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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미국 대선을 앞둔 풍경 / 2008.10.30.
    북핵리포트 2007-2012 2015. 8. 16. 15:51

    이제 미국 대선이 일주일 앞으로 다가왔다. 그리고 미국내 각종 여론조사 결과는 오바마가 당선될거라고 예측하고 있다. 서브프라임 문제로 촉발된 미국발 금융위기는 그러지 않아도 이라크전 문제로 지쳐있던 미국 국민들에게 지난 8년 간의 공화당 집권 기간을 '진절머리 나는 기억'으로 각인시키는데 크게 일조한 것 같다. 매케인은 '페일린'이라는 뜻밖의 카드를 꺼내들었지만 도도한 대세를 꺾는데 역부족이었다. 이제 남은 문제는 과연 미국의 유권자들이 마지막 투표장에서 '유색인종' 혹은 '검은 피부'라는 근본적인 회의를 거둬들이고 지금 여론조사와 다르지 않은 투표 행태를 보일 것이냐 하는 것 정도가 될 것이다.

    테러지원국 해제 발표 이후 당장이라도 열릴 것 같던 6자 수석대표회담은 적어도 미국 대통령 선거 이후로 미뤄질 거라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이런 중요한 '변화'의 시기에 북한 핵 문제는 진도를 내기 어렵다. 그러나 이 시기 그냥 흘려버려선 안될 몇가지 흐름이 있다.  


    ▲ 북한 외교관 금족령..중대 발표 소동

    10월18일, 토요일 아침 조간으로 요미우리 신문은 북한 외교관들에 대해 '금족령'이 내려졌으며 이는 곧 '중대 발표'를 앞두고 있기 때문이라고 보도했다. 이 '중대 발표'는 남북관계나 김정일의 건강상태와 관련된 것일 거라는 해석도 달렸다. 이틋날 산케이 신문도 같은 내용을 보도해 한 때 '확산'양상을 띄기도 했지만 정부는 일관되게 정보가치가 낮다고 밝혔고 몇일 뒤 (10/20) 일본 관방장관이 "중대발표 징후는 없다"고 밝혔다.

    CBS 노컷뉴스는 조총련계 신문 '조선신보'의 고위 관계자의 말을 인용해 '낭설'이라는 보도를 하면서, 정부가 "테레지원국 해제 업적을 홍보하려던 것이 와전된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고 전했다. (http://www.cbs.co.kr/nocut/show.asp?idx=964164)


    ▲ 김정일, 삐라..계속되는 북한의 '경고'

    기사대로 '테러지원국 해제 업적'을 홍보하려던 것이 '중대 발표'가 있을 것 처럼 기사화 된거라면 그야말로 코미디가 아닐 수 없다. 실제로 한 정통한 소식통은 따르면 그 기사의 '재료'가 된 정보는 일본언론에 기사화 되기 전에 한국 언론 사회에 이미 유통됐고 정보가치가 낮은 걸로 평가됐는데 이게 일본으로 건너가면서 엉뚱하게 살이 붙었다고 한다.    

    그러나 마냥 웃을 수 만은 없는 것이 이런 오보가 생산될 개연성이 높은 상황이 연출되고 있다는 점이다. 6자회담 구도에서 떨려나가게 생긴 일본의 처지와 관련해선 조금 뒤에 논의해 보기로 하고 우선 남-북 문제를 살펴보자.

    김정일의 장남 김정남은 평소와 달리 양복을 갖춰 입은 모습으로 10/27 프랑스 파리에 나타났다. 그는 8월에도 북한을 방문한 적이 있는 프랑스의 의사를 만났고, 이 의사는 다시 북한으로 들어갔다(29). 

    물론 뇌졸중을 앓고 있다는 김정일의 후유증을 치료하기 위해서인지 여부는 확인되지 않지만, 김정일이 공식석상에 오랫동안 나타나지 않는 (한 때 축구경기를 관람했다는 보도가 있긴 했지만 스틸 사진이나 동영상은 나오지 않았다. 미국의 CBS의 기막힌 오보도 이런 맥락과 닿아있다.) 사정을 감안할 때 북한 밖은 물론, 북한사회 내에서도 최고 지도자의 현 상황에 대해 여러가지 '말'들이 오갈 거라는 점은 어렵지 않게 미뤄 짐작할 수 있다.

    이 와중에 한국의 우익단체들은 보란 듯이 북한을 향해 '삐라'를 날리고 있고, 북한은 논평원의 글이나 군사실무접촉 등 여러 차례, 여러 채널을 통해서 이 사안을 문제삼고 있다.

    요컨대 지난 칼럼에서 필자는 테러지원국 해제를 의미있는 기념비로 평가하면서 이후 북한의 '통미봉남' 전략이 더 노골화 될 수 있다고 했었는데, 이런 기본적인 구도에 추가해 '갈등'의 불씨가 커지고 있는 상황인 것이다.       


