그걸 찾아간다면 북한은 아마 전액을 위폐 감별 장치로 확인해 보려고 할 것이다." 그 속에 북한이 넣어뒀던 수퍼노트가 혹시 섞여있다면 북한에겐 명백한 손해기 때문이다.

     여기서 지난 3월14일 송민순 외교통상부 장관의 관훈클럽 토론회 발언을 주목해 볼 필요가 있다. "돈을 움직이는데는 출금, 송금, 예금이 돼야 하는데, 지금 현재 송금, 예금에서는 문제가 없는 것으로 알고 있고 다소간의 문제도 지금 이 시점에서라도 해결될 수 있는 문제고 그런데 출금에서 문제가 있는 것으로 파악하고 있는데, 그건 누가 하지 말라는게 아니고 자체적인 문제가 있는 걸로 알고 있고..."  또 한 대목은 이렇다. "송금, 예금하는데 문제가 있는게 아니라 북한의 예금주들과 BDA사이에 이뤄져야 하는 것이고..."

     일부 언론들은 송민순 장관의 이 발언에서 "송금"문제에 주목해, 제 3국으로의 송금이 가능한 것 처럼 판단했는데 송장관의 강조점은 "송금"이 아니라 오히려 "북한의 예금주들과 BDA사이의 문제"에 맞춰져 있는 것으로 판단된다. 따라서, 북한 금융기관과 BDA와의 활발한 실무접촉은 바로 "북한의 예금주들과 BDA사이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움직임인 걸로 추정하는게 가장 합리적이다.

    ▲ BDA내 북한계좌 예금주의 문제... 무엇이 문제인가?

     BDA내 북한 계좌는 52개로 알려지고 있다. 명의별로 살펴보자면 북한은행이 20개, 북한기업 11개, 북한인 9개, 마카오기업 8개, 마카오인 2개 등이다.

     지난 3월19일 글레이저 부차관보의 발표는 요약하자면 '북한의 해법에 대해 미국이 지지한다'는 내용이다. 북한돈을 뱅크오브 차이나의 조선무역은행 계좌로 옮기고 그 돈을 인도적인 목적으로 사용하는데 미국이 동의하겠다는 것. 그러나 이 발표가 시간과 상황에 쫓긴 매우 정치적인 - WMD문제나 돈세탁 문제에도 불구하고 북한의 불법행위에 대한 처리 없이 문제를 해결하겠다는 - 접근이었음에도 불구하고 전혀 효력을 발생시키지 못했다.

     그 이유는 몇가지가 있는데, 대외적으로 많이 알려진 건 불법자금이란 낙인이 찍힌 돈을 중국의 뱅크오브 차이나(BOC)가 자기 계좌로 받는 걸 거부했다는 점이다. 그러나 또 하나의 이유가 있는데 그건 북한 "내부적인 사정"으로 BOC가 협조를 해주건 안해주건 그 이전단계, 그러니까 "인출문제"를 상당한 시간이 지났음에도 북한 스스로 해결하지 못했다는 점이었다. 정통한 우리 정부 당국자는 "무슨 이유인지 모르겠지만 북한이 인출서류조차 준비해오지 못하고 있다"고 여러차례 강조한 바 있다.

     전술했듯이 북한자금으로 추정되는 돈의 계좌는 상당히 여러 명의로 구성돼있고, 이 명의주 가운데는 심지어 사망한 사람도 있다. 또 MBC의 보도대로 외교 소식통들은 마카오 현지의 북한측 관리들이 딴주머니를 차서 이것이 북한 내부에서 상당한 문제를 야기했다는 얘길 전하고 있다.

     따라서, 4월20일 북한이 밝힌 바 "북한 금융기관과 BDA간에 실무협의가 진행되고 있다"는 말은 다시 말해 ① 그동안 문제가 돼왔던 북한 내부의 이 자금에 대한 혼란이 극복됐음을 의미하는 것일 수 있다. 또 ② 북한 금융기관 - BDA간 실무협의는 이 복잡한 52개 계좌들의 명의를 정리하는 실무적인 작업이 드디어 시작됐다는 것으로 해석해볼 수 있다.

     이런 기자의 추측이 맞는 것이라면, 전체적으로 볼 때 BDA문제 해법과 관련해 분명히 한 걸음의 진전이 이뤄진 건 분명하다. 다만, 이런 진전이 "실제상황"이라 하더라도, 이 문제가 몇일 - 아주 빠른 시일 내에 해결되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 해법이 있는 걸까?  시나리오 1,2,3

     미국의 강경한 입장으로 볼 때, BDA의 주인인 '스탠리 아우'의 무게를 감안하더라도 BDA를 존속시키는 건 불가능해 보인다.

     또, 북한의 자금을 고스란히 주기 위해선 BDA가 청산되는 것도 또한 불가능하다. 은행이 청산됐을 경우엔 예금자 보호법에 따라 예금과 대출금을 청산하고 일정 수준의 예금만 보장해 줄 수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BDA는 '스탠리 아우'가 아닌 제 3자에게 매각되는게 순리다.

     <시나리오 # 1>

     그렇다면 북한으로선 ① 일단 마카오 방코델타에 있는 52개 계좌를 그동안 미국에 의해서 WMD에 관여 됐다거나 돈세탁이나 마약거래에 사용됐다고 지적된 적이 없는 새로운 계좌로 단순화해서 정리하고, ② BDA가 제3자에 매각되면, 그 새로운 금융기관의 주인은 '스탠리 아우'가 아니기 때문에 미국이나 제 3국과의 코레스 관계를 맺을 수 있고 ③ 북한은 남겨둔 그 계좌 - 이를테면 세탁된 - 를 통해서 자연스럽게 (조선신보에 따르면 '결과적으로') 국제금융 질서에 편입되는 순서로 문제가 풀릴 가능성을 생각해 볼 수 있다.

