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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레비(Levy)의 귀환 / 2009.06.27.
    북핵리포트 2007-2012 2015. 8. 16. 23:17

     ▲ 스타인버그 부장관 등 美 대규모 방문단 방한

      제임스 스타인버그 (James Steinberg) 미국 국무부 부장관을 단장으로 하는 미국 관리들이 한국을 비롯해 일본, 중국 등 동북아 국가들을 방문했다. 이 방문의 성격과 관련해 당시 당국자들은 '북핵문제에 대한 정책의 틀, 그리고 북한의 도발행동에 따른 대처 방안 등을 폭넓게 논의하기 위한 방문'이라고 설명했다.

     국무부와 재무부, 국방부, 백악관 NSC등 미국 정부의 주요부처 관료들이 막라된 이 대표단에는 미 국무부의 실질적 살림꾼인 스타인버그 부장, 스티븐 보즈워스 대북정책 특별대표, 스튜어트 레비 재무부 차관, 월러스 그렉슨 국방부 아태담당 차관보, 제프리 베이더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아시아담당 선임보좌관 등이 포함됐다. 이와 관련해 한 정부 관계자는 "부시정부 때에도 이런 규모의 각 부처가 막라된 대표단이 온 적이 없었다"고 말했다.

     가장 먼저 일본에 갔던 방문단은 2일 저녁 한국에 입국했다. 스타인버그 김성환 청와대 외교안보수석과 권종락 1차관(유명환은 방미 중), 위성락 한반도 평화교섭 본부장 등을 만났으며, 레비 차관보는 별도의 일정으로 금융위원회 산하 FIU(금융정보분석센터), 기획재정부 등을 방문했다.

     스타인버그 부장관은 3일 권종락 1차관과 만난 뒤, 도렴동 외교부 청사 2층에서 가진 도어스텝에서 "북한은 더 위험하고 추가적인 도발을 하는 대신 비핵화를 향한 협상의 길로 돌아와야 한다"면서, "북한에서 미사일과 핵 프로그램이 개발되는 위험한 상황에 직면한 우리로서는 한.미뿐만 아니라 동북아 지역에서의 긴밀한 공조를 통해 북한을 다시 비핵화 프로세스로 되돌려야 한다"고 밝혔다.

     이 대규모 방문단에서 보즈워스 특별대표의 위상이 어느 정도 드러났는데, 국무부는 5.29 이안 켈리(Ian Kelly) 대변인의 일일 브리핑을 통해 "스타인버그 부장관이 이끄는 방문단이 파트너를 방문하며 NSC와 국방부, 재무부 인사들도 함께 갈 것"이라고 말했다. 다시 말해 보즈워스는 스타인버그 부장관의 수행일 뿐인 것. 

     스타인버그 부장관은 러시아 방문 일정이 취소되면서 예상보다 이틀 더 우리나라에 머문(2일~5일) 뒤 중국으로 향했다. 미국 대표단은 5일 오전 중국에 도착해 양제츠 외교부장과  6자회담 의장인 우다웨이(武大偉) 외교부 부부장, 허야페이(何亞非) 외교부 부부장, 다이빙궈(戴秉國) 외교담당 국무위원과 잇따라 만났다.

     스타인버그 부장관은 5일 베이징을 떠나기에 앞서 서우두(首都)공항에서 성명을 내고 "정부 인사들과 동아시아 안보와 미·중 관계에 대해 광범위한 대화를 나눴다"고 말했고,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의 마이클 해머 대변인도 "회담이 매우 생산적이고 유익했다"고 평가했다. 중국 외교부는 이날 홈페이지에 성명을 내고 "양제츠 부장과 스타인버그 부장관이 한반도의 정세 등 공동으로 관심이 있는 문제에 대해 의견을 교환했다"고 밝혔으나 구체적인 내용은 공개하지 않았다.

     그러나 "생산적이고 유익했다"는 미국측의 공개적인 발언에도 불구하고, 이후 중국의 실제 움직임이나 외교 소식통의 얘기를 종합해 보면 당시 미-중간의 대화에서 양측은 북한에 대한 조치문제 - 특히 5자 회동과 관련해서 의견일치를 보지 못한 것으로 전해진다.


     ▲ 스튜어트 레비 재무부 차관

     대규모 방문단에서 단연 눈길을 끌었던 것은 바로 미국 재무부의 레비 차관이었다. 그는 지난 2005년 부시정부에서 마카오 방코델타아시아의 북한계좌를 동결시키는 일을 주도했던 인물. 그러나 미국의 정권 교체에도 불구하고 새로운 오바마 행정부에서도 재무부 차관을 계속 맡았다.