    ▲ '일본 배제론'의 부상

    또 하나, 일본 정부와 일본 언론이 몸이 달아 있는 이유가 있다. 그건 태생이야 어찌됐건 간에 지정학적 요충지인 한반도를 둘러싸고 이상야릇하게 형성된 6자구도에서 떨려나갈지도 모른다는 두려움일 것이다.

    일본 국내 정치적으로 휘발성이 강한 '납치문제' 때문에 일본은 그동안 대북 에너지 지원 문제 등 6자 협력에서 계속 뒷다리를 잡는 행태를 보여왔는데, 에너지를 줘야 북한 핵의 불능화를 마무리 할 수 있는 구도에서 '이참에 걸림돌을 잠시 제거해 두는 것이 어떠냐'는 식의 접근이 일본을 제외한 다른 참가국들에서 거론이 되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에너지 지원은 못하지만 핵 시설 불능화에 들어가는 직접비용은 댈 용의가 있다는 식의 기사가 나오고 있는데, 만약 에너지 지원에 아시아의 또 다른 '목소리'로 등장하고 싶어하는 호주나 지역적으론 동북아의 일원이 아니어도 북한 핵 문제에 아무래도 숟가락을 얹어야 하는 것 아니냐는 생각을 해오던 EU가 참여하게 된다면 아무래도 일본의 국제사회의 발언력은 크게 훼손될 가능성이 높다. 

    납치문제에 강하게 고리를 걸어 놨던 일본으로선 이제와서 그 고리를 풀 수도 없고 그렇다고 6자 틀에서 소외되기도 싫은 진퇴양란의 처지에 놓이게 된 것이다.

    또 이 문제는 새로운 민주당 정권이 들어설 때, 미국과 일본이 어떤 관계를 맺을 것인가 하는 것과도 유의미한 상관관계가 있을 거다.


    ▲ 힐 차관보의 '귀환'

    오랫동안 목소리를 들을 수 없었던 크리스토퍼 힐 차관보가 방북, 그리고 테러지원국 해제 사건이 있은 후 자주 언론 인터뷰에 등장하고 있다. 테러지원국 해제가 연기되던 당시와 비교하자면, 하한가를 맞던 그의 몸값은 어느 정도 상승 흐름을 타고 있다.

    10/28일자 이코노미스트의 삽화가 잘 그려내듯이 오바마를 지지한 파월 전 국무장관은 공화당 사람이다. 그러나 1기 부시정부내에서 대북외교와 관련된 그의 행태는 적어도 '직접대화는 절대 안된다'는 강한 지침을 깨고 백남순을 만났던 대목에선 크리스토퍼 힐과 무척 닮아 있다.

    아직 정확하게 그려지진 않고 있지만 오바마진영의 대북정책도 CVID를 제 1의 명제로 다시 천명한 매케인 측과 비교하자면 힐의 국무부 동아태국과 궤를 달리 하지 않는다.

    이런 면에서 보면 만일 오바마가 집권한다면 클린턴 행정부에서 1기 부시정부로 넘어갈 때 오랜 재검토 끝에 'Anything But Clinton'의 방향으로 움직였던 그런 큰 틀의 대북정책 변화는 일어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역설적이게도 새로운 미국의 대통령이 맞닥드려야 할 여러가지 정책적 의제들 가운데, 1기 부시정부가 가장 크게 비틀었었던 대북정책이 2기 부시정부 동안 정 반대 방향으로 다시 되감겨 이번엔 가장 방향이 덜 바뀔 대목이 될거라 예측해 볼 수 있게 된 것이다.

    그리고 그 중심엔 부시대통령을 움직인 그의 '측근' 라이스 장관도 있지만 매번 돌파구를 만들었던 크리스토퍼 힐 차관보가 있었다.   


    ▲ 남북, 한미 새로운 접근법은? 

    다행스럽게도 몇 달 전부터 외교부 북미국은 양 진영의 캠프 관계자, 의사결정 과정에 있는 사람들과 '네트워크'를 구축하는데 많은 애를 쓰고 있다는 얘기를 들었다.

    주제 넘은 얘기인지 모르지만 만약 미국의 정권이 교체된다면 '동맹'이라는 단어에 함몰된 외교를 펴는 건 더이상 적절치 않을 걸로 보인다.

    또 하나, 더 이상 상황이 악화되기 전에 대북 정책을 어떻게 가져가야 할 지에 대해서 좀 더 신축적이고 실용적으로 바라볼 필요가 있을 것 같다.

    한 매체에 따르면, 이른바 북한의 '급변사태'가 발생할 때를 대비한 개념계획 5029를 구체화 하려는 시도가 한-미간에 진행되고 있다고 한다. 연일 출렁이는 금융시장, 그리고 전 세계적인 패닉 상황에 하루가 다르게 충격을 받고 있는 실물경기. 눈 앞에 닥친 위기 상황들을 대처해 나가는 것 만 해도 결코 쉬운 일은 아니다. 그러나 이런 때 일 수록 새로운 '변수'가 생기지 않도록 주의깊게 위기 관리를 해 나가는 것 또한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친 일이 아닐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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