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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오바마-바이든 플랜'의 4가지 키워드 / 2008.11.20.
    북핵리포트 2007-2012 2015. 8. 16. 16:26

    미국 대통령 당선자인 오바마는 19일 우리로 치면 '대통령직 인수위원회' 홈페이지인 www.change.gov를 통해서 이른바 '오바마-바이든 플랜'(Obama-Biden Pan)이란 걸 공개했다. 경제와 외교, 의료보험 문제 등 모두 24가지로 의제(agenda)를 분류하고 대통령, 부통령 당선자의 기본적인 입장을 정리해 놓은 글이다.

    그동안 오바마의 연설과 그의 측근 발언을 통해 외교정책, 특히 대북정책을 어떻게 풀어갈 것인가 미뤄 짐작할 수 있긴 했지만, 당선자가 돼서 내놓은 공식적인 문건인 만큼 어떤 핵심 키워드 들이 들어있는지 꼼꼼하게 살펴 볼 필요가 있다.


    ▲ 검증가능한(verifiable)


    '플랜'은 '미확인 대량살상무기'를 이유로 부시 행정부가 공격을 감행했던 이라크가 아니라 9.11 테러를 일으킨 알카에다에 첫 번째 우선순위를 뒀고 이는 충분히 예상가능했던 일이다. 그런데 '플랜'은 대외정책 분야의 두 번째 순서로 핵무기 문제를 다루고 있다. 플루토늄이 아니라 대규모 원심분리장치를 통해 우라늄을 생산하고 있는 이란을 염두에 둔 것인데, 여기서 우리가 주목해야 할 키워드는 '검증가능한'(veriviable)이란 단어이다.

    '플랜'은 오바마와 바이든이 4년 안에 통제되지 않는 모든 핵물질(all loose nuclear materials)을 안전한 상태로 만들겠다고 공언했다. 이어 현재까지 생산된 핵물질에 대한 안전을 확보하는 한편, 새로운 핵 무기에 쓰일 수 있는 원료의 생산을 금하게 하는 협상을 할 때 '검증가능한 국제적인 금지'가 이뤄질 수 있도록 하겠다고 했다. (While working to secure existing stockpiles of nuclear material, Obama and Biden will negotiate a verifiable global ban on the production of new nuclear weapons material.)

    '플랜'에 등장하는 '검증가능한'이란 용어는 부시정부가 북핵문제를 다루는데 등장했던 이른바 'CVID' (complete, verifiable, irreversible dismantlement)의 한 대목을 떠올리게 한다. 이 CVID라는 용어는 6자회담이 진전을 이루는데 큰 장애가 됐었는데 2기 부시정부 말년에는 거의 폐기되다시피 했다. 사실 대북협상의 전권을 부여받은 크리스토퍼 힐은 영변 원자로의 '불능화'라는 큰 성과를 이루긴 했지만, 항상 아슬아슬하게 세부사항을 뭉개면서 대화를 끌어갔다는 비판이 끊이지 않았다.  따라서 아직 단정하긴 이르지만, 만약 이 '검증가능한' 이라는 키워드가 차기 정부의 대북정책에 있어 핵심적인 키워드 가운데 하나가 될 거라면 북-미 협상은 상당히 어려워 질 수 있다는 얘기다.  

    아닌게 아니라 지금 6자회담이 부딛쳐 있는 장애물도 바로 검증의 문제다. '검증 의정서'와 관련해 미국과 일본, 한국 등은 철저한 검증을 위해 '샘플 채취가 필수'라는 입장인데 반해 북한은 '당장 샘플 채취는 안된다'고 반발하고 있다.


     ▲ NPT (핵확산금지조약) 


    '플랜'은 핵확산금지조약 NPT를 강화하겠다고 밝히고 있다. "NPT를 강화해 북한과 이란같은 나라들이 규칙을 깨면 자동적으로 강한 국제적인 제재에 직면할 수 있도록"하겠다는 거다. (Obama and Biden will crack down on nuclear proliferation by strengthening the Nuclear Non-Proliferation Treaty so that countries like North Korea and Iran that break the rules will automatically face strong international sanctions.)