     RFA는 6.3 미국 국무부 관리를 인용해, 제임스 스타인버그 국무부 부장관과 함께 스튜 어트 레비(Stuart Levy) 재무 차관이 한국을 방문한 이유는 북한의 은행 거래와 이에 대한 금융제재를 논의하기 위해서라고 밝혔다고 보도했다.

     레비 재무차관의 대북 금융제재에 대한 생각은 2006.4.6 미국 의회 발언에서 분명히 나타난다. 그는 BDA에 대한 조치 효과가 단순히 계좌를 동결하는 것이 아니며, 북한의 금융기관을 미국의 금융시스템에서부터 효과적으로 끊어낼 수 있다고 했다.

     레비 차관은 한국에서 스타인버그 국무장관과는 다른 동선으로 조용히 움직였다. 3일 언론의 노출을 피한 채 우리나라 금융위원회 산하 FIU, 금융정보 조사국을 방문한데 이어 4일에는 기획재정부를 찾아갔다. 금융위원회 관계자는 4일 취재에서 레비 차관과 무슨 얘기를 나눴냐는 질문에 "국익을 위해서 얘기하지 않겠다"면서 답을하지 않았다.

     전문가들은 그러나 레비차관이 북한의 불법거래에 관한 계좌정보 등을 공유하고, 미국이 생각하고 있는 대북 금융제재의 아이디어, 효과적인 공조방안 등을 논의했을 것으로 분석했다.

     레비와 관련해 한 가지 에피소드를 소개하자면 그는 현관에서 기다리고 있던 MBC 권희진 기자가 기재부 관료인줄 알고 반갑게 손인사를 했다가 기자라는 사실을 알고 당황했다. 그는 면담을 마치고 나가면서, "북한을 포함해 누구라도 금융시스템을 악용하려 든다면, 이를 막는 것이 전체적인 전략에서 아주 중요하다."고 말했다. 앞서 그는 2일 공항에서 기자들에게 단 한마디도 하지 않은 바 있다.


     ▲ 슈퍼노트의 진실

     재미있는 것은 미국 방문단의 방한에 즈음해 미국 워싱턴 타임스가 초정밀 위조달러, 이른바 슈퍼노트(super note)를 북한이 조직적으로 만들고 있다는 기사를 내보냈다는 사실이다.

     6월 2일자 미국 워싱턴 타임스는 해외정보기관 관계자와 외국 정부의 보고서(foleign report)를 인용해 북한 국방위원회의 부위원장으로 최근 승진한 오극렬 대장과 그의 일가가 미화 100달러짜리 위폐인 '슈퍼노트' 제작과 유통에 핵심적인 역할을 담당하고 있는 것으로 판명됐다고 보도했다.

     오 부위원장 주도로 노동당 산하기관인 평양 인근 평성의 상표인쇄소에서 슈퍼노트를 만들고 있으며 그의 아들인 오세원도 이 위폐제조에 관여하고 있고 친척중 한 명인 리일남 에티오피아 참사관이 평양과 베이징, 에티오피아를 오가면서 슈퍼노트를 운반해온 것으로 드러났다는 것. 그런데  워싱턴 타임스가 인용한 외국정부의 보고서는 바로 한국의 보고서였다.




     외신에 보도된 북한의 위조달러 유통 사건 


     1976 스위스에서 정밀 인쇄기 구입

     1989 필리핀 마닐라에서 북한산으로 추정되는 위조달러 발견

     1996.3 캄보디아에서 일본 테러그룹 적군파 북한산 추정 위폐 300만달러 소지 적발

     1999.6 영국 갱단과 전 KGB요원의 북한산 추정 위폐 유통 적발

     2005.5 일본 경찰, 북한 화물선에서 위폐 발견

     2005.9 미국 북한이 20년간 마카오 방코델타아시아 통해 위폐 돈세탁 발표

     2005.10 북아일랜드 노동당 당수 북한산 추정 위폐 유통 혐의로 체포

     2005.12 미국 40여개국에 북한산 추정 위폐 제조 유통 경로 브리핑

     2008.9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북한산 추정 위폐 적발

     2008.11 부산에서 북한산 추정 위폐 적발



     현 정부, 전 정부 소식통들을 상대로 취재한 결과 BDA가 한-미 사이에 한참 문제가 되던 시기에 우리 국정원은 북한의 위폐 제조와 관련한 보고서를 만들어 청와대에 제출했다. 이명박 정부와 대북정책의 기조가 달랐던 노무현 정부에서는 이 문제를 심각하게 토론했는데 마침내 '직접적인 증거는 없지만, 북한이 위폐를 유통ㆍ생산하고 있다'는 결론을 내렸다는 것. 

