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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북한 미사일 발사 - 카운트 다운 / 2009.03.07.
    북핵리포트 2007-2012 2015. 8. 16. 22:52

    카운트 다운

    소식통들의 얘기를 종합하면 북한은 일단 그들이 '은하2호'라고 부르는 발사체를 쏘아올릴 박마지 준비 단계를 밟고 있는 듯 하다. 발사체가 조립되고 있다고 하고, 연료주입은 사전에 매설한 관을 통해 티나지 않게 이뤄질 수 있다는 '관측'도 있었다. 엑체추진 로켓의 경우, 어떤 조합의 연료를 쓰느냐에 따라 차이가 있겠지만 강력한 산화제 성분 때문에 일단 연료를 주입하면 꼭 쏴야 한다는 견해가 많다. 3/5일 저녁 북한은 조평통 대변인 성명을 통해 동해상의 안전을 담보할 수 없다는 얘기까지 했다. 이를테면 '카운트 다운'이 시작된 셈이다.

    북한은 그동안 '은하2호' 쏘아올리기 위해 명분을 축적하는 일에도 게을리 하지 않았다. 이란의 로켓 발사성공에 대해 논평을 냈고, 평화적인 우주개발의 권리를 강조했다. 북측 유엔대표인 김명길 공사는 2/26 6자회담 참여 의사를 밝히면서도 "인공위성 발사는 예정대로 한다"고 말했다. 북한은 판문점에서 유엔측과 잇따라 접촉한데 이어 한-미 연합훈련인 키리졸브를 문제삼았다. 키리졸브는 3월9일 시작된다.

    아뭏든 지금까지를 평가해 보자면 북한이 내민 미사일 카드는 부정적이든, 긍정적이든 판을 흔드는데 효과가 있었다. 


    카드의 효과

    미국이 대북정책에 대해 완전한 검토를 끝내지 않은 상태에서 한반도를 둘러싼 외교협의가 몹시 급박하게 진행됐다. 마음이 급했는지 아니면 중국을 압박하기 위한 수였는지 모르지만 힐러리 클린턴 장관은 이례적으로 기자들에게 북한후계문제를 둘러싸고 벌어질 수 있는 '급변상황'에 대해 언급했다. 물론, 유명환 장관과의 공동 기자회견, 그리고 크리스토퍼 힐의 보충설명(2/26)을 통해 정 반대의 강조점 - '북한의 현 정권(government)과 잘 해보려 한다'는 - 으로 의미가 변질되긴 했지만 말이다.   

    대학학장 자리를 그대로 유지하면서 Part-Time 으로 일할 것 처럼 얘기했던 보즈워스 특사는 국무부로 불려왔다. 힐러리 클린턴 장관은 성김 6자회담 수석과 보즈워스 특사를 대동하고 나와 6자 관련국 방문계획을 소개했는데, 이로 인해 크리스토퍼 힐의 추진력으로 탄력을 받던 6자회담의 위상이 약해지고 북한이 선호하는 양자구도에 무게가 실리는 모양새가 됐다.

    특사라는 중량감 있는 인사가 중국을 찾았지만, 미국과 중국 사이에 북한의 '은하2호'와 관련한 일치된 견해가 형성됐다는 소식은 들리지 않는다. 앞서 중국측 6자수석대표 우다웨이가 26일 방북했는데, 보즈워스가 북한측과도 접촉하려 했지만 성사되지 않았다는 소문도 있다. 대신 일부언론은 우리 정부 소식통을 인용해 러시아와 중국이 이번 '은하2호'와 관련해 북한에 제재를 가하는데 부정적인 입장을 취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북한이 준비하고 있는 것이 위성 발사체인지, 미사일인지 하는 논란은 사실 의미가 없다. 로켓 위에 '위성'을 올려놓을 것인지 핵이든 생화학 무기든, 재래식 폭탄이든 '탄두'를 올려놓을 것인지만 다르기 때문이다.


    안보리 결의 1718

    미국과 일본, 우리나라는 북한이 발사를 강행할 경우, 2006년 10월 만들어진 안보리 결의안 1718의 위반이라고 여러차례 강조하고 있다.  2/24일 국무부는 "명백한 위반"이라고 밝혔다. 1718은 북한이 핵실험을 한 직후 초 스피드로 만들어진 결의안이다.

    결의안 5항은 "북한은 모든 탄도 미사일 개발 계획을 중지하고 기존의 미사일 발사 유예 약속을 재확인해야 한다고 결정한다. Decides that the DPRK shall suspend all activities related to its ballistic missile programme and in this context re-establish its pre-existing commitments to a moratorium on missile launching;"고 돼 있다.

    이어 7항에서 "또한 DPRK는 그 밖의 현존하는 모든 다른 대량살상무기(WMD)와 탄도 미사일 계획을 완전하고 검증가능하며 되 돌이킬 수 없는 방법으로 포기해야 한다고 결정한다. Decides also that the DPRK shall abandon all other existing weapons of mass destruction and ballistic missile programme in a complete, verifiable and irreversible manner"라고 해놨다.

    첫 번째 관건은 "모든 탄도 미사일 계획 ; all activities related to its ballistic missile programme" 이라는 구절을 북한이 '은하 2호'라고 주장하는 로켓에 적용할 수 있느냐 하는 점. 북한은 2/24 <조선우주공간 기술위원회>담화 등을 통해 끊임 없이 '은하 2호'를 위성발사를 위한 평화적인 우주개발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게다가 2/28 <우리민족끼리>를 통해서는 "우리는 그러한 결의를 인정해 본적도 없고, 그 같은 것을 염두에 둔 적도 없다"고 밝혔다.

