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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현실적인 목표 / 2008.06.03.
    북핵리포트 2007-2012 2015. 8. 16. 15:06

     이른바 북핵해결 3단계와 관련해 북한은 "핵물질이나 핵무기는 포함되지 않고, 미사일 문제나 북한 인권문제도 당연히 논의 대상이 아니라는 입장이었다."는 프리차드(Charles L. Pritchard) 한.미 경제연구소(KEI)소장의 발언이 지난 주 워싱턴과 한국 외교가에 논란을 불러 일으켰다. 국무부는 30일 대변인 정례브리핑에서 "너무도 많은 사람들이 자신들이 마치 협상 내용에 대해 알고 있는양 말함으로써 돈벌이를 하고 있다."고 직격탄을 날렸다.

     그동안 말 많고 탈 많은 6자회담 과정이나 북-미 합의와 관련해 워싱턴 듀퐁서클을 중심으로 행해져왔던 각종 세미나를 떠올려 본다면 프리차드의 발언은 그리 새로울 것도 없고 미국 국무부가 그토록 발끈할 이유도 없을 것 같은데 왜 굳이 대변인의 공식적인 논평을 통해서 그런 반응을 보였어야 했던 것일까?

     프리처드는 부시행정부와 악연이 있는 사람이다. 2007년에 출간된 그의 책 <Failed Deplomacy>는 한 줄 한 줄 부시행정부 특히, 흔히 '매파'혹은 '네오콘'으로 지칭되는 딕 체니 부통령과 그 추종세력에 대한 악감정으로 충만해 있다. 그는 드물게 클린턴 정부에 몸을 담았다가 1기 부시 행정부에서 대북 조정관을 맡게됐는데 '악의 축', '피그미'이런 용어들이 판을 치는 와중에 '대북 조정관'이라는 자리에서 제대로 일을 할 수 있었을리 만무하다. 

     책 속의 그의 얘기를 따라가 보자면, 북한과의 양자접촉을 금하는 막무가내식 지침 때문에 그 스스로 애써 구축한 뉴욕라인(프리처드 vs 前 한성렬 유엔주재 북한대사)도 망가졌고 정책 조정관은 자신인데 부통령 휘하의 졸개들이 대북정책을 쥐고 흔들었으며 북한과의 공식 대화에 있어서도 수석대표가 되질 못했다.

     그는 사실 <Failed Deplomacy>에서 크리스토퍼 힐을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특히 크리스토퍼 힐이 처음 북핵외교무대에 등장하던 2005년 6월 말, 서슬퍼런 직접접촉 금지 지침에도 불구하고 6자회담 차석대표 디트라니(DeTrani)의 핸드폰을 이용해 북한의 이건과 직접대화를 시도했던 장면의 묘사는 상당히 인상적이다. 프리처드가 생각하는 1기부시행정부의 큰 잘못 가운데 하나가 북한과의 직접대화는 안된다는 지침에 대한 병적인 집착이었는데 크리스 힐은 그 철옹성 같은 훈령을 개인기를 통해 돌파했한 인물이었던 것.

     크리스토퍼 힐은 워싱턴 포스트가 장문의 기사에서 묘사하듯 라이스와 부시대통령을 휘어잡은 정치력도 정치력이지만, 필요하다면 자신에게 임된 권한의 경계를 살짝 허물면서 '창의적'인 돌파구들을 만들어 내는데 천재적인 소질이 있는 사람이다. 그런데 '창의적'이란 표현을 뒤집어 보면 '원칙이나 훈령을 벗어난'이란 의미다. 애초에 세워뒀던 목표를 그대로 달성하는 건 아니라는 얘기다.

     그래서 힐, 그리고 그의 국무부팀이 진행하는 북-미 프로세스는 CVID같은 완고한 원칙주의가 아니라 '실용적인' 프로세스로 규정할 수 있으며 그것의 요체는 현 단계에선 플루토늄에 집중하자는 것, 다시말해 더 이상 플루토늄이 생산되는 것을 막자는 전략이다.

     따라서 앞으로 6개월안에 달성할 현실적인 목표는 테러지원국 리스트에서 북한을 제외해주는 대신에 ①UEP와 시리아 문제를 별도의 비밀서류에, 그간 생산한 플루토늄의 양을 본 서류에 정확히 담은 신고서를 받고 ②이제 너무 오래된 영변 5메가와트 흑연감속로의 일부 구조물- 냉각탑 같은-을 부수는 이를테면 많이 잡아봐야 2.5단계 정도의 진도일 것이다.

     요컨대 부시정부하에서 세울 북-미간의 이정표는 만8천쪽의 가동기록과 냉각탑폭파대 테러지원국 해제다. 이미 만들어 놓은 무기급 플루토늄과 핵무기 혹은 핵폭발장치가 생존을 담보하는 유일한 '억지력'이라고 생각하는 북한이 저물어가는 부시행정부를 향해 마지막 카드를 아무렇게나 내놓을리 만무하다.

     더구나 6개월 뒤 새로운 미국정부의 태도가 어떻게 바뀔지, 정책의 일관성이 있을지 지금 시점에서 아무도 예측할 수 없는데 말이다. 부시정부가 막 들어설 시절 발간된 권위있는 국내 싱크탱크의 보고서를 살펴보니 1994년 제네바합의의 기조가 유지될 것으로 예상하는 글이 대부분이었다.

