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BOUT ME

-

Today
-
Yesterday
-
Total
-
  • 대화의 조건 / 2009.07.20.
    북핵리포트 2007-2012 2015. 8. 16. 23:32

    커트 캠벨 미국 국무부 동아태 차관보가 일본을 거쳐 18일 우리나라에 방문했다. 그는 이용준 외교부 동아태 차관보를 만난 뒤 외교부 청사에서 기자들의 질문에 답했다. 그는 북한 핵 문제에 대한 한.미의 입장은 유사하며, "북한이 도발적 행동을 한 것에 

    대해서는 상응하는 대가가 있어야 한다고 믿으며 유엔에서 긴밀히 협조했다."면서,  "우리  대통령은 북한 핵을 수용할 수 없다는 걸 분명히 했다."고 언급했다.  그러나 그는 "북한이  협상 장에 복귀하길 원할 경우 문은 열려있다는 메시지를 전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믿는다"면서, 미국의 기본적인 입장이 두갈래 접근법(two track)임을 재차 확인했다. 

    그런데 그의 발언 가운데에는, "포괄적 패키지"라는 표현이 들어있었다. '북한이 대화로 돌아올 경우에 얻을 수 있는 것은 무엇'인지를 묻는 기자들의 질문에, "북한이 중대하고 불가역적 조치를 취한다면 미국을 비롯한 관련국은 북한이 매력을 느낄 수 있는 포괄적 패키지를 제공할 수 있다는 점을 스티븐 보즈워스 대북정책 특별대표와 성 김 6자회담 수석대표 등이 명백히 했다."고 답을 한 것. 용어 자체만 보면  BDA문제로 6자회담이 벽에 부딛쳤을 때 한.미가 추진했다고 하는 이른바 "공동의 포괄적 접근"을 떠올리게 하는 발언이다. 


    ▲ 대화 분위기?  

    캠벨의 발언은 백악관 핵 비확산 담당 보좌관 게리 새모어가 9일 영국 국제전략연구소(IISS)에서 했다는 강연을 떠올리게 한다. 그는 "북한이 아마도 협상장으로 돌아오는 방안을 찾고 있는 듯하다"며 "북한이 현재 긴장을 누그러뜨리는 방안을 찾고 있다"고 말했다. 근거로 삼은 것은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결의 1874호에 대응해 발표한 북한 성명의 내용이 북한 기준으로 "현저히 온건"한 점, 북한이 지난 4일 미국의 독립기념일에 맞춰 발사한 미사일도 "사실 그리 우려스럽지 않았다"는 점 등이었다.

    게리 새모어가 언급한 대로 북한은 7월4일 미사일을 발사했다. 강원도 원산 인근의 깃대령 미사일 기지에서 발사된 미사일은 오전 8시 2발, 오전 10시45분과 정도, 오후 2시50분, 4시10분, 5시40분 등  모두 7발 이었다. 사거리를 줄여 발사한 노동 2기, 나머지는 스커드급의 탄도미사일이었던 것으로 파악됐는데 이 미사일들은 북한이 설정해 놓은 항해금지 구역 내로 떨어졌으며 정보당국은 이 미사일들이 "탄착군을 형성하며 떨어졌다"고 밝혀 북한 미사일의 정확도가 높아졌음을 시사했다. 

    스커드급 이상의 미사일은 "탄도미사일"로 분류되며 북한이 탄도미사일 발사시험을 한 것은 2006년 7월5일 이후 처음이었고,  안보리 결의안 1718, 1874의 위반이다. 당시 안보리회의가 긴급 소집됐지만 중국의 강한 반대로 대응의 강도는 매우 낮았다. 결국 의장국인 우간다의 루하카나 루군다 대사가 6일 언론 구두설명 (press remarks)을 통해 "북한의 미사일 발사는 안보리 결의를 위반한  것"이라며 "안보리 회원국들은 이를 비난하고, 커다란 우려를 표시한다"고 말하는 것으로 마무리 됐다. 

