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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소식통 X / 2009.06.20.
    북핵리포트 2007-2012 2015. 8. 16. 23:12

    이른바 '노무현 대통령 서거' 정국이 조성되던 시기. 미국 정보당국이 우리측에 항의를 해왔다. 너무나 상세한 북한의 군사 동향 정보가, 우리 쪽에서, 그것도 여러차례 흘러나갔기 때문이었다.

    실제로 지난 5월27일, 한 '소식통'이 전한 얘기는 필자가 북한 핵 관련 문제를 취재한 이래 가장 상세한 정보였다. '외교소식통'으로 기사화된 그의 발언은 이랬다.

    "북한이 4월14일 핵연료를 재처리한다고 발표하고 그 이후 증기생산공장이 계속 가동됐다. 그렇다면 벌써 핵재처리시설 복구를 완료한 뒤에 시험가동을 하는 것으로 보인다. 지난달 중순께 영변 핵시설의 폐연료봉 저장고 출입문이 여러차례 개방된 것이 확인됐고, 지난달말 이후에는 재처리를 위한 증기를 생산하는 공장에서 연기가 나는 것이 관측됐다."

    사흘 뒤 5월30일. '소식통'은 "최근 북한 평양 인근 산음동 병기연구소에서 화물열차 3량에 장거리 미사일 1기가 실려있는 것이 포착됐다. ICBM이 확실한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의 말은 '정보담당 핵심 당국자'로 인용돼 보도됐다.

    이른바 '정보 사항'은 보통 책임있는 정부 사람의 입에서 흘러나가지 않는 법이다. 우선 북한관련 정보는 '휴민트'라고 하는 인적정보 외에는 인프라가 약한 우리가 취득한 것 보다 미국을 통해 얻는 것이 많기 때문에 저작권을 갖고 있지 않고, 정보는 언제나 그 정보에 대한 '해석'이나 '의미부여'가 중요하기 때문에 세부적인 내용이 그대로 나가는 것은 여러가지 면에서 '왜곡'을 불러올 수 있기 때문.

    예를 들어 폐연료봉 저장고 출입문이 개방됐다는 정보사항을 두고 이를 '소식통'의 말 처럼 "핵재처리시설 복구를 완료한 뒤 시험가동을 하는"것으로 해석할 수 있는 것인지는 그리 단순한 문제가 아니다. 정부의 한 고위 관료는 이런 정보해석을 두고 "그렇게 단정한다면 누군가 정보를 가지고 장난을 치려는 것"이라며 흥분하기도 했다.

    게다가 이 '소식통'은 외교, 통일, 국방 등 일선부서의 책임있는 당국자가 아닌 것으로 알려졌다. 이러다 보니 '소식통'의 말과 일선 부서의 말이 충돌하는 일도 많았다. 

    대표적인 것이 개성공단에 억류된 유모씨와 관련한 사례. 6월2일 '소식통'은 '핵심 관계자'라는 이름으로 유씨가 "평양으로 옮겨졌을 가능성이 많다"고 말해 한바탕 소동이 일었다. 그러나 정작 주무부서인 통일부는 당혹했고 천해성 대변인은 "그 여부는 현재 확인된 바 없다."는 말만 반복할 뿐이었다. 

    북한의 후계구도와 관련해선 국정원의 이상한 행보가 도마에 올랐다. 국가정보원은 6월1일 국회 정보위 소속 의원들에게 일일이 전화를 걸어 "김정일 위원장의 셋째 아들 정운이 후계자로 낙점됐다"며 예전에 볼수 없는 친절한 태도로 정보를 알려준 것.

    북한 핵 문제, 남북문제가 파국으로 갈지도 모른다는 엄중한 시기. 2차 핵실험을 강행하고 NLL을 무력화하겠다는 북한이 어떤 도발을 해 올지 모르는 상황. 확실한 소스, 확실한 정보에 목마른 기자들에게 '소식통'이나 국정원의 서비스는 어쩌면 가뭄의 단비 같은 것이었을지 모른다. 또 실제로 필자 자신을 포함해 대부분의 언론이 '소식통'을 인용해 기사를 쏟아낸 것도 사실이다.

    그래서 어쩌면 이 글이나 지난 6월3일 필자가 <뉴스데스크>에 보도한 내용이 어쩌면 '상도의에 어긋난' - 기사는 받아 써 놓고 말 한 사람을 비난하는 - 일일지도 모른다. 그러나 그 과정 속에서 정보를 쥐고 있다는 것이 얼마나 큰 힘인지, 그리고 그 정보를 '활용'하려 할 때 얼마나 두려운 결과를 낳을 것인지에 대해 새로운 각성을 하지 않을 수 없었기에, 늦었지만 기록으로 남겨두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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