     다시 프리처드의 발언으로 돌아가서 대북조정관을 역임했고 북핵협상의 과정, UEP와 경수로, 평화체제 등 북핵외교의 여러 주제들을 정리해 놓은 책을 낸 그가 이상과 현실의 괴리, 미국 국무부 대북외교의 현실적인 목표를 몰랐을리 없다. 아마 그래서 국무부는 프리처드가 평양에서 접촉한 북한관리의 말을 인용해 '떡 줄사람은 생각도 않더래요..' 하고 말한 건 그렇지 않아도 겨우 겨우 넘어지지 않을 정도로 움직이고 있는 자전거 바퀴에 돌을 던지는 행동이 아니냐고 격분했을 거다.

     또 하나, 국무부는 프리처드의 발언에 대해 앞으로 반드시 통과해야만 하는, 그러나 아직은 저 앞에 있는 "신고 후폭풍 지뢰밭"에 돌을 던져 불필요한 폭발을 일으킨 행동이라고 생각할 거다. 북한이 작성한 신고서가 중국에 접수되고 나면 미국내에서 가장 먼저 나올 얘기가 아마도 "왜 핵 무기에 대한 정확한 신고는 없는거냐"라는 물음일 텐데 프리처드는 안그래도 나올 비난을 신고서가 접수되기도 전에 돌출되게 한 것이다.

     곧 신고가 있다고 하더니 자전거의 속도가 또 늦어지고 흔들 흔들 위태로워 보여서 그런 것일까? 아니면 종로에서 뺨맞고 엉뚱한 곳에서 분풀이를 하자는 것일까? 최근 정부일각에선 최근 크리스토퍼 힐이 추진해왔던 북핵외교가 사상누각에 지나지 않는다면서 "신고가 제대로 이뤄지기나 하겠냐"고 비꼬는 사람들이 있는가 보다. 

     물론 누구나 다 알듯 9.19 2.13 10.3 그리고 싱가포르 회동까지 지금 진행되는 북-미간의 딜은 여러모로 비밀도 많고 불완전한 딜이 틀림 없다. 그러나 그도 아니라면 무엇을 어떻게 했어야 하는 걸까? 2006년 미사일발사, 그리고 10월의 핵실험과 유엔 대북제재. 그 상황에서 쌀도 주지말고 개성도 끊고 금강산도 끊고 더욱 더 북한을 압박해서 북쪽 사람들이 다 굶어죽게 그 와중에 정권교체(regime change)가 이뤄지게 했어야 한다는 얘기일까?

     그 어법으로 보아 그 사람은 아마 이명박 정부가 대북정책을 세울 때 밑그림에 관여했던 인사가 아닐까 싶은데 제발 '제 눈의 들보'나 먼저 살피라는 말을 하고 싶다.

     지금 이명박 정부의 외교가 어떻게 되가고 있는가? 미국에선 캠프 데이비드(Camp David) 방문에 들떠 무턱대고 쇠고기를 밀어부치더니, 일본에서는 폼나게 미래를 보자고 얘기해 놓고 몇일 안돼 독도문제가 터져 자존심 상하고, 중국에 가서는 일개 외교부 대변인 발언을 통해 신주단지 모시듯 하던 한미동맹에 관해 쓴소리를 들어야 했다.

     유명환 장관은 지난 2일 "이쪽으로 눕자니 저쪽이 걸리더라"고 했다고 한다. 얼마나 답답했으면 그런 말을 했겠냐만, 이명박 정부의 어떤 사람들은 그런 기초적인 균형감각도 갖추지 못한 것 같아 심히 우려된다.


    [참고]

    5/25 RFA 토니남궁,"北, 미북간 방위조약 체결 원해"

    http://www.rfa.org/korean/in_focus/interview_tony-05232008153103.html

    5/27 란코프,"통일쇼크완화정책 계획해야"

    5/27 마이니치, 납치피해자 수명 생존 북한 귀국시킬 용의

    5/28 매케엔 북한관련 언급

    http://online.wsj.com/article/SB121183670827020887.html

    5/28 크리스토퍼 힐 베이징 발언

    http://www.state.gov/p/eap/rls/rm/2008/05/105250.htm

    http://www.state.gov/p/eap/rls/rm/2008/05/105251.htm

    5/28 PSI관련 국무부 Fact Sheet

    http://www.state.gov/t/isn/rls/fs/105217.htm

    5/28 해들리 PSI관련 발언

    5/28 인터넷 매체 뉴스한국 김정일 사망설 보도

    5/30 정세현, "햇볕정책 연장선상서 대안 찾아야"

    5/30 연합 Dawn News인용보도 - 칸박사, "불법행동에 연루되지 않았다."

    5/30 프리처드 발언 관련 WP 보도

    http://www.washingtonpost.com/wp-dyn/content/article/2008/05/29/AR2008052904044.html

    5/30 프리처드 발언 관련 국무부 브리핑

    http://www.state.gov/r/pa/prs/dpb/2008/may/105455.htm

    5/31 NYT 북한 플루토늄 생산량 관련 보도

    http://www.nytimes.com/2008/05/31/world/asia/31korea.html?_r=1&scp=2&sq=north+korea&st=nyt&oref=slogin

    5/31 RFA 디트라니, "김정일 이상설 소문일 뿐"

    6/1 김숙 평화교섭본부장 브리핑

    6/1 노틸러스연구소 발렌시아연구원 - "PSI 유엔체제로 편입돼야"

    6/1 WP - "부토 1993년 북한에 UEP 중요자료 전달"

    http://www.washingtonpost.com/wpdyn/content/article/2008/05/31/AR2008053102122.html

    6/1 연합 "북한 김정일부인 김옥 3남 후계추진"

    6/1 정부 방위비분담문제 전담대사직 신설

    6/2 통일부 "핵문제해결 남북관계발전병행"

    6/2 노동신문 "시련과 난관 여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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