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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Home Alone - 나홀로 백악관에 / 2007.09.06.
    북핵리포트 2007-2012 2015. 8. 15. 17:09


    9월1일자 워싱턴 포스트에 실린 'Home Alone (나홀로 집에)'이라는 제목의 만평은 최근 잇따르고 있는 대통령 측근들의 퇴진, 그리고 몹시 외로운 처지에 놓이게 된 부시의 입장을 잘 그려내고 있다.

    최근의 일만 따져도 설계자(Archetecture)라고 불렸던 정치고문 칼 로브, 그리고 측근중에 측근이라 할 곤잘레스 법무장관이 물러난데 이어 대통령의 의중을 가장 잘 읽고 브리핑해야 하는 토니 스노 백악관 대변인도 자리를 떴다.

    이유는 조금씩 달랐지만 내막을 살펴보면 이들의 잇다른 퇴장 뒤에는 공통점이 없는 건 아니다. 내년, 더 정확히 말하자면 내년 상반기까지 사실상 약 1년 정도가 남은 부시 대통령의 임기를 함께 할 계획이 아니라면 지금이 물러날 수 있는 마지막 기회이기 때문이다.

    정치적인 문제들을 상세하게 다루는 워싱턴 포스트는 칼 로브의 퇴진 당시에도 1면을 포함해 3-4면을 관련 기사로 채우더니 곤잘레스 법무장관 때도 마찬가지 지면을 할애했다. 그리고 '차 떼고 포 뗀' 부시 대통령이 상당히 어려운 시기를 맞게 될 것이라는 해설도 잊지 않았다.

    이라크전 정책의 실패자, 허리케인 카트리나로 인한 뉴올리언스 지역 수해 문제를 제대로 처리하지 못한 대통령, 최악의 지지율을 기록하고 있는 대통령. 설상가상으로 미국 경제는 주택대출에서 파생된 금융상품의 부실로 인해 충격에 빠져있다. 그런 그에게 얼마나 외교적인, 정책적인 힘이 남아있을까?

    이 대목에서 그의 옆에 남아있는 측근은 이라크 전 당시 안보보좌관을 했던 '라이스 장관'이란 점은 의미심장하다. 그녀는 현재 북핵문제를 다루는 국무부의 수장이다. 또, 대통령감이라는 평판이 있었던 게 무색하게, 그녀 역시 부시정부가 끝나도 받아주는 학교가 없어서 다시 학자로 돌아갈 수 없을 지 모른다는 기사가 나올 정도로 코너에 몰려있다. 

    이쯤 되면 부시 대통령에게, 그리고 라이스 장관에게 '북핵문제의 진전'은 매우 매력적인, 그리고 잡힐 듯 가까이 다가와 있는 정치적 탈출구가 아닐 수 없다. 

    8월 31일 조지부시 대통령은 아태지역 언론인들과 그룹 인터뷰를 가졌다. 물론 그 대상이 아태지역 언론인들이었다고는 하지만, 그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많은 외교적 실패 가운데 적어도 북핵문제에서 만큼은 임기중에 어떤 '이정표'를 세우고 싶다는 의지가 매우 강하게 느껴진다.

    부시 대통령은 "북핵문제는 끝나지는 않았지만 끝나가고 있다"면서, 남은 것은 북한의 지도자 "그가 선택해야 할 일"이고 "나는 이미 선택했다"고 말했다.

    이런 그의 선택은 엇그제 있었던 제네바 북-미 접촉에 그대로 투영된다. 제네바 접촉이 끝나고 나서 테러지원국 해제 문제와 관련해 갑론을박 말이 많았고 북-일 접촉을 앞둔 일본은 당황스런 표정을 감추지 못했지만, 분명한 건 북-미 양측이 이번 회동에 대해 모두 긍정적인 평가를 하고 있다는 점이다.

    여기서 크리스토퍼 힐 미 국무부 차관보의 말을 인용하자면, 그는 "우리가 합의한 것은 올해 말까지 북한이 모든 핵프로그램에 대해서 완전한 신고를 하고, 불능화를 할 거라는 점이다. ; One thing that we agreed on is that the DPRK will provide a full declaration of all of their nuclear programmes and will disable their nuclear programmes by the end of this year 2007. I think this is very important."라고 현지 브리핑을 통해 밝혔다.