    이런 천명이 실제 어떤 속내를 품고 있는 건지는 좀 더 두고 봐야 하지만 이는 2기 부시정부의 접근법과는 분명히 다른 것이다. 사실 부시정부는 인도와의 양국간 핵 협정을 맺으면서 NPT 체제를 흔들리게 한 바 있다. NPT는 기존의 핵보유국에만 유리한 태생적인 불평등 조약이어서 원래부터 말이 많은데다, 미국이 인도와 핵협정을 맺은 건 기존 핵보유국이 아닌 인도를 사실상 핵 보유국으로 인정하는 것과 다르지 않기 때문이다.

    북한은 탈퇴를 선언했다가 유보하는 등의 우여곡절을 거쳐 2003년 3월 NPT에서 탈퇴했는데, 국제사회는 북한의 탈퇴를 인정하지 않고 있다. 따라서 이 '플랜'에 명시된 대로 오바마 정부가 북한에 대해 NPT의 잣대를 들이댈 경우 이는 새로운 불씨가 될 가능성이 높다.


     ▲ 효과적인 틀 (Effective Framework)


    그동안 필자는 부시정부에서 고안된 6자회담의 틀이 오바마 정부에서 유지될 것인지 혹은 변형될 것인지에 대해 궁금했었다. 6자회담의 틀은 북-미 직접외교를 피하기 위한 방법으로 고안된 것인데, 오바마는 공개적으로 직접대화를 강조해 왔기 때문이다. 그런데 '플랜'을 보면 오바마 정부는 이 6자회담의 틀을 그대로 살리기 보다 그 '아이디어'만을 차용해 일종의 동맹 틀을 만들고, 이를 통해 동아시아에서의 영향력 확대를 꾀하려는 것으로 보인다.  

    '아시아에서의 새로운 파트너십을 추구한다'는 소제목이 붙은 단락에서 '플랜'은 양자협정이나 가끔씩 있는 정상회동같은 걸 넘어서는 '효과적인 틀'을 만들겠다는 포부를 밝히고 있는데, 그 예를 '북핵 문제를 다루는 6자회담'으로 삼았다.  

    특히 눈에 띄는 건 '플랜'이 일본-한국-호주를 묶어내 중국을 견제하겠다는 그들의 속내를 굳이 숨기지 않는다는 점이다. ( They will maintain strong ties with allies like Japan, South Korea and Australia; work to build an infrastructure with countries in East Asia that can promote stability and prosperity; and work to ensure that China plays by international rules. )


    ▲ 당근 (incentive) 


    많은 언론들이 "tough, direct diplomacy"라는 용어 자체에 초점을 맞춰 기사를 썼는데, 필자는 그 보다는 오바마 정부의 외교가 순조롭게 진행됐을 때 어떤 당근을 쓰려고 하는가를 짚어봤다. '플랜'은 이란에 대해 선택을 하도록 하겠다면서, 이란이 핵과 테러지원을 포기할 경우 줄 수 있는 '당근'을 예시한다. 국제무역기구의 일원으로 끼워주고, 경제적인 투자가 이뤄질 수 있도록 도와주며, 이란과의 외교관계를 정상화하는 방향으로 움직이겠다는 것. (we will offer incentives like membership in the World Trade Organization, economic investments, and a move toward normal diplomatic relations.)

    이는 북한에 대해서도 비슷하게 적용될 수 있을텐데, 실제로 이 세가지는 북한이 간절하게 원하는 것들이기도 하다.


     . . . .   


    물론 '플랜'이 오바마 정부의 완벽한 청사진이라고 볼 수는 없다. 1기 부시정부가 들어선 뒤 대북정책의 검토결과가 나온 건 취임한지 6개월 가까이 지난 2001년 6월6일 이었다. 그러나 인수위가 '오바마-바이든 플랜'이라고 이름 붙인 어젠다들은 나름대로 오바마 진영의 정리된 생각이라고 봐야 할 거다.

    그런데 이 '플랜'에서 나타나는 건 오바마 당선 뒤에 나왔던 북-미 관계 진전에 대한 '장밋빛 미래'와는 조금 거리가 있어 보인다.

    제네바 합의, 북-미 공동코뮤니케 같은 것들을 만들었던 민주당이 재집권하는 것인 만큼 '플랜'만 보고 필요 이상으로 비관적인 전망을 할 필요도 없겠지만, 그렇다고 앞으로의 4년을 낙관적으로만 보기엔 생각해 봐야 할 구석이 많은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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