    이 같은 북한의 행동이 상대적으로 '우려스럽지 않게' 느껴진 것은 당초 대륙간탄도탄을 발사하겠다는 공언에서 한 발 물러난 중단거리 미사일을 발사하는데 그쳤다는 점일 것이다. 북한의 말과 행동은 5월 2차 핵실험 이후, 상당히 자제된 듯한 양태이며 동해의 무수단리, 서해의 동창리 미사일기지에선 ICBM과 관련한 새로운 움직임이 포착되지 않고 있다. 한.미 군 당국은 정보감시테세인 워치콘을 한단계 낮추는 조치를 7.22일이나 23일쯤 할 것으로 알려졌다. 

    또 하나, 현재 억류중인 여기자 문제와 관련해서 힐러리 클린턴은 "우리는 북한이 사면을 해서 두명의 젊은 여성이 풀려나길 바란다 ; What we hope for now is that these two young women would be granted amnesty through the North Korean system and be allowed to return home to their families as soon as possible."고 말해 북한의 체면을 세워주겠다는 뜻을 밝힌 바 있고, 북.미간에 이른바 '뉴욕채널'을 통해 접촉이 이뤄지고 있다는 얘기가 들려오고 있다. 


    ▲ 대화의 객관적 조건 - 형식과 내용이 성숙됐나?  

    그러나 막상 핵문제를 두고 북.미간의 양자대화던 6자회담이건 간에 대화가 이뤄질 수 있는 객관적 조건을 따져보면 고개가 갸우뚱해질 수 밖에 없다. 

    우다웨이가 7월 초(7.6 워싱턴) 북한을 제외한 모든 나라들을 방문했지만, 뭔가 대화재개의 아이디어를 갖고 움직였던 것으로 보이지 않는다. 북한의 김영남은 7.15 이집트에서 열린 제 15차 비동맹운동(NAM)정상회의를 통해 "6자회담은 영원히 종말을 고했다"고 선포했다. 

    부시대통령 집권 후기, 이른바 2기 부시정권에서 급물살을 타기 시작한 6자회담은 1994년 제네바 합의 당시의 포괄적 타결의 "반(反)"의 개념이다. 형식적으로는 북-미 양자에서 다자(6자)로 내용적으로는 여러가지 약속을 늘어놓고, 서로 신뢰하지 못하는 당사자들이 일단 쉬운 것 부터 행동대 행동, 말대 말의 구조로 이행을 해나가자는 구조였다.  그런데 그 실상을 들여다 보면 정확한 협상의 형식은 북한과 미국이 싱가폴과 베를린 등에서 비밀리에 만나 중요 이슈에 대해 합의를 하고, 그 합의된 내용을 6자회담이라는 틀걸이에서 추인을 받는 이중구조였다. 그리고 이 구조에서 가장 유효했던 것은 크리스토퍼 힐의 캐릭터였고 거기에 더해 힐이 전권을 갖고 움직이는게 가능하게 했던 부시-라이스-힐의 단순한 의사결정구조였다. 

    그러나 오바마 정부의 의사결정구조는 2기 부시정부의 그것과 판이하게 달라 보인다. 이를테면 개인기 보다는 시스템으로 접근하고자 하는 경향이 뚜렸한 것. 

    두 번재로 내용면에서 보자면 6자회담은 크게 2005년의 9.19 공동선언과 2007년의 2.13 합의로 요약될 수 있는데, 안타깝게도 북한은 키워드 가운데 하나인 불능화에서 후퇴했으며, 핵을 포기하겠다는 비핵화의 기본정신도 부정했다. 또 부시정부 막판에 '검증'을 논의함에 있어 가장 뜨거운 이슈가 됐던 우라늄 농축프로그램까지 스스로 거론함으로써 내용면에 있어 6자회담의 틀을 완전히 벗어났다. 

    이 두가지 지점 외에도 우리가 살펴봐야 할 요소가 또 있다. 미국이 병색이 완연한 김정일을 과연 대화의 상대로 여길 수 있을까 하는 점이다. 김정일은 왕성하게 현지지도활동을 하고 있는데, 지난 2월 현지지도 모습과 7월8일 김일성 사망 15주기 기념식에 참석한 모습이 벌써 차이가 날 정도로 급속히 쇄약해지고 있다. 