     정권이 교체된 뒤, 2008년 11월 부산에서 100만달러 상당의 슈퍼노트가 압수된 수사결과 등을 토대로 북한 위폐제작에 대한 보고서는 보완작업을 거쳤다. 그 결과 오극렬 대장까지만 언급됐던 보고서가 그의 아들 오세원까지 언급되는 등 모양을 갖췄고 미국 당국에까지 건너간게 된 것. 특히 11월 위폐 압수 사건의 수사결과는 상당히 상세한 부분까지 미국 당국과 공유됐다.

     김연국 기자의 법무부 취재에 따르면 미국은 2009.2 미국 법무부에서 수사공조 요청을 두 차례 해 왔다. 그리고 국내에서는 위폐가 어떻게 중국에서 한국으로 들어왔는지 부분에 대해서는 수사가 안됐는데, 미국 수사당국은 부산지방경찰청과 부산지검 공안부, 국정원 대공담당부서의 도움을 받아 추가 조사를 벌이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 독자적인 금융제재 

     미국 국무부는 6.18일 정례브리핑을 통해 대북 추가 금융제재 가능성을 강력히 시사했다. 필립 크롤리 국무부 공보담당 차관보는 "앞으로 우리가 검토하고 발전시키려고 하는 수단의 하나는 분명히 북한에 추가로 금융제재를 가하는 방법을 찾아내는 것"이라면서, "우리는 과거에 금융제재 수단을 동원해 북한의 관심을 끌어내는 데  성공한 적이 있다"면서 "우리는 계속 그렇게 할 것"이라고 선언했다.

     오바마 정부의 인사는 아니지만 전 정부에서 NSC 아시아담당 선임국장을 지낸 데니스 와일더 미 브루킹스연구소 방문연구원도 앞서 5.27 "우리는 (BDA에 적용된)이런 방안들을 사용할 수 있고, (북한이 이용하는 은행을) 국제금융시스템 위반으로 선언할 수 있다"고 말했었다. 그는 레비 차관이 유임된 걸 지적하면서 "그가 기회의 창을 검토할 것"이라는 말도 했다.

     시점의 문제일 뿐, 북한이 변화된 태도를 취하지 않을 경우 미국은 북한에 대해 유엔안보리 결의 1874를 이행하는 것 외에도 미국 자체적인 대북 제재를 강행하려고 하는 것이 분명해 보인다. 이와 관련해 외교부의 고위 관리는 선후관계에 있어 "안보리 결의안 이행방안이 먼저이고 그 뒤에 미국은 자기 연장통(tool box)에 들어있는 제재 방안들 가운데 얼마나 센 것을 꺼내 들 것인지 판단 할 것"이라고 말했다.

     금융제재라는 것은 '비가역적'이라는 특수성이 있다. 한 번 제재를 가해놓으면 다시 그걸 되돌리기가 너무 어렵다는 것. BDA의 경우에도 북-미가 양자회동을 통해 "문제를 푼다"고 합의한 뒤 베이징에서 6자회담이 열렸지만 그걸 푸는 과정에서는 엄청나게 많은 시간과 고통이 수반됐다.  

     또, 매우 정치적이고 비상식적인 방법으로 북한의 돈을 북한의 주머니로 들어가게 하는데는 성공했지만, BDA금융제재의 여파는 쉽게 가시지 않았다.

     실제로 2008.8.25에 업데이트 된 미국의회보고서(North korean crime-for-profit activities)에 따르면, BDA사건 이후 아직까지도 아시아권 등 북한과 거래가 있던 나라 가운데 상당수가 북한계좌를 취급하지 않고 있다고 돼 있다. 다만 이 보고서는 중국의 경우 북한이 계좌를 개설하거나 다른 나라로 송금하는데 제한을 두지 않고 있다고 명시하고 있다.

     이렇게 미국이 북한에 대한 독자 금융제재에 들어갈 거라는 소식이 파다하게 퍼지면서 북한은 상당히 신속하게 이러한 미국의 움직임에 반응을 보였다.