    북한과 비슷한 행동을 하고 있는 걸로 의심을 받고 있는 이란이 얼마전 위성을 쏘아올렸을 때 국제사회가 '제재'를 논의한 바 없다. 경우가 전혀 다르지만, 한국도 오는 5월 고흥군 나로우주센터에서 위성을 발사할 예정이다.  요컨대 북한이 발사체, 로켓을 개발하는 건 미사일 기술을 개발하기 위함이라는 것이 너무나 명백하지만, 그것에 대해 국제사회가 논리적으로 '제재'라는 굴레를 씌우는 일이 말처럼 쉽지 않다는 얘기다.


    안보리의 비밀

    두 번째 관건은 안보리의 결의가 만들어지고 제재가 결정되는 체계의 문제다. UN은 결코 민주적이고 평등한 조직이 아니다. 어떤 사람들은 반기문 전 외교부장관이 지금 UN의 대표인 것 처럼 생각하지만 Secretary General, 즉 유엔의 살림살이를 챙기는 직원들의 대표일 뿐 UN의 주요 결정을 내리는 주체가 결코 아니다. 안보리 결의같은 중요결정은 미국과 영국, 프랑스, 러시아, 중국 등 5개의 상임이사국(P5)이 내린다. 따라서 북한이 핵을 터뜨린 지난 2006년과는 달리, 북한이 '위성이라고 주장하는 로켓'을 쏘아올렸다고 해서 러시아와 중국이 쌍수를 들고 제재를 찬성하는 상황은 조성되기가 어려울 거다.       

    또 하나, 어쩌면 이번 미사일 정국에서 미국이 내심 중국의 '역할'을 기대할지 모르겠지만, 중국은 북한에 대해 절대적인 영향력을 행사하는 존재가 아니다. 찰스 프리처드(Charles L. Pritchard)는 그의 책 <실패한 외교>를 통해, '중국이 북한에 대해서 아예 영향력을 행사하지 않는다고 말하는 건 정확하지 않지만, 북한에 너무 강한 영향력을 행사하는 것(too much leverage on)을 피하려고 한다.'고 지적한다. 너무 강하게 영향력을 미치려고 하면 북한 문제가 중국 스스로 골치아파하는 ‘지역적인 안정’ 문제에 악영향을 줄 수 있다고 판단하기 때문이라는 것.

    얼마 전 중국으로 건너갔던 유명환 장관이 사전에 언론을 통해 그의 방중 사실이 보도되자 화를 냈던 것으로 알려졌다. 그 이유까지는 정확히 취재가 안됐지만 미루어 짐작하는 이유 가운데 하나는 중국을 두드린다 해서 곧 가시적인 결과물이 나올 수 없다는 사실을 유장관 스스로도 잘 알고 있었기 때문이 아닐까?


    은하 2호

    '은하 2호'는 지난 2006년 실패한 로켓의 개량형일 가능성이 높다. 지난 번 칼럼에서 언급한 것 처럼 1단에 스커드 4기를 엮고, 그 위에 2단으로 노동 B를 얹은 형태일거란 얘기다.  재미있는 사실은 '광명성 1호' 때와는 달리, 북한이 지난 2006년 발사 실패때는 위성이라는 주장을 하지 않았다는 점이다.  '광명성1호'때에는 발사 장면이 공개가 됐었다. 같은 논리라면 이번 '은하 2호'의 경우엔 발사장면이 사후에 공개될 개연성이 있다.

    만약 북한이 '은하2호'의 유체역학적인 설계를 보강해, 1단에 스커드 4개를 병렬적으로 연결한 다소 '거친' 형태의 로켓이 발사에 성공한다면 이 로켓의 날아갈 수 있는 거리는 상당히 길어질 것이다. 미국 보수진영 싱크탱크인 해리티지 재단의 클링너 연구원은 3/4 이 로켓이 "33분이면 미국 본토에 도달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물론 북한이 '위성'이라고 주장했기 때문에 대기권 밖으로 나갔다가 다시 대기권 안으로 재진입하는 포물선 궤도로 '은하2호'를 쏘아올리진 않을 것이다.


    미사일 방어체제 (MD)

    그렇다 해도, 북한의 시도는 일본이나 미국에 상당한 심리적 타격을 줄 수 있는 몹시 강력한 카드다.  미국이나 일본 모두 "요격을 하겠다"고 공언하지만, 만에 하나 실패하기라도 한다면 엄청나게 많은 예산이 들면서도 그 효용성에 대해 의문이 제기되고 있는 MD체제 자체가 전 세계적으로 흔들릴 수 있다.  그래서 미국은 마지막까지 북한이 '은하2호'를 쏘아올리지 못하도록 하는데 온 힘을 쏟을 것이다. 

    여기서 미국 정보기관을 총괄한다는 ODNI(국가정보국장실)에서 내놨다는 분석(2/27연합뉴스)은 매우 의미심장하다.

    "만약 북한 당국이 발사를 강행한다면 이는 북한이 보기에 미국이 현재 양자대화로 나올 준비가 안됐다는 판단을 나타내는 것."  역으로 ODNI의 논리는 카운트다운이 시작된 '은하 2호' 발사시도는 미국이 북한 핵 문제, 나아가 관계정상화 문제 등을 화끈한 양자대화를 통해 풀 생각이 있다는 분명한 신호가 나올때야 중단될 수 있다는 얘기가 된다.

    보즈워스 특사는 7일 한국을 방문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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