    올해 2월 CFR(Council on Foreign Relations)에서 발간한 [북한 급변사태 대비 ; Preparing for Sudden Change in North Korea ] 보고서 이후 포린 폴리시(FP)의 이언 브레머 회장의 보고서(7.15), 국무장관을 지낸 키신저의 FOX TV인터뷰(7.15) 등등 김정일 사후에 어떤 일이 벌어질지에 대한 분석이 잇따르고 있다. 

    실제로 정통한 소식통에 따르면 미국과 중국간에 이른바 '급변사태'가 일어날 경우 어떻게 대처할 것인지에 대한 논의가 이뤄지고 있다고 한다. 실제로 미국 국방부 차관보인 마이클 낙트는 7/15 의회 청문회를 통해 "김정일이 매우 아프다(very ill)"면서, 사실 "미래의 북한 상황에 대해 시나리오를 짜고 있는 중 ; we are actually developing scenarios -- we have developed senarios for future North Korean situations in which these funds could be used more effectively, should those scenarios materialize."이라고 공개적으로 밝힌 바 있다.

    이는 1990년대 말 북-미간 관계개선노력이 급진전을 이룰 것으로 예상이 됐음에도 그렇지 못했고, 그 기저에는 미국 민주당 정권이 김일성의 사후에 북한체제가 곧 붕괴되리라는 추측을 하고 있었기 때문이라는 분석을 떠올리게 하는 대목이다.    


    ▲ 적어도 "jump start"는 아니다 

    이렇게 본다면, 캠벨이 언급한 "포괄적 패키지"는 2007년 당시에 추진되던 이른바 "공동의 포괄적 접근"과는 전혀 다른 개념이라고 추정해 볼 수 있다. 그렇다면 미국이 "포괄적 패키지"나 "new approach"라고 부르는( 필립 크롤리 부차관보 7.17 언급) 것의 실체는 무엇이란 말인가? 

    힐러리 클린턴의 기자회견 직후 국무부에서는 2 건의 배경설명이 있었고, 그 가운데 하나는 온전하게 북한 핵 문제를 다루는 내용이었다. 우리 정부의 고위 당국자는 이 배경설명에 나선 2명의 정부 인사를 '시니어'라고 불렀는데 이 두 사람은 다름 아닌 캠벨 동아태 차관보와 레비 재무부 차관인 것으로 전해진다. 미국정부의 대북정책 재검토가 어디까지 와 있는지는 아직 분명치 않지만, 전술한 3가지 키워드를 살펴보면 캠벨의 인준과 함께 대강의 큰 그림은 그려진 것이 아닌가 하는 판단을 가능케 한다. 상당히 긴 이 배경설명의 키워드를 몇가지 요약하자면, ①북한문제에 접근함에 있어서의 국제적 공조 강조 ②명목보다는 실질을 강조하는 대북제재조치 ③대화의 조건이 되는 되돌릴 수 없는(irreversible) 북한의 조치 등이다. 

    우선 오바마 정부는 그간의 북-미, 6자트랙에서의 협상을 반추하면서 나갔던 진도가 다시 원점으로 돌아가는 상황은 반복하지 말아야 한다는 교훈을 얻은 것으로 보인다. '되돌릴 수 없는(irreversible)' 이라는 용어는 과거보다 더 포괄적으로 쓰이는 것으로 해석되는데, 과거 부시정부에서는 영변원자로 - 플루토늄 생산 process에 한해 적용했다고 본다면 북한과의 협상 틀 전체로 확대돼서 사용되고 있다. 브리핑에 나선 관리는 "우리가 기대하는 것은 북한이 비핵화를 향해 되돌릴 수 없는 걸음을 옮기길 바란다 ; what we need to see form North Korea is complete denuclearizaion and for them to take irreversible steps towards that goal."고 말한다. 그리고 이 같은 목소리는 정부내에서 뿐만 아니라 조야 전체로 확대하더라도 지지를 받고 있다. 

