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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로켓 발사, 4일간의 기록 / 2009.04.24.
    북핵리포트 2007-2012 2015. 8. 16. 23:00

    [광명성 2호, 그리고 역설] 이라는 칼럼을 쓴지 1달이 넘었다. 우선 실무적으로 장거리 로켓 발사 특보를 준비하느라 정신없이 보냈던 기간이 있었고, 그 직후엔 회사 내부 사정으로 1주 가까이 취재현장에서 떠나있어야 했었다. 그래서 중요하지만 몇가지 중요한 주제들을 빠뜨렸는데,  이미 지나간 주제지만 이 칼럼의 목표이기도 한 '기록'을 위해 한 번씩 되새김질을 하고 지나가고자 한다.  이번엔 <로켓 발사, 4일간의 기록>, 이후 <PSI 참여 번복>, 그 뒤에 <20분간의 남북접촉>으로 칼럼을 이어갈 계획이다. 


    ▲ 특별 생방송을 위한 MBC 스튜디오. 가장 좌측에 앉아 있는 사람이 필자


    북한은 차근 차근 발사를 위한 준비를 진행시켰다. 지오아이(GeoEye)와 디지털글로브(DigitalGlobe)라는 두 곳의 민간위성업체를 통해 함경북도 무수단리의 사정은 거의 실시간으로 전 세계에 알려졌다. 기자와 이메일을 주고받던 한 민간 위성업체의 관계자는 "특정지역의 사진이 중계방송을 하듯 복수의 민간위성업체의 사진을 통해 거의 매일 공개되는 건 이번이 처음이 아닐까 생각한다."고 했다.


    4월4일 토요일.

    북한이 국제기구에 통보한 발사기간의 첫날 오전. 생방송을 위해 준비한 여러가지 것들을 점검하던 기자는 문자메시지를 받고 1층 분장실로 뛰어내려갔다. 조선중앙통신이 10시, 조선우주공간기술위원회의 통보를 인용해 은하2호 로켓을 곧 발사하게 될거라고 밝혔기 때문.  청와대에서는 안보관계 장관회의가 열리고 있었고 북한 로켓이 발사되면 국가안전보장회의(NSC)로 전환될 예정이었다. 오전 10시40분부터 특별생방송이 시작됐다. 소식통들은 발사장 인근에 3~4대의 참관 차량이 포착됐다고 전했다. 조선신보는 로켓발사를 기정사실화한 기사를 내보냈다. 제목은 <2012년 구상 안받침한 광명성 2호>, <강성대국 개문예고의 신호탄>, <국가전략기술로 규정된 다계단 로케트> 등이었다.

    북한이 예고한 시간 11시가 지나갔다. 그러나 발사가 됐다는 소식은 들려오지 않았다. 기자와 앵커를 맡았던 김현경 기자 그리고 전문가 출연자 2명은 초밥 도시락으로 스튜디오에 앉은채 점심을 해결했다. 오전에 기획사를 올렸던 조선신보가 11시30분쯤 관련기사를 다 내렸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12시16분경. 일본에서부터 북한이 로켓을 발사했다는 소식이 일제히 보도됐다. 일본은 언론사와 자치단체까지 모두 실시간 정보가 공유되도록 Em-Net 시스템을 구축하고 있었다. "일본정부에 따르면"이라는 단서를 달고 속보를 이어가고 있는 상황에, 일본정부가 약 5분 뒤 발표내용을 전면 번복했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시스템 오류로 다른 비행체를 오인해 경보가 나갔다는 것.  그리고 몇시간을 더 기자는 스튜디오에 꼼짝없이 붙잡혀 있었다. 4시 청와대에 모여있던 장관들이 각 부처로 돌아갔다. 


    4월5일 일요일.

    북한의 조선중앙방송은 오전 6시 보도를 통해 무수단리 발사장 인근의 청진, 함흥, 원산 지방이 "주로 갠 날씨겠다"고 보도했다. AP는 북한의 장거리 로켓 발사에 대비한 안보리 결의안 초안을 회람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청와대 관계자는 "오늘 쏠 가능성이 어제보다 높다"고 말했다. 9시50분쯤 정보소식통은 "오전중에 긴박하게 돌아갈 것 같다. 차량도 소개되고 서비스암(service arm)도 제거되고 네트도 제거됐다"고 전해왔다. 11시 안보관계 장관회의가 다시 소집됐다. 미국의 폭스뉴스는 미국관리를 인용해 "모든 것이 정렬되고 준비가 된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11시30분, 역시 일본언론들이 북한이 장거리 로켓을 발사했다고 보도하기 시작했고, 우리 정부도 거의 동시에 확인했다. 35분쯤, 일본 언론들은 로켓이 일본열도를 통과해 태평양으로 간 것 같다고 속보를 냈다. 조금 뒤 좀더 자세한 보도가 나왔다. 일본언론에 따르면 11시30분15초에 동쪽을 향해 1발이 발사됐으며, 아키타현 서쪽 230km공해상에 1단 추진체가 떨어졌고 11시43분 일본열도를 통과해 파괴지시가 내려지지 않았다는 것. 이어 2단 추진체는 일본 동쪽 1270km지점 태평양에 떨어졌다고 일본언론은 보도했다.

