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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아는 만큼 들린다 / 2007.01.15.
    북핵리포트 2007-2012 2015. 8. 15. 12:21

    외교통상부 취재를 하라는 발령을 받고 이틀째 되는 날, 한 간부가 초대한 저녁식사 자리엘 가게 됐다. 한-미 관계를 담당하는 국장이었는데 일찌감치 약속장소에 도착한 터라 그 간부의 얘기가 잘 들릴 수 있는 자리에 앉을 수 있었다. 이런 공개된 자리에서 뭔가 중요한, 기사가 될 만한 얘기가 나올리는 만무하다고 생각했지만 아무래도 외교부 간부를 처음 만나는 자리라 난 상당히 긴장했었다.

    당시 한 편으로는 고이즈미의 야스쿠니 신사참배로 한-일 관계가 뜨거웠고, 한-미 관계에서는 전시작전통제권 전환 문제가 막 논란이 되기 시작할 때였다. 자리에 앉았는데, 기자들이 밥을 먹으러 온 건지 질문을 하러 온 건지 여러 가지 얘기를 그 간부에게 묻기 시작했다. 물론 다른 출입처에서도 익히 봐왔던 광경이긴 하지만 난 너무 준비가 돼있지 않은 상태였다.

    MCM, SCM, SPI, 개념계획, 작전통제권, C4I 이런 낯선 용어들이 등장하기 시작했다. ‘도대체 무슨 말인가?’ 오가는 단어의 의미를 알 수 없기 때문에 그 단어들이 조합된 문장의 의미도 알아들을 수가 없고 그래서 난 눈만 껌뻑 껌뻑 하며 상황을 지켜볼 수밖에 없었다. 여기까지만 해도 이해할 만 했다. 그런데 이번엔 주제가 다른 곳으로 튀었다. 그 국장이 당시 한-미 관계를 담당했지만 직전에 맡았던 보직은 북한 핵 문제였고, 어차피 북한 핵 문제에 있어 미국이 중요하기 때문에 그의 직무와 관련된 주제였던 것이다.

    “AF상황이 어땠는데...” “HEU 프로그램이 중요하고...” “BDA 문제는 풀리기가 쉽지 않고...” 한 때 유행했다는 표현 <대략난감>이란 것이 이런 맥락에서 쓰일 수 있을까. 이해하기 어려운 말을 오랫동안 듣게 되면 집중력이 떨어지고 두뇌활동에 지장이 생기는 법, 급기야 난 졸음이 몰려오고 있다는 사실을 깨닫기 시작했다. 한 참 얘기를 하고 있는 간부의 한사람 건너 자리에서 꾸벅거렸던 거다.

    다들 잘 아시겠지만 지금은 문화재청장이 된 유흥준교수가 쓴 [나의 문화유산 답사기]에 보면 ‘아는 만큼 보인다’는 대목이 나온다. 같은 맥락에서 나는 ‘아는 만큼 들린다’는 경험을 아주 뼈저리게 했던 것이다.

    지난해 8월 중순쯤 외교부로 자리를 옮기게 됐으니까 이제 겨우 5달 정도가 됐는데, 요즘 나는 정 반대의 고민을 하고 있다. 이른 바 ‘선수’ - 그러니까 외교관들이나 출입기자들이 아무렇지 않게 사용하는 전문용어들을 어떻게 쉬운 단어로 옮겨서 시청자들에게 전달할까 하는 문제다. 

    예를 들어 지난해 12월18일에 시작됐던 6자회담 5차2단계회의 취재를 하면서 가장 힘들었던 것은 “BDA”라는 단어를 어떻게 설명해야 할까 하는 점이었다. 외교부 당국자로부터 설명을 들을 땐 그저 “BDA문제가 걸림돌이 될거야”라고 듣는데, 그걸 기사로 소화하려면 “마카오의 방코델타아시아 은행에 묶인 북한자금 문제를 해결하는 문제가 걸림돌이 될 것이라고 당국자는 밝혔습니다.”라고 장황하게 풀어줘야 하는 것이다.

    그래서 아직 일천한 경험이지만 나는 외교부 기자의 덕목엔 공부하는 것, 정리하는 것, 그리고 간결하고 친절하게 설명하는 것이 포함된다고 말하고 싶다.   

    MCM ( Military Committee Meeting )

    한미 양국 국방장관을 대표로 하는 한미안보연례회의(SCM)에서 합의한 양국간 주요 군사정책과 작전지침을 구체적으로 발전시켜 한미연합사령부에 하달하는 기구.

    SCM ( ROK-US Security Consultative Meeting )

    한-미 양국의 주요군사정책 협의 조정 기구이다. 국방장관 수준에서 주요 안보문제를 협의하고 해결하기 위해 양국에서 번갈아가며 연례적으로 개최하는 회의이다.

    SPI ( Security Policy Initiative )

    한미 안보정책구상 회의. 한-미 두 나라의 군사현안을 논의하는 협의체. 작전권 환수 논의도 이 틀에서 이뤄졌다. 

    C4I 

    Command, Control, Communication, Intelligence인 C3I체계에 Conputer가 합쳐져 생긴 약자. 지휘관이 전장에 성공적인 지휘 및 통제를 하기 위해서는 정확한 시간과 장소에 정확한 정보를 필요로 하며, 통신수단을 이용하여 신속히 정보를 전파 또는 전송해야 한다. 이와같은 지휘/통제/통신 및 정보의 네가지 요소를 유기적으로 통합하고 전산화함으로써 지휘관이 실시간 작전대응능력을 갖도록 지원하는 시스템이 C4I체계이다.

    AF ( Agreed Framework )

    지난 94년 북한과 미국 사이에 맺어진 제네바합의를 일컫는 말. 당시 북한은 영변원자로의 가동을 중단하고, 미국은 대체에너지로 중유를 공급하기로 함.

    HEU ( Highly Enriched Uranium )

    농축우라늄은 핵분열을 일으키는 우라늄235의 함유율을 인공적으로 높인 우라늄. 원자폭탄의 원료가 되며 북한이 우라늄농축에 필요한 고강도 알루미늄 등을 수입하려다 적발 돼 미국 등은 북한이 원자폭탄을 만들기 위해 플루토늄 재처리 외에도 우라늄 농축을 하고 있다고 의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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