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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북한이 내민 카드 - 미사일 / 2009.02.17.
    북핵리포트 2007-2012 2015. 8. 16. 20:51

    최근 한반도 주변에서 긴장의 수위가 다시 높아지고 있다. 북한이 미사일 발사를 준비하고 있다는 징후가 포착되고 있기 때문이다. 미국은 얼마 전 '코브라 볼' 정찰기 2대를 일본에 배치했는데, 이 정찰기들은 지난 2007년 여름 북한이 대포동 2호를 포함해 미사일 7기를 발사할 때도 일본에 왔으며, 당시 정확히 대포동 2호의 궤적을 추적해냈었다.

    북한 핵 문제는 똑같지는 않지만 같은 코드를 반복하면서 조금씩 세부 음 구성을 달리하는 변주곡 같다. 6자회담이 벽에 부딛쳤던 2007년 여름과 부시정부가 가고 미국의 민주당 정부가 들어서 대북정책을 재검토하는 2009년 2월의 상황은 사뭇 다르다. 하지만 북한으로선 2007년 그 때나 지금이나 돌파구를 찾고, 몸값을 올려야 할 처지에 있다.


    북한의 또 다른 카드 - 미사일

    1998년, 북한이 '광명성 1호'라고 부르는, 우리가 '대포동 1호'라고 부르는 발사체는 여러가지로 성공적이었다. 스커드(SCUD)에 뿌리를 둔 액체연료 로켓 <노동A> (NO-DONG-A)를 1단으로 하고, 2단으로는 <노동>보다 날씬한 스커드를 얹은 뒤, 3단은 고체 로켓으로 조립한 이 발사체는 1단, 2단까지는 제대로 작동한 것으로 분석된다.


      

     [사진-1] 대포동 1호 등 북한과 이란이 개발하고 있는 미사일 제원.개념도         http://www.globalsecurity.org/wmd/world/dprk/missile.htm

    북한은 평화적 우주기술 개발이라고 선전했지만 다단 로켓을 성공시킴으로써 기술에 있어 큰 진전을 이뤘다. 실제로 스커드미사일 개량형의 사거리가 5,00km 정도이고, 노동미사일은 1,300km 정도인데, 대포동 1호(광명성 1호)의 사거리는 2단일 경우 2,000~2,200km 3단일 경우 2,672~2,896km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 일은 미국에 큰 충격을 줬다. 아직 무거운 탄두를 실어 나를 완벽한 발사체도 아니고, 정확도도 떨어지는 걸로 분석되지만 미국의 본토에 뭔가를 날려보낼 수 있다는 사실 자체가 문제였다. 그래서 1999년 9월, 베를린 고위급 회담이 열리고 결국 북-미간에 북한은 미사일 발사를 중지하고 미국은 대북경제제재를 완화시키는 합의가 나왔다.  바로 <베를린 합의 1999.9.12>이다.

    핵은 그 핵을 날려보낼 수 있는 운반체가 있을 때에야 비로서 의미가 있다. 핵과 미사일은 동전의 앞면과 뒷면 처럼 결코 분리할 수 없는 문제이며, 그런 의미에서 북한의 미사일은 심각한 경계의 대상이다. 더구나 핵탄두 제조에 성공한 나라라면 미사일의 의미는 더할나위 없이 커진다. 

    이와 관련해 폴 스테이어(Paul B. Stares)와  클린턴 정부시절 국무부 북한담당관을 지낸 조엘 위트(Joel S. Wit)가 내놓은 보고서를 주목할 필요가 있다. 

       폴 스테이어, 조엘 위트의 CFR 보고서 

       http://www.cfr.org/publication/18019/

    권위있는 민간기구 외교협회(CFR)에서 <특별보고서, 북한의 갑작스런 변화  대비>라는 제목으로 펴냈는데, 북한에서 이른바 '급변사태'가 발생할 때 과연 어떤 일들이 일어날지 차분히 정리하고 있다.

    그런데 그 내용 가운데는 '북한 관리가 미국 관리에게 핵무기들이 조립돼 영변 밖 지역에 보관되고 있다고 말했다.'는 대목이 등장한다. (North Korean officials have told their American counterparts that their nuclear weapons are assembled and stored at facilities other than Yongbyon.)

    물론 가까운 과거 비슷한 얘기가 미국의 정보관리의 입을 통해 "북한이 ~한 걸로 보인다"는 분석으로 나온 적은 있었던 것 같다. 그러나 북한 관리가 직설적으로 그걸 얘기 했다는 건 의미가 다르다. 북한 핵을 nuclear device, 핵 폭발장치 정도로 낮춰 부르던 미국이 요즘들어 갑자기 북한의 핵무기를 기정사실화 하는 발언들을 쏟아내는 것도 무관치 않을 것이다.


    '대포동 2호', 왜 실패했을까?

    2007년 7월5일, 북한은 새로운 시도를 감행했다. 지금 우리가 <대포동 2호>라고 부르는 로켓을 발사한 것인데, 발사 뒤 40여초간 정상 비행을 하다 부러져 발사대에서 2km 이내의 해안가에 추락했다.  