    그의 말이 합의의 한 면을 강조했다면 또 다른 한 면은 조선중앙통신을 통한 북한 외무성 대변인의 발언으로 조명된다. 역시 인용해 보자면, 조선중앙통신은 지난 3일, "미국은 테러지원국 명단에서 우리나라를 삭제하고 적성국무역법에 따르는 제재를 전면 해제하는 것과 같은 정치.경제적 보상조치를 취하기로 하였다"라고 밝혔다.

    한 국내 언론은 이번 제네바 회동을 계기로, '6자회담이 북-미가 주도하는 구도로 바뀌는게 아니냐'고 기사를 썼지만 사실 북-미가 양자접촉을 통해 돌파구를 만들고 그걸 6자구도라는 좀더 복잡한 방정식속에 넣어서 구체화시키는 북한 핵 해법의 얼개는 그동안 크게 달라진 적이 없다.

    6자회담을 오랜 기간 동안 고착상태에 빠뜨렸던 방코델타아시아 북한자금 동결 해제문제를 풀게된 것도 결국 베를린에서 김계관과 크리스토퍼 힐이 만나 합의한 30일 60일 얼개 (30일 내에 자금동결을 해제하고 60일 내에 영변 핵시설의 가동을 중단한다)가 있었기에 가능했던 일이다.

    물론 사전에 해법을 공동 연구하고, 서로 믿지못하는 상대의 심리적 거리를 좁혀주고, 큰 틀의 타결이 구체적인 행동으로 나타날 수 있도록 협상장에서 세부적인 조율을 도맡는 한국의 역할을 폄하하자는 건 아니지만 어찌됐건 칼자루를 쥐고 있는 양자가 단촐하게 접촉하는 이벤트가 북핵문제 해결 프로세스에서 '하이라이트'가 되는 건 당연하다.    

    베를린 회동이 2.13 합의를 낳았던 것처럼, 이번 제네바 회동은 이달 중하순쯤 열릴 것으로 예상되는 6자회담에 큰 동력을 불어넣을 것으로 예상된다. 이미 설계도면은 나와 있는 셈이다. 그리고 지난 2005년 9.19 합의 때 처럼 중간에 잠시 휴회를 하는 일이 있더라도 6자는 이번 회기중에 새로운 합의문을 만들어내려고 애쓸 것으로 예상된다.

    그렇다면 왜 북한은 적극적일까? 어쩌면 북한의 지도자 김정일도 지난 클린턴 행정부 말기에 선택을 서두르지 못한 것이 후회스럽단 생각을 했을지 모른다.

    물론 북한에게 있어 분명히 쉬운 선택은 아니다. 크리스토퍼 힐이 말하는 모든 핵프로그램의 신고 - 핵무기를 포함한 - 는 지금까지 북한이 줄곳 외교전에서 '무기'로 사용해왔던 지렛대(leverage)를 한꺼번에 놓아버리는 행동이 될 것이기 때문이다. 그만큼 제네바에서 김계관 북한외무성 부상이 크리스토퍼 힐 차관보에게 듣고 싶었던 건 상당히 구체적인 약속이었을 것이고 아마도 그런 약속을 해 주었을 것이라 여겨진다. 

    부시대통령은 APEC 정상회의 참석차 호주 시드니에 가서 다시 비슷한 메시지를 북한에 보냈다. 이는 일종의 '북-미 접촉의 결과를 보고받았고 추인한다'는 신호다. 그리고 이제 그 메시지에 대한 답은 베이징에서 들려올 차례다. 

    그러나 그 답은 이제 해법의 큰 틀의 얼개 보다는 세부사항 - 다시말해 북한이 농축우라늄 프로그램에 대해 얼마나 자세히 밝히기로 마음을 먹었는지, 핵프로그램을 신고하면서 얼마나 진솔하게 핵무기 문제를 밝힐 것인지, 또 영변원자로를 얼마나 돌이킬 수 없는 정도로 망가뜨리기로 결단했는지 등에 달려있는 것으로 보인다. 

    워싱턴 포스트가 최근 북핵문제에 대해 비중있게 기사를 다루고 있지 않는 반면, 3일자 뉴욕타임스는 이번 제네바 회동에 대해 '외교적 성과'라고 평가했다. 그러나 이미 행정부를 떠난 '강경파' 볼턴의 목소리를 빌어 "북한이 얼마나 많은 핵무기를 보유하고 있고 어디에 이를 보관하고 있는지를 밝힐 것이라고 생각하는 것은 거의 불가능한 것"이라고 이 신문은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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