    두 번째로, 미국은 BDA문제를 처리함에 있어서 처럼 "다른 국가에서 안하면 눈치 안보고 우리가 한다"는 식의 접근은 하지 않겠다는 의지를 분명히 밝히고 있다. 힐러리는 7.15 기자회견을 통해 "우리 파트너들에게 할테면 하고 말려면 말라는 식의 얘기는 하지 않겠다 ; we will not tell our partners to take it or leave it, nor will we insist that they're either with us or against us."고 말했다.  이래서 나오는 것이 명목보다는 실질을 강조하는 대북제재조치가 이뤄질 거라는 전망이다. 

    국무부 고위관리는 독자적인 대북제재와 관련해 북한의 정상적인 거래를 막겠다는 뜻은 아니라면서도, 문제는 북한의 거의 모든 금융거래가 정상거래를 가장하고 있어서 (variety of deceptive financial practices that are intended to obscure the true nature of their transactions... ...it's virtually impossible to distinguish between legitimate and illegitimate North Korean business) 정상거래와 구별하기가 힘들다고 말했다. 사실상 북한의 모든 금융거래를 문제삼겠다는 얘기인데, 그 방법론은 부시정부의 그것과는 상당히 다르다. 

    레비 차관보가 중국과 말레이시아를 돌며 무엇을 했는지를 묻는 질문에 미국의 고위 관리는 미국이 갖고 있는 정보를 나눴(shareing the information)고, 그 행동에 대한 결실(most fruitful)이 있었다고 했다. 쉽게 말하면 거래를 끊도록 만들었다는 얘기로 들린다. 과거 2005~2006년 BDA조치 당시 "우려가 있다"고 공론화해 마카오나 중국과 상당히 복잡한 상황에 빠져들었던 것과 비교하면 상당히 세련되어진 기법인 셈이다.  지난 번 처럼 대량 인출사태 (동결조치는 미국이 강요한 것이 아니라 문제가 있다는 말에 마카오 예금자들의 예금인출사태가 일어나자 마카오 당국이 취한 조치다)는 일어나지 않겠지만 미국이 원하는 소기의 성과는 달성할 수 있는 상황인 것이다.   


    ▲ '대화 제안' 선점효과 노린 듯

    따라서 캠벨의 "포괄적 패키지" 발언은 게리 새모어가 언급한 대로 북한이 더 이상의 도발적 행동을 자제하며 미국의 반응을 살피는 듯 보이는 이 시점에 유화적 제스쳐를 보임으로써 이른 바 두갈래 접근법(two track) 가운데 내용이 제대로 갖춰지지 못한 대화쪽에도 의지가 있음을 강조한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실제 캠벨은 포괄적 패키지를 언급하면서  북한이 "중대하고 불가역적 조치를 취한다면"이란 전제를 먼저 달았고, 이 불가역적인 조치와 관련해 "취해야할 조치 가운데 일부를 먼저 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좀더 확대 해석하자면, 우선 해결할 수 있는 문제를 가지고 협상을 시작하고 그 후에 다가올 일은 말대 말, 행동대 행동으로 풀어가는 것이 아니라 협상을 할 생각이 있다면 제대로 하자는 의미이기도 하다. 

    노틸러스 연구소 사이트에 올라온 아미 아베(Amii Abe)의 글에는 60대의 북한관리가 등장한다. 북한이 2차 핵실험을 하기 직전, 젊은 일본인인 아베에게 이 60대 관리는 북한이 미국이나 국제사회의 반응을 상당히 신경쓰고 있다는 분위기를 풍겼다. ( "How will the U.S respond to us when we really test our nuclear weapons and rockets? Will they ignore us or do someting?" "Do you think there is a possiblility that America would really attack us?") 

    그러나 북한은 2005년의 협상결과에서 지금 너무 많이 벗어나 있다. 그리고 정확한 현재 상태를 알 수 없지만 김정일의 건강은 갈수록 악화되고 김정운의 권력장악 여부는 불확실하다.  요컨대 북한이 뒷걸음을 치기에는 객관적인 상황은 너무 어렵고, 그래서 미국의 북한에 대한 세련된 압박 전술은 한동안 지속될 전망이다. 

    가까운 미래 미국과 북한이 억류된 여기자 문제를 놓고 마주 앉을 가능성은 있다. 그러나 그것이 북한 핵문제를 풀 돌파구가 될 개연성은 낮아 보인다. 


Designed by Tistor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