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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주목되는 하와이 회동 / 2009.08.02.
    북핵리포트 2007-2012 2015. 8. 17. 18:08

    ▲ ARF - ASEAN Regional Forum 폐막  

    6자회담의 생명은 끝났다고 선언한 북한을 제쳐놓고 나머지 5개 나라가 모이자는 이른바 '5자회동', 그리고 신임 캠벨 동아태 차관보가 느닷없이 꺼내놓은 "포괄적 패키지", 북한은 과연 누구를 보낼 것인지 등등 관심가는 대목이 많았던 ARF, 아세안 지역안보 포럼이 7.21에서 23까지 태국 푸켓에서 열렸다.

    우선 ARF에서 5자회동은 성사되지 않았지만 한국과 미국, 중국, 일본, 러시아의 외무장관들이 각각 양자회동을 가지면서 긴밀하게 대화를 나눴다. 

    두 번째로, 포괄적 패키지와 관련해서는 힐러리 클린턴 장관이 그 안에 무엇이 담길지 다소 거친 큰 그림을 공개했다. 힐러리 장관은 7.23일 마무리 기자회견을 통해 완전한 관계정상화와 항구적인 평화체제, 에너지 경제지원을 언급했다. (Full normalization of relationships, a permanent peace regime, and significant energy and economic assistance are all possible in the context of full and verifiable denuclearization.)  

    마지막으로 북한은 주최국 태국의 간청에도 불구하고 박의춘 외무상을 보내지 않았다. 대신 순회대사인 박근광단장, 리흥식 외무성 국제기구국장, 리동일 북한외무성 군축과장 등이 대표단으로 참가했다. 


    ▲ 힐러리 클린턴의 다변(多辯) 

    힐러리 국무장관은 ABC, FOX 등의 언론매체, 그리고 다른나라 외무장관과의 공동기자회견, 단독기자회견 등 가능한 모든 계기에 북한 문제에 대해 빠짐없이 언급했다. 그리고 7.23 예정시간보다 늦게 시작된 마지막 기자회견은 거의 대부분을 북한 문제에 할애했다. 그 기간 국무부의 일일 브리핑도 상당히 구체적이고 공격적이었다. 한마디로 미국은 ARF를 계기로 분명히 하고 싶은 얘기가 있었던 셈이다. 

    가장 중요한 메시지는 미국이 앞으로 2기 부시정부의 협상스타일을 반복하지 않겠다는 선언이었다. "회담에 복귀하는 것 만으로 보상하지 않겠다", 혹은 "북한이 핵을 포기하겠다는 분명한 의사와 함께, 북한이 해야 할 행동을 먼저 해야 한다"는 것이고 더 나아가 네오콘들이 즐겨 사용했던 CVID의 한 부분을 연상시키는, "되돌릴 수 없는" 조치를 해야 한다는 것.  

    그러나 아예 대화를 하지 않겠다고는 말하지 않았다. 되돌릴 수 없는 조치를 해야 한다는 강한 '조건'은 보상의 조건이지 접촉, 또는 대화의 조건은 아니다. 

    두 번째, 앞서 언급했듯 힐러리 장관은 캠벨이 언급했던 이른바 "포괄적 패키지"와 관련해, 이것이 "△ 완전한 관계정상화와 △항구적인 평화체제, △ 에너지 경제지원"등 1994년 제네바합의나 2005년 9.19 공동선언에 등장했던 많은 요소들을 포괄하고 있는 것임을 분명히 했다. (7.23 기자회견) 

    세 번째, 정권이 후계로 승계되더라도 미국은 그걸 인정하고 후계자와 대화를 이어가는, 이를테면 '영속성 있는' 대화를 할 수 있다고 했다.(7.21 FOX인터뷰) 키팅 태평관 사령관이 비슷한 시기에 언급한 '후계자 승계에 대비한 옵션과 계획' (I can tell you that we have plans with the United States Forces-Korea and others in place if the president tells us to execute those plans in the event of some uncertain succession in the North ; 7.22 국방부 브리핑)와 연결시켜 보면 "김정운으로 승계가 이뤄진다 하더라도 북-미 대화의 연속성은 보장될 수 있다"는 메시지로 읽힐 수 있다. 

    힐러리 장관은 억류된 여기자 문제와 관련해서는 북측에 "사면"을 요청했다. 그러나 북한에 대한 분명한 선택 요구와 함께 오바마 정권 출범 이후 장거리 미사일 발사에서 지난 5월 2차 핵실험에 이르는 도발적(provocative)인 행동을 강조하다 외교적 수사로 부적절한, "관심을 끌려고 보채는 꼬마, 철부지 10대 같다"(20일 ABC인터뷰)는 표현을 하기도 했다. 북한은 23일 외무성 대변인 대답을 통해 "소학교 여학생, 할머니 같다"는 말로 되갚았다.   