    북한측의 발표는 달랐다. 조선중앙통신은 "은하-2호가 11시 20분 함경북도 화대군 위성 발사장에서 발사되어 9분 2초만인 11시 29분 2초에 '광명성 2호'를 자기 궤도에 정확히 진입시켰다"면서, " '광명성 2호'는 40.6°의 궤도 경사각으로 지구로부터 제일 가까운 거리 490㎞, 제일 먼거리 1,426㎞인 타원궤도를 돌고 있다"고 발표했다.

    중국은 별다른 논평없이 광명성 2호를 쐈다고 보도했고, 우리정부는 "심각한 위협 안겨준 북한의 무모한 행동에 실망과 안타까움을 금할 수 없다"고 밝혔다. 미국 국무부도 현지시간으로 밤 11시가 넘은 상황임에도 "로켓발사와 관련한 상응조치 취할 것"이라는 내용의 입장을 내놨다.  유엔 안보리는 긴급 회의를 소집했다.

    그날 저녁 북미 항공우주 방위 사령부는 보도 자료를 통해 장거리 로켓이 성공적으로 우주궤도에 진입했다는 북한의 발표를 정면으로 반박하면서 "장거리 로켓의 1단계 추진체는 예정대로 동해에 떨어졌지만 탑재체를 포함한 나머지 발사체는 태평양에 떨어졌다"고 밝혔다.


    4월6일 월요일.

    UN안보리는 발사 16시간30분 만인 현지시간 5일 오후 신속하게 소집됐다. 그러나 이사국들 간의 이견으로 대북 강경 대응에 의견일치를  보지 못했다. 미국, 일본, 영국 등은 로켓 발사를 안보리 결의 1718호 위반이라며 강력한 대응을 촉구하고 나선 반면 러시아와 중국은 `과잉반응 자제'를 주문했다.

    이명박 대통령은 청와대에서 여야 3당 대표와 조찬회동을 가진 자리에서 "PSI참여는 북한의 로켓 발사와는 관계없이 대량살상무기 확산과 테러방지 등 국제협력 차원에서 검토돼온 사안"이라면서 "(전면 가입이) 적극 검토되고 있다"고 밝혔다. 유명환 외교부장관도 국회에 출석해 같은 취지의 말을 했다.

    그날 군 당국자는 "1998년 대포동 1호의 경우 1단은 500여km 동해상에, 2단은 1천500여km 태평양에 각각 낙하했지만 이번에 발사된 로켓은 더 비행한 것으로 보여 미사일 능력이 진전된 것으로 평가한다"고 했다. 또 일본측 보도를 인용해, "2단과 탑재체를 포함한 3단은 일본에서 2천100km 해상에 낙하했고 이를 무수단리로부터 계산하면 3천100km 정도로 생각된다"면서 "그러나 이들 추진체가 북한이 국제기구에 통고한 위험지역에 못 미쳤는지는 추가 분석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조총련계 조선신보는 "두 번째로 되는 평화적 위성발사는 조선(북한)의 강성대국 건설을 힘있게 추동하는 역사적 계기"라며 북한이 "앞으로 나라의 경제발전에 필수적인" 실용위성들을 쏘아 올리는 계획을 준비하고 있다고 전했다. 북한의 조선중앙통신은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5일 '위성관제종합지휘소'를 찾아 '광명성2호'의 발사 전 과정을 관찰했다고 보도했다.

    흥미로운 사실은 북한이 로켓을 발사하기 하루 전인 4일, 미국과 중국, 러시아에 사전 통보를 했다는 점. 기자는 이 같은 사실을 5일 고위 당국자를 통해 확인했고 6일 다른 언론에서 기사화 했다.


    4월7일 화요일.

    북한은 로켓이 발사되는 장면을 조선중앙 TV를 통해 공개했다. 흰색 몸통 3단으로 구성된 은하 2호는 거대한 불꽃과 연기를 내뿜으며 발사대를 떠나 동쪽으로 방향을 트는 모습까지 관찰됐다. 북한은 또 베일에 가려져 있던 '위성관제종합지휘소'를 함께 소개했는데, 이 지휘소는 평양시 룡성구역 제2자연과학원 인근에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북한이 내놓은 깜짝 이벤트는 또 있었다. 조선중앙 TV는 로켓발사 화면을 내보내기 전인 저녁 6시, 지난해 8월 뇌졸중으로 쓰러진 이후 사진으로만 공개돼왔던 김정일위원장의 모습을 동영상으로 공개했다.

    한편 유명환 외교통상부 장관은 국회에 나가 "유엔 안보리 제재안이 확정된 이후 적절한 냉각기를 거쳐서 6자회담이 재개되도록 외교적 노력을 경주할 것"이라고 말했다. 정부 당국자는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에서 북한의 장거리 로켓 발사에 대한 결의문이 채택된 뒤 대량살상무기(WMD) 확산방지구상(PSI) 전면참여를 공식 발표하는 방안을 추진중이라고 말했다. 


    그 이후.......  

    안보리 의장성명은 진통끝에 우리시간으로 4월14일 (미국 동부시간 13일 오후)  발표됐다.

    정부는 4월 5일과 15일, 19일 PSI 전면 참여선언을 발표하기로 했으나 현재까지 유보하고 있는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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