     북한 조국평화통일위원회 대변인은 6.12 중앙통신 기자와의 문답을 통해 "남조선의 우익보수 언론들은 지난해 11월 부산지방경찰청이 100달러짜리 위조화폐를 중국에서 몰래 들여와  유통시키려던 남조선인 4명을 적발.체포했다느니, 조사 결과 북에서 만들어진 위조화폐인 것으로 판명됐다느니 하는 여론을 내돌리고 있다"면서, 이는 "반공화국  모략소동"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BDA 사건을 상기시키는 듯 "이전에도 미국의 부시 행정부가 우리 공화국(북)에 대한 금융제재를 합리화하기 위해 위조화폐설을 내들었던 바 있다"며 "낡아빠진 반공화국 모략 각본을 또 다시 들고 나오는 것은 우리의 정당한 자위적 핵억제력 강화조치에 대한 제재 구실을 찾지 못해 안달이 난 반공화국 적대세력들의 궁색한 처지를 그대로 드러낼 뿐"이라고 밝혔다.

     또 북한이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한 조치에 들어갔다는 보도도 나오기 시작했는데, 동아일보는 6월17일자 보도를 통해 "북한은 금융제재에 따른 계좌 동결 등에 대비해 마카오 등에서 자금을 인출하기 시작했다"고 전했다. 이어 "인출을 시작한 예금은 대외무역 활동을 하는 회사나 개인을 가리지 않으며 북한 계좌로 분류될 수 있는 것은 어느 것이든 ‘자금 대피’에 들어갔다"면서, "다만 어느 은행에 누구의 이름으로 얼마가 입금돼 있는지 등은 알려지지 않았다."고 했다.


     ▲ 북한 자체를 제재대상으로? 

     그런데 6월 초 스튜어트 레비와 관련해 기획재정부 관계자들을 취재하면서 뭔가 이상한 낌새가 포착됐다.

     2005년9월20일 미국이 내린 조치는 BDA, 방코델타 아시아 은행이라는 마카오의 아주 작은 금융기관에 대해서 미국의 대테러법(Patriot Act 311)을 적용해 '돈 세탁 주요 우려 대상 - primary money lundaring concern' - 즉 돈세탁 의심 기관이라고 지정한 것. 그런데 한국의 한 관리가 "북한이라는 나라 자체에 대해서 제재를 할 때, 우리는 어떤 식의 대응을 할 수 있는지 잘 모르겠다. 그래서 그런 사례들이 있는지 찾아보라고 했다"고 이야기를 한 것이다. 

     당시 필자가 취재하던 맥락은 유안 안보리결의안 1874가 나오기 직전 우리 정부 당국이 어떻게 이행방안 등을 준비하고 있는 것인지를 알아보려는 것이었기 때문에 그 관리의 말에 대해 제대로 된 반응을 보이지 못했다. 그것이 미국의 양자적인 제재에 대한 얘기인지, 안보리 결의 이행에 관한 것인지 추가로 물어봤어야 하는데 그러지 못한 것. 그런데 한 경제연구소의 전문가를 취재하는 과정에서 미국이 이른바 '애국법(patriot act)'을 적용해 금융기관이 아니라 국가 자체를 문제삼은 적이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됐고 당장 기획재정부 관리의 말을 상기하게 됐다.

     실제로 미국은 애국법과 IEEPA(International Emergency Economic Powers Act)에 따라, 지난 2002년 12월 우크라이나와 나우루에 의심스러운 자금들이 유입되고 있다면서, 금융통제를 신뢰할 수 없다는 이유로 '돈세탁 우선 우려 국가'로 지정한 바 있다. 우크라이나 금융시스템은 직격탄을 맞았고 문제가 됐던 은행들은 완전히 문을 닫았으며 우크라이나는 미국의 요구대로 돈세탁 관련법을 강화한 뒤 4개월 만인 2003년 4월에 '우려국가'에서 해제됐다.

     이와 관련해 2009.2에 나온 미국 국무부 <국제 마약통제전략 보고서>도 주목해 볼 만 하다. 이 보고서에서 미국 국무부는 "'수퍼노트', 100달러짜리 위조화폐가 최근 샌프란시스코 와 한국의 부산에서 적발되는 등 여러 나라에서 계속 유통되고 있다면서 슈퍼노트는 유일하게 북한과 관련된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돈세탁문제와 관련해, "북한 정부기관과 관리들이 마약거래나 불법활 동으로 벌어들인 돈을 세탁하는 데 관여했고 일선 회사들을 통해 위조화폐와 관련된 활동을 하는 등 불법활동에 개입해왔다는 구체적인 증거들이 있다"고 주장했다. 