    ▲ 북한 리흥식 국장의 특별한 기자회견 

    외신을 통해 ARF를 주최한 태국이 북한에 대표단을 보내줄 것을 간청했다는 사실은 여러차례 보도된 바 있다. 북한이 빠지면 ARF는 흥행 면에서 고전을 면치 못할 상황이었기 때문이다. 실제로 북한은 태국에 도착할 때 부터 주최국의 '비호'를 받았다. 공항에서 정상적인 절차를 거치지 않고 비행기에서 내리자 마자 태국정부가 마련한 별도의 차량을 타고 취재진을 따돌렸다. 그리고 진통끝에 나온 의장성명에는 "미국이 적대시 정책을 먼저 포기해야 한다"는 북한의 주장이 고스란히 담겼다. 

    그러나 북한이 단지 태국의 요청 때문에 각국으로부터 공격을 당할 것을 뻔히 알면서 태국 푸켓으로 왔다고 보긴 어렵다. 북한도 나름대로 ARF에 온 이유가 있었을 것이다. 리동일 군축과장은 비행기에 동승했던 일본 취재기자가 북-미접촉 가능성을 묻자 "두고 보자"며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았다. 그러나 북한은 23일, 마지막 날 까지 평소와 달리 말을 아꼈다. 마지막 날엔 미국 힐러리 국무장관의 기자회견이 늦어지자 장소를 호텔 로비로 옮겨 기자회견을 했다. 

    아직 공부가 짧아서인지는 모르지만, 리흥식 국제기구국장의 23일 기자회견은 매우 특별했다. 내용을 요약하자면 기존의 발언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 '미국이 먼저 적대정책을 철회해야 핵을 포기할 수 있다'는 내용이지만 그 표현과 분위기는 지난 2006년 이후 지금까지 단 한번도 볼 수 없었던 매우 솔직한, 솔직하다 못해 의도적인 것이 아닌가 느낄 만큼의 것이었다. 몇 대목을 인용해 보면 이렇다. 

    "우리가 핵무기를 가지게 된 원인이 뭔가? 원인은 대조선 적대시 정책의 산물이고... 그렇다면 (핵을 포기하라는 것은) 우리보고 다 옷을 벗으라는 건데, 우리 안전과 자주권 말하자면 생명.. 나의 생명을 어떻게 돈과 바꿀수 있겠는가?"

    "우리는 작은 나라다. 스몰 컨츄리다. 남조선과 일본에 방대한 미군 무력과 최첨단 미국 기술이 실전 배치돼 있는데 우리가 어떻게 살아야겠는가는 여러 기자분들이 한 번 생각해보라. 인간으로서."

    "생각해봐라. 인간으로서 편안하게 해줘야 하지 않나. 지렁이도 밟으면 꿈틀거려요. 우리 주변을 한번 봐라."

    북한은 이 기자회견을 통해 미국과 대화를 하고 싶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 리흥식 국장은 "미국과 대화를 하지 않겠다고 하지 않았다"는 말을 힘주어 했다. 


    ▲ 이른바 '뉴욕채널'에서 벌어지는 일 

    우리 정부의 고위 당국자는 마지막날인 23일 기자 간담회를 통해 "억류된 여기자 문제가 8부 능선을 넘었다"고 말했다. 나머지 2부가 무엇이냐는 질문에 정부의 한 당국자는 북한과 미국이 만나는 형식, 즉 누가 평양에 가야 하는지에 관한 문제가 절반 이상을 차지한다고 귀뜸했다. 

    뉴욕시간으로 24일, 유엔 북한대표부 신선호대사는 이례적으로 외신기자들을 초청해 만났다. 영어로 진행된 이 기자회견에서 그는 북한이 동북아지역의 연쇄적인 핵무장을 촉발하고 있다는 논란에 대한 반박 논리를 설명하기도 했고, 6자회담과 관련해 6자회담이 끝난 건 다른 참가국들이 북한을 속이고(cheat) 약속을 지키지 않은 이유라고 설명했다. 

    "we have  already made it clear that the Six-Party Talks has gone forever. We will never  return to it." "We were cheated, simply I say, by other parties. The other parties of the  Six-Party Talks did not implement what they have agreed and promised in the  Six-Party Talks. They continue in this behavior of course. So we could not  trust them any longer."  "Whatever agreement, whatever promise they  gave us, they always cheated. That's why we gave up the Six-Party Talks  participation."  