       [사진-2] 찰스 빅이 추정하는 대포동 2의 실패 과정

    http://www.globalsecurity.org/wmd/world/dprk/images/nkirtd-2cascadefailurenkir42.jpg 

    북한이 <광명성 1호>로 대대적인 홍보를 한 1998년 <대포동1호>오는 달리, 실패한 <대포동 2호>는 그 모양이 어떻게 생겼는지 아직 공개되지 않았다.  Gloval Security 의 찰스 빅(Charles P. Vick)은 대포동 2호가 <노동A>를 1단, 개량형 <노동B>를 2단, 고체로켓을 3단으로 올린 형태일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이는 1998년 발사했던 <대포동 1호>와 크게 다르지 않은 형태이며 얼마전 이란이 위성발사를 성공시킨 <SAFIR>와도 비슷하다. 찰스 빅은 글로벌 시큐리티 홈페이지를 통해 미국 정보당국을 인용해 북한이 2009년 이스라엘과 미사일(혹은 발사체)에 대한 기술교류를 했을거라고 밝히고 있다.

      이란 미사일 SAFIR 관련 사진 사이트     http://www.b14643.de/Spacerockets_1/Diverse/Safir-IRILV/Safir.htm 

    그러나 2007년 당시 익명을 요구한 소식통의 얘기는 달랐다. 인용하자면 이렇다. "대포동 1호가 1단에 <노동>미사일, 2단에 <스커드>를 묶은 것이었다면, 대포동 2호는 1단에 <노동> 4개를 묶고, 두번째 단에 <노동>1개, 3단에 소형 고체연료 로켓을 묶는 방식"이었다는 것. 이는 찰스 빅의 생각과는 많이 다르다. 그러면서 이 소식통은 "대포동 2호가 유체공학적(airodinamic)인 설계가 제대로 되지 않아 올라간 뒤 얼마 뒤에 공중분해 되고 말았다."고 진단했다. 그는 "떨어진 미사일 잔해 등 여러가지 정보들을 종합 분석해 나온 한국정부, 미국이 공유하는 판단."이라는 얘기도 덧붙였다.



       [사진-3] 이란이 향후 개발할 것으로 예상하는 로켓의 개념도

    http://www.globalsecurity.org/wmd/world/iran/images/iran-solidprop_lvs.jpg

    날씬한 형태 - 공기의 저항을 덜 받고 기계적으로도 연결이 매끄러울 수 있는 형태가 아니라 4개의 원통을 묶는 형태라면 이를 성공시키기가 어려운 건 당연하다. 그리고 발사 40여초 만에 서로 연결부위가 끊어져 공중분해 됐다는 것도 이해가 쉬워진다.

    그런데 '날씬한 형태'의 대포동 1호(광명성 1호)의 경우, 미사일에 실을 수 있는 탄두의 무게가 겨우 50에서 100kg정도인 걸로 추정되고 있다. 이란 언론들의 보도를 보면, 그 SAFIR에 실린 위성이라는 것이 옛날 16인치 브라운관 TV정도 되는 크기에다 내용물은 거의 없는 '빈 상자'같은 것에 불과하다. 

    이런 <노동>미사일 2개를 붙이는 정도의 형태로는 대포동 1호에 핵 탄두를 실을 수 없다는 얘기다.  그러나 고위 관료의 말 처럼 대포동 2호가 1단에 스커드를 4개나 묶는 형태의 강력한 추진력을 갖춘다면 적재하중(실을 수 있는 탄두의 중량)은 1000kg, 1톤을 넘길 정도로 비약적으로 늘어날 수 있다.  

    이와 관련해 최근 여러차례 평화적인 우주기술 개발을 강조했던 있는 북한은 2/16일자 조선중앙통신을 통해 "우리나라에서 무엇이 날아올라갈지는 두고보면 알게 될 것"이라고 언급한 바 있다.    


    정말 발사할까?

    힐러리 클린턴 국무장관이 아시아 순방길에 나서고, 러시아에서는 6자회담 워킹그룹의 하나인 동북아안보회의가 열리는 상황에서 북한의 '미사일 발사'라는 카드는 다분히 부정적인 영향을 줄 수도 있다.

    그러나  완전하고 검증가능한 비핵화를 강조한 오바마-바이든 플랜, 인준청문회를 통해 북한을 '나쁜 액터(bad actor)'라고 부른 힐러리 클린턴 국무장관 등 미국 새 정부의 '강경한 정책 기조'를 마주하게 된 북한이 과연 어떤 카드를 꺼내들 수 있을지 궁금했던 필자의 입장에서 보면, '미사일 발사'는 의미가 없지 않다.

    전술적으로도 미사일 발사는 영변 핵시설에서 '불능화'를 감시하고 있는 미국 관리들을 내쫓는 - 이미 실행으로 옮겨진 약속을 되돌리는 것 보다 부담이 훨씬 덜하다.  "무엇을 쏘든 유엔 결의안 1718을 위반하는 것"이라는 2/5 우리 외교부의 발언에도 불구하고, 북한이 '평화적인 우주기술 개발'이라는 명분을 내세울 경우,  결의안 1718을 곧장 적용하는 것이 그리 간단하지는 않을 것 같다.       

    지난 2007년, 한국 시간으로 7월5일 새벽, 미국 현지시간으로 7월4일 독립기념일에 대포동 2호가 발사됐다. 마찬가지로 몇가지 시점이 발사가 예상되는 날로 점쳐지고 있다.  김정일 위원장의 생일(2월16일)은 이미 지나갔고, 힐러리 클린턴 미 국무장관 방한(2월19~20일), 러시아에서 열리는 동북아안보회의 (2월19~20일), 이명박 대통령 취임 1주년(2월25일), 최고인민회의 대의원 선거(3월8일) 등이 거론된다. 

    로켓 추진체에 액체연료를 채워넣는 데는 약 3~4일 정도가 걸린다고 한다. 이런 움직임은 신경을 곤두세운 한.미.일 정보당국에 의해 곧 포착될 텐데, 실제 발사가 이뤄지기 전 까진 극비에 부쳐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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