     다만 금융기관의 매각이라는게 하루 이틀에 걸리는 문제가 아니고, 특히나 스탠리 아우가 강하게 반발하는 상황에서 이런 절차들이 빠른 시일 내에 해결되는 걸 기대하는 것은 무리다. "4월14일을 기점에서 30일"을 생각해 볼 수 있지만, 그 정도 시한 안에도 해결될 수 없는 문제다.

     문제는, 도대체 어떤 시점을 잡아서 "BDA가 해결되었다"는 말을 할 수 있느냐는 점이다. 또 "돈이 주머니에 들어오는 걸 확인하고 싶어하는" 북한이 과연 이렇게 시간이 걸리는 해법을 받아들일 정도의 '마음의 여유'가 있는 집단인가 하는 점도 고려돼야 한다.

     <시나리오 # 2>

     북한이 복잡한 계좌명의 문제를 해결 한 뒤, ① 현금이 아니라 부피가 작은 무엇(수표?)으로 인출을 한 뒤, ② 그 수표를 북한 계좌가 개설돼 있는 제 3의 금융기관- 꼭 마카오나 중국 밖일 필요는 없음 -에 입금하는 상황을 가정해 볼 수 있다. 이건 현재 상태에서 불가능한 송금과정을 "출금과 제3은행으로의 재입금"으로 극복하는 방식이다.  

     이 해법엔 2가지 전제가 있어야 하는데, 우선 이 제3의 금융기관이 "문제 있는 돈으로 낙인찍힌 북한자금을 받아주겠다."는 약속이 있었어야 하고, 두 번째로 미국이 이 금융기관이 미국이나 혹은 다른 나라들과 기왕에 맺은 correspondent 관계를 문제삼지 않는다 - 다시말해 이 은행의 계좌를 통해서 북한의 자금이 왔다갔다 하는 걸 용인해주겠다는 확언을 해줘야 한다. 

      그러나 기본적으로 이 해법은, ① 세계의 어떤 금융기관이 BDA가 어떻게 되는지 똑똑히 보고도 이런 일을 해줄까하는 문제가 제기되고 ② BDA에 대한 처리가 마무리 되지 않은 상황에 미국의 약속이 가능할까 하는 문제 - BDA가 논리적 모순이라고 붙들고 늘어질 것이기 때문에 -가 있고, ③ 북한이 아주 오랫동안 북한의 편의를 봐준 스탠리 아우를 나몰라라 하고 내 돈문제가 급하다면서 등을 돌릴 수 있을까 하는 점 등이 한계로 지적될 수 있다.

    <시나리오 # 3>

     가능성은 적지만, 합리적으로 생각할 수 없는 답이 나올 수도 있다.

     예를 들면, 동아시아 등 제3국이 ok를 하고, 미국이 묵인을 하는 조건으로 북한이 묶였던 2천5백만달러를 송금하는 방식이다.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할 수 없는게 3월14일 재무부의 발표 뒤에 19일 글레이저가 정말 정치적으로 말도 안되는 해법을 발표했 듯 부시대통령을 비롯해 협상파들의 마음이 급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 경우가 정말 현실화 된다고 해도 실제로 송금된 그 돈을 북한이 무역결재 등에 실제로 사용하는데는 많은 시간이  필요할 걸로 예상된다.

     또 역시 그럴 것 같진 않지만, 실무작업에 나섰다는 북한이 "난 못해.. 약속과 다르쟎아"라면서 주저앉을 가능성도 생각해볼 수 있다. 그러나 이미 2차례에 걸쳐서 북한이 국제사회를 의식하며 공식 반응을 내놨다는 점에서, 판을 깼을 때 그 파장이 엄청날 것이란 점에서 가능성이 그리 높지는 않은 상황이다.

     몹시 위험한 발언이라 생각하지만, 기자 개인으로는 위에 언급한 여러가지 가능성 가운데 <시나리오 # 1>이 가장 현실에 근접해 있는게 아닌가 판단한다. 

     ▲ 천영우 한반도 평화교섭 본부장의 방미... 왜?

     천영우 본부장은 23일 미국으로 떠났다.  떠나기 앞서 당국자가 22일 외교부 기자들에게 백그라운드 브리핑을 했는데, 천본부장 방북에 대해 "BDA 문제가 우리가 점쟁이처럼 딱 언제 해결된다고 할 수 없어서 그러는데 해결은 될거니까 해결을 전제로 그 이후의 협의를 갖는거다"라고 언급했다.

     시나리오 #1이 맞다는 전제에서 얘기한다면, 천 본부장은 미국에서 문제의 해결 시점을 어떻게 볼 것인지, 그리고 앞으로 북한의 선택을 어떻게 측면지원해줄 것인지, 앞으로 6자회담, 6자 장관회담의 일정을 어떻게 가져갈 것인지, 떨어진 6자회담의 동력을 어떻게 되살릴 것인지 등을 논의해야 할 것이다. 

     그리고 너무 낙관적인 전망으로 일관한 건지 모르겠지만, 시간이 걸릴 뿐, 결국 BDA문제는 해결되는 쪽으로 진행되고 있다는 게 기자의 결론이다.(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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