    그러면서도 신 대사는 "우리는 대화에 반대하지 않는다."면서, "공동의 관심사에 대한 어떤 협상도 반대하지 않는다."고 했다. 이어 "우리는 언제든 (대화의) 준비가 돼 있다."고 강조했다. ("We are not against a dialogue. We are not against any negotiations on issues  of common concern," "It is not because of us. We are ready anytime." ) ARF에 이어 '뉴욕채널'로 불려지는 북한 유엔대표부에서 나온 이런 발언은 적어도 북한이 도발적 지금까지와는 다르게 판을 끌어가고 싶어 한다는 것을 느끼기에 충분했다. 

    실제로 서방 외교관계자의 발언을 인용한 7.30자 마이니치(每日)신문 보도에 따르면, 북한은 유엔 대표부를 통해 7월 초 스티븐 보즈워스 미국 대북정책 특별대표와 성 김 6자회담 미국측 수석대표의 북한 방문을 타진했다. "기자들의 대우에 대한 협의를  평양에서 하자"고 했다는 것. 

    여기서 우리는 두가지를 읽어낼 수 있다. 하나는 장거리 로켓 발사 직전 보스워스의 방문을 거부했던 북한이 이번엔 스스로 방북을 요구하고 있다는 것이고, 또 하나 북한은 억류된 여기자 문제와 이른바 정치협상 - 북핵협상 문제를 연계시키려 하고 있다는 점이다. 힐러리 클린턴이나 미국 국무부가 최근 여기자 문제와 관련해 죄가 있음을 인정한 뒤에야 언급할 수 있는 "사면"을 북측에 요청하면서도, 핵 문제와 여기자 석방 문제가 전혀 다른 주제, 다른 맥락이라는 점을 여러차례 강조해야 할 이유가 있었던 것.  

    마이니치 보도 이후 미국의 국무부는 7.30 이에 관해 좀더 구체적인 입장을 밝혔는데, 이안 켈리는 기존의 논리 - 핵협상과 억류기자 석방문제는 다른 채널이고 보스워스나 성김은 핵협상 담당자인 만큼 석방문제에 관여할 사람이 아니라는 주장을 펴긴 했지만 다소 빠져나갈 구멍을 만들어놓는 모습이었다. 한 대목을 인용해보자면 이렇다. 

    (QUESTION) You stated several times that you see the Six-Party Talks and these two journalists as two separate issues. (MR. KELLY) Yes. (QUESTION) And yet, you’d do anything to ? in your power to facilitate their release. Why can’t you talk about sending two envoys to talk about this issue?

    (MR. KELLY) Well, first of all, I’m not going to confirm that we’ve had any kind of invitation like that. And second of all, as you say, these are two separate cases, two separate tracks. And Ambassador Bosworth is ? and Sung Kim are representatives to the Six-Party Talks, and any meeting that they would have with the North Koreans would have to be in that context. But you’re right; we are trying every avenue possible to try and get these two young women freed.


    ▲ 미.중 전략경제대화 - 두개의 별 

    중국과 미국은 7.27과 28 양일간에 걸쳐 미.중 전략경제대화를 가졌다. 중국의 신화통신은 이 이벤트와 관련해 양국이 '한 배를 탄' 상황이라고 묘사했다. 급격히 부상하고 있는 중국의 위상은 이제 'G2'로 표현되기에 이르렀다. 이 회동에서 북한 핵문제는 오바마나 힐러리 클린턴의 언급에서 3번째로 언급되는 중요한 이슈 가운데 하나로 논의됐다. 이틀간의 대화를 끝낸 뒤, 양측은 공동선언을 통해 북한 핵문제에 대해 언급하면서 6자회담을 재개하고, 안보리 결의안 1874를 충실히 이행하기로 했다고 간단히 언급했다. 

    그러나 이런 간략한 언급 이면에, 미국과 중국은 북한 문제와 관련해 훨씬 더 심도깊은 대화를 나눴을 것으로 보인다. 워싱턴 현지 시간으로 7.28 왕광야(王光亞, Wang Guangya) 중국 외교부 부부장의 별도 기자회견 내용을 보면 더 분명해진다. 왕 부부장은 중국과 미국이 이번 전략대화를 통해 "상황을 전환시키기위한 방안들을 충분히 논의했다"고 강조하면서, "북한 핵문제 해결을 위해서 미국이 매우 중요한 역할을 수행해야 할 것으로 믿고있다"고 말했다.  이어 북한과 직접대화를 가지려는 미국의 입장을 환영한다면서, "만약 (일괄타결안이) 북한의 합리적인 안보우려를 수용한다면 이는 북한 측에 매력적인 것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미국과 중국은 이른바 '포괄적 패키지'와 관련해 심도깊은 논의를 했으며, 중국은 북한이 일관되게 주장하는 "미국의 적대시 정책"과 관련해, 북한의 우려가 "합리적"이라고 주장하고 있는 것이다. ("China believes that if the package solution that the U.S. government is thinking about will accommodate reasonable security concerns of the DPRK, it will be attractive to the DPRK side,")  


