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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6자회담 5차3단계 회의 취재기 (1) / 2007.02.20.
    북핵리포트 2007-2012 2015. 8. 15. 12:33

    북경에 출장가서 서울에 전화하기 

    이번 6자회담에선 뭔가 합의가 만들어질 것이란 예상은 누구도 알 수 있는, 더 이상 비밀이 아닌 사실이었다. 베를린 북-미 접촉을 통해서 ‘일정한 합의’가 만들어졌다는 사실을 크리스 힐과 북측이 이미 공개한 바 있고, 북한이 그토록 집착했던 BDA문제에 대해 침묵하고 있는 건 그 문제에 대해 어떤 방식으로든 해결될 것이란 약속이 이미 북-미 사이에 이뤄졌기 때문으로 밖에 해석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구도가 너무 뻔했기 때문에 오히려 취재를 하고 기사를 쓰기엔 더 어려웠다. 북한은5메가와트 원자로 등 영변 핵시설에 대해선 가동을 중단하겠다는 정도의 의사표시는 이미 했다는데, 그 대가로 얼마나 대체에너지를 줄 것인지. 그리고 분명히 베를린 접촉에서 북-미 관계정상화와 관련된 얘기가 오갔을 텐데, 어떤 조치가 구체적으로 담길 것인지. 취재해서 알아내야 할 부분은 너무 디테일한데 반해, 디테일한 만큼 협상 진행상황에 따라서 얼마든지 바뀔 수 있는 다시 말해 오보를 내기가 너무 쉬운 상황이었던 것이다.

    더구나 문제가 되는 건 이번 합의가 그렇게 - 영변 핵시설의 가동 중단과 대체에너지 지원의 구도로 - 놓고만 보자면 지난 94년 제네바 합의와 모양이 비슷해지고, 관련국들 특히 미국 대표단은 어떻게든 94년과 모양이 비슷해지는 걸 피하려고 할 것이기 때문에 이게 애써 준비한 합의문의 모양을 뒤틀리게 할 가능성도 높았다.  

    6자회담 취재에 있어서 불문율 같은 원칙이 있다. 협상에 임하는 수석대표와 차석대표 등 협상 관계자에게는 절대로 전화를 하지 않는다는 것. 그건 대표단이 취재진의 전화를 받게 되면 한 사람이 아니라 많은 기자들이 너도 나도 경쟁적으로 전화를 해야 하고, 이렇게 되면 “본업”인 협상에 지장을 초래할 가능성이 높다는 염려 때문.

    결국 베이징에 나와 있는 우리들은 그야말로 한 순간도 자리를 비우지 못하고 현장을 지키지만, 정작 현장소식에는 깜깜한 역설적인 상황을 맞을 수 밖에 없었다. 크리스 힐이나 천영우 평화교섭 본부장 등 주요 인사들이 아침,저녁으로 숙소를 오갈 때 인터뷰를 하는 것, 그리고 가끔씩 프레스센터를 찾아와 얘기를 해주는 것 같은 “수동적인” 방식 외에 달리 방법이 없었던 것.

    그래서 나를 포함한 많은 기자들은 협상소식이 비교적 정리가 돼서 “전문”의 형태로 본국으로 보내진 다음에 진행되는 절차를 집중 공략했다. 다시 말해 북경에서 서울의 정부관계자들과 전화통화를 하는 “변칙 취재” 방식을 택해야 했다.  

    다만, 6자회담으론 2번 째, 지난 번 송민순 장관을 따라나선 것 까지 포함하면 3번째 북경출장. 처음 왔을 때 보다 북경 수도공항이 훨씬 친근하게 느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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