     또 6월27일 브라운백 상원의원은 북한 자체를 "돈세탁 우려국가"로 지정하라는 내용의 자료를 내놓기도 했다. 

     우크라이나의 경우처럼 만약 북한 자체가 "돈세탁 우려국가"로 지정될 경우 그 파장은 실로 엄청날 것으로 예상된다. 이는 북한에 대해 다른나라와 물물교환을 하지 않을거면 교역을 하지 말라는 뜻이나 다름이 없기 때문이다.

     미국 재무부의 조치는 언뜻 보면 미국에만 효과가 미쳐야 한다. 그러나 1) 거의 모든 국제 금융거래 결제는 미국의 FRB 연방준비이사회를 거쳐서 이뤄지고 2)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로 그 명성이 조금 흔들리긴 했지만 여전히 큰 영향력을 발휘하는 금융기관 신용등급 평가회사가 떡 버티고 서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BDA사례에서 보듯 미국이 어떤 결정을 내릴 경우 그 여파는 전 세계 금융기관으로 퍼지게 된다.


     ▲ 주목되는 미국의 "권고"

     미국 국무부와 재무부의 움직임은 다르다. 국무부의 조치는 '외교적'인 것이지만, 미국 재무부의 조치는 강력한 행동이 뒤따르고 그 행동에 전 세계의 금융기관이 민감하게 반응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미국 재무부의 구체적인 움직임이 감지되기 시작했다.

     미국 재무부 금융범죄단속반(Department of the Treasury Financial Crimes Enforcement Network)가 6.18 주의보(Advisory)를 내놓은 것. 재무부 금융범죄단속반은 권고문을 통해 미국의 모든 금융기관은 북한 은행 및 북한 기업 관계자들과 관련된 계좌가 개입될 수 있는 거래를 철저히 조사할 것을 요구했다. 북한이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결의에 따른 금융제재를 피하기 위해 각종 속임수를 동원한 현금 거래를 할 가능성이 증가하고 있다는 이유였다.

     금융범죄단속반은 "모든 금융기관은 새로운 계좌나 기존 계좌로 많은 현금을 예금하는 북한 고객들의 시도를 경계해야 한다"고 주의를 당하면서, 고도로 정밀한 북한의 위조지폐 제작 및 배포에 대한 우려를 유지하고 있다면서 위조지폐 감식에 대한 경계도 촉구했다. 특히 이 권고문엔 17개 북한 은행들의 리스트도 함께 제공됐는데 금융범죄단속반은 이 리스트와 관련해 "아직 완전한 것이 아니"라고 밝혀 리스트는 언제든지 더 늘어날 수 있음을 시사했다.

     이 권고가 중요한 이유는 앞서 밝힌 대로 대북 제재에 대한 미국의 첫 번째 구체적인 행위라는데 있다. 그러나 이 권고 자체는 미국이 안보리 결의 1874에 대한 소극적인 '이행'을 위한 준비를 하는 것인지 아니면 독자적인 금융제재를 착수한 것인지가 분명하게 나타나 있지는 않다.

     이와관련해 정통한 소식통은 "명시적으로 이 문건에 드러나 있지는 않지만, 이 권고의 내용이나 17개 금융기관을 명시한 점, 또 '이게 다가 아니'라는 냄새를 풍긴 점 등으로 볼 때 다른 나라의 금융기관은 이 권고에 반응하기 시작할 것이고, 그런 의미에서 미국은 이미 북한에 대해 제재를 시작한 것이나 다름 없다"고 해석했다.

     유엔 안보리 결의안 취재과정에서 우리 외교부의 한 고위 관리는 "북한이 이번에 잘못 판단한 것이 있다"면서 "북한은 미국이 무력을 행사하지는 않을 것이라는 전제아래 오바마정부의 대북정책이 굳어지기 전에 몹시 강한 조치들을 시간표에 따라 시행했는지 모르겠지만 이번에 미국은 무력보다도 더 강한 충격을 줄 수 있는 조치를 준비하고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6.13에 안보리 결의 1874가 나온 이후, 북한은 '추가 도발'을 감행하지 않고 있다.

     이 불안한 고요는 오는 7.27 안보리 제재에 따른 각국의 이행방안이 나올 때 까지는 유지될 가능성이 높아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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