    ▲ 북.미 양자협상, 6자틀 내에서의 양자대화, 직접대화  

    판세를 정확히 읽기 어렵게 만드는 요소 가운데 하나는 혼돈스런 개념들이 쓰이고 있다는 점이다. 

    보상과 대화 | 언뜻 느끼기에 미국은 강한 조건 - 북한이 핵 포기에 관한 되돌릴 수 없는 '행동'을 해야 이른바 포괄적 패키지 등을 논의할 수 있다 - 을 내걸고 있다. 그러나 이 강한 조건은 어디까지나 "보상"의 조건이며 "대화"또는 "접촉"의 조건은 아닌 것으로 보인다.  

    북-미 양자협상, 6자틀 내에서의 양자대화, 직접대화 | 북한은 이후의 대화구도와 관련해 진작부터 6자회담의 종언을 선언하고 미국과 통크게 담판을 짓는 북미 양자협상을 원하고 있다. 북한이 말하는 양자협상은 1994년 제네바 합의 당시처럼 북한과 미국만 협상의 당사자로 나서는 구조를 말한다. 그러나 미국은 부시정부에 들어와 이 북-미 양자협상의 틀을 폐기했으며 2기부시 정부 때 변형된 형태 - 크리스토퍼 힐과 김계관이 돌파구를 만들고 다자틀에서 이를 추인하는 - 를 가동하기도 했지만 본격적인 의미의 양자협상은 안된다는 기본 입장을 갖고 있다. 

    미국은 최근 "6자틀 내에서의 양자대화"를 종종 언급하고 있는데, 이는 2기 부시정부에서 쓰이던 용어를 계승한 것으로 보이며, 6자회담으로 가기위한 돌파구, 혹은 6자회담을 보충하는 수준의 양자회담은 가능하지만 북한이 말하는 형태의 북-미 양자협상은 안된다는 뜻이다. ⓐ북한에 대한 보상책임을 미국 혼자서 질 수 없고, ⓑ약속을 강제하는 틀로서도 중국, 러시아 등이 동참하는 다자 구도가 유용하다는 성찰에서 나온 결론이다. 

    중국은 경제전략대화를 통해, 양자대화를 갖으려는 미국의 의지를 평가했다. ( "We welcome the willingness of the United States to have direct talks with the DPRK.") 여기서 직접대화(direct talks)는 행간으로 읽어볼 때, 북한이 말하는 "북미 양자협상" 보다는 미국이 말하는 6자틀 내에서의 양자대화인 것으로 해석되지만, 언뜻 듣기에 '북미 양자협상'을 떠올리게 함으로써 현 단계에서 미국의 책임을 더 강조하기 위한 표현으로 보인다.  


    ▲ 고치에서 나온 북한 

    7월5일 미국의 독립 기념일을 기준으로 북한은 이제 고치에서 나왔다. △장거리 로켓 발사와 2차 핵실험, 그리고 중.단거리 미사일 발사 등 일련의 계획된 행동들을 실행에 옮겼고 △ 아직 완전치는 않지만 Post-김정일 체제에 대한 최소한의 구상이 이뤄졌으며, △ 그동안 '카드'로 내놨던 여러가지 행동들에 대한 반응이 어느 정도인지 가늠이 됐고 △ 중국이 스스로의 체면을 고려해 안보리 결의에 상당부분 동참할 수 밖에 없다는 '현실'을 절감했으며 △ 미국이 '포괄적 패키지'라는 북.미 양자협상에 어울리는, 북한이 기다려왔던 제시어를 내놨기 때문이다. 

    빅터 차의 발언대로 "오바마 정부는 우선은 6자회담 재개에 노력을 집중하겠지만 북한이 거듭해 양자회담을 요구하면 미국 정부로서도 계속 그 유혹에 저항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중앙일보, 7.31자) △ 오바마 정부가 내세웠던 외교부문의 주요한 정책목표 가운데 하나인 비핵화 혹은 핵감축이라는 목표에 있어 북한문제는 순위가 떨어지기는 해도 반드시 짚고 넘어가야 할 부분이고 △ 상황을 관리하지 않을 경우 현실적으로 발생할 가능성이 있는 북한내 급변사태에 효과적으로 대처할 수 없으며 △ 2명의 자국인이 (여기자) 평양에 억류돼있는 상황을 어떻게든 해소해야 할 필요가 있기 때문이다.     

    티벳에 이어 위구르 사태를 겪은 중국은 북한 문제가 더 이상 악화되는 것을 원치 않으며, 미국이 바라는 것 처럼 북한의 현체제의 숨통을 끊어놓을 정도의 조치 - 식량이나 에너지의 공급중단 같은 - 는 취하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국제사회에서 G2로 등장한 중요한 플레이어로서 만장일치로 채택된 결의안 1874에 대해 책임을 외면하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그러면서 6자회담 의장국으로서 다자 대화의 형식을 고집하기 보다 북.미가 접촉을 갖고 대화의 고리를 만들 수 있도록 분위기를 조성할 것으로 예상된다.  


    ▲ 골드버그와 보스워스, 그리고 하와이 회동  

    골드버그와 레비의 순례는 계속되고 있다. 그들은 7.30 뉴욕에서 안보리 제재위원회 인사들과 접촉한데 이어 러시아(8.3)와 아시아의 국가를 방문하기로 했다. 지난 칼럼에서 지적한 대로 BDA같은 비가역적인 조치가 아니라, 가역적인 금융제재를 더 광범위하게 가동되게 하기 위해서다. 반면 보스워스와 성김은 하와이로 향했다. 공개된 행사인 동서센터(East-West Center)의 세미나 때문이 아니라, 북한문제를 어떻게 풀어갈 것인지, 나아가 급변사태가 일어날 경우 어떻게 대처하고 예상가능한 중국의 개입을 어떻게 바라볼 것인지에 대해 한국과 툭 터놓고 얘기하기 위해서다. 미국의 이른바 투트랙, 두갈래 접근법이다. 

    우리측 6자회담 수석대표인 위성락 한반도 평화교섭본부장이 보스워스, 성김과 자리를 함께하기 위해 8.3 출국한다. 작계수준으로 보완이 완료된 것으로 추정되는 개념계획 5029 등도 논의될 전망인데, 이 때문에 국방부 등 우리 정부의 다른 관리들도 역시 하와로 간다. 


    ▲ 주목되는 하와이 회동  

    장소가 평양이든 아니든 간에 미국과 북한의 접촉은 조만간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이것이 곧바로 핵 문제를 논의하는 6자틀 내에서의 양자대화를 의미할 가능성은 지금으로선 낮다. 북한이 요구하고 있는 양자협상은 더더욱 아닐 것이다. 

    Jump Start를 얘기하던 2006년 보다도 북-미간에 느끼는 신뢰수준은 더 낮아졌고, 반면 북-미 대화를 통해서 논의해야 할 의제는 훨씬 더 복잡해졌기 때문이다. 

    '무력'이라는 옵션을 사용할 수 없는 미국은 어찌됐건 '대화'를 기조로 삼을 수 밖에 없는데 북한은 현재 대화를 강력하게 요구하고 있다. 이렇게 북-미사이에 조금씩이나마 조성되고 있는 대화의 분위기는 심지어 꽁꽁 얼어붙은 남.북 관계에도 직.간접적으로 영향을 미치는 모양새다. 우리 정부는 31일 북한의 2차 핵실험 이후 처음으로 개성공단 이외의 지역에 대한 민간단체의 방북을 허가했다. 

    마구 헝크러져버린 퍼즐 조각들을 어떻게 다시 맞출 수 있을지 모범답안에 대한 제안은 아직 드물다. 단계적 비핵화조치에 대한 단계적 보상이라는 얼개가 사실상 무효화 됐고 상당한 기술축적을 보여준 장거리 로켓발사나 2차 핵실험, 그리고 우라늄 농축 시인이나 김정일 이후의 후계구도 등 새로운 의제들이 불쑥불쑥 솟아올랐기 때문이다.  

    이러한 사정 때문에, 중국이나 러시아 일본 등 다른 나라를 빼고 한국과 미국의 핵심 담당자들만 모여 언론을 의식하지 않고 만나는 이번 하와이 회동은 주목받기에 충분하다. 물론 캠벨 동아태 차관보가 참석하지 않게 된 건 아쉽지만 말이다. 하와이 회동이 끝난 뒤 와플이 완성되듯 즉석에서 결과물이 나오진 않을 것이다. 그러나 앞으로 북한 핵문제를 어떻게 풀지에 관한 집을 지어가는데 주춧돌 내지 터닦기의 역할을 할 것임에 분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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