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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보즈워스가 北에 가는 까닭은? / 2009.11.19.
    북핵리포트 2007-2012 2015. 8. 17. 18:39

    오바마 美대통령은 11월 19일 이명박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갖은 뒤 기자회견을 통해, 12월 8일 보즈워스 대북정책 특별대표를 북한에 보낼거라고 밝혔다. 


    그는 "양국은 공동 접근방식에 완전히 의견이 일치한다"면서, "만일 북한이 구체적이고 되돌릴 수 없는 조치를 통해 의무를 준수하고 핵무기 프로그램을 포기한다면 미국은 경제적 지원을 제공하고 북한이 국제사회와 완전히 통합될 수 있게 도와줄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북한은 위협을 통해 이를 얻을 수 없고 자신의 약속을 이행해야 한다"고 언급했다.  


    여름이 지나고 난 뒤부터 언급돼오던 보즈워스 특별대표의 방북이 결국 날짜가 정해진 것이다. 앞서 보즈워스는 미국 기준으로 11월 5일 자신이 북한에 가는게 "몇주 후"라면서, 날짜는 "오바마 대통령의 순방 이후"라고 언급했고, 미국 국무부는 11월 10일 켈리 대변인을 통해 보즈워스의 방북을 기정사실화한 바 있다. 


    미국이 대북특사를 평양에 보내는 것은 클린턴 정부 당시인 1999년 5월 북한을 방문한 윌리엄 페리 대북정책조정관(페리프로세스), 2002년 10월 1기 부시 행정부 시절의 제임스 켈리 국무부 차관보(우라늄농축 파문)에 이어 세번째가 된다.   


    우리 정부의 고위 당국자는 보즈워스가 "정확히 어떤 인물들을 만날 지 모르지만 강석주 북한 외무성 제1부상은 만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몇달 전 "북미관계가 급물살을 탈 것"이란 보도가 쏟아지던 것과 비교할 때, 최근 보즈워스의 방북을 바라보는 국내외 언론들의 시선은 상당히 차분해졌다. 


    북-미 대화가 이후에 열릴 다자협상에서 논의될 것의 기본 얼개는 물론 디테일까지 정해주던 (2기 부시정부) 시절, 또는 북-미가 만나 통큰 결단을 내리던 시절(클린턴 정부)의 인식패턴에서 어느 정도 벗어나고 있다고 봐야 할 것이다. 


    대화록을 가장한 지난 칼럼의 의도가 그랬듯 현재 북-미 대화는 어떤 본격적인 '협상'의 구도가 아니며, 또한 객관적인 여러 정황으로 봤을 때 극적인 돌파구가 예상되는, 성과가 기대되는 그런 종류의 만남은 아니다. 


    미국은 철저하게 두개의 트랙으로 접근하고 있다. 


    하나의 트랙은 제재를 통한 압박. 강도는 상대적으로 약하지만 안보리결의 1874를 통해 UN회원국이면 모두 따라야 하는 국제법 성격의 제재 - 미얀마나 인도 등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는 - 가 있고, 여기에 더해 미국은 2005년 BDA 조치 때처럼 노골적이고 비가역적인 형태는 아니라도 부지런히 북한과 금융거래가 있는 나라들을 오가면서 압박을 가하고 있다. 심지어 뉴욕에 리근 미국국장이 도착한 뒤 북한 압록강개발은행을 대량살상무기 확산자로 지정하고 자산을 동결하는 조치를 취했다.


    또다른 트랙은 대화다. 그러나 현재 미국이 말하고 있는 대화는 철저하게 '한 번 산 말은 다시 사지 않는다'는 논리에 기초하고 있다. 또, 미국의 이해가 당장, 직접적으로 걸리지 않은 북한 핵문제에 대해 돈을 많이 지불할 수 없고 그래서 지난 1994년 Agreed Framework 당시처럼 북한과 미국이 직접 협상을 하지는 않겠다는 생각이 분명해 보인다. 


    북한은 북한대로 과거에 협상이 끝난 지점에서 너무 많이 와버린 상태다. 


    신고와 검증에서 멈췄는데, 이후 북한은 2차 핵실험을 끝낸 뒤 핵보유국으로서의 처신을 하겠다고 자처하고 나섰고, 스스로 '모호성의 전략'을 썼던 우라늄 농축과 관련해서도 성공적으로 "결속단계에 이르렀다"고 선언했다.  


    원자바오를 만난 자리에서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6자회담'을 언급하긴 했지만, 현 상황에서 별다른 변수의 변화가 없는 한 6자회담은 1대 5의 구도로 북한을 코너로 모는 형식이 될 가능성이 높다고 북한은 판단할 것이다.


    게다가 적어도 표면적으로는 한-미간에 '찰떡 공조'가 이뤄지고 있는 Grand Bargain 같은 해결방식이라면 북한은 그런식의 해법을 절대로 받을 수 없다. 아직도 분명히 이해가 되는 건 아니지만, 외교부의 고위 당국자는 Grand Bargain이 "두괄식의 Agreed Framework"라고 표현하고 있는데, 이는 북한이 생존수단이라고 생각하고 마지막 순간까지 놓지 않으려고 할 핵무기와 핵물질을 가장 먼저 포기하라고 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결국, 이번 보즈워스 특사의 방북에 지나친 기대를 거는 것엔 무리가 있어보인다. 


    너무 오래 중단된 대화에 시동을 걸고, 고위 레벨에서 서로의 입장을 좀 더 분명히 확인하는 정도의 의미로 축소될 수 있다는 것. 저쩐지 '돌파'보다는 '관리'에 더 무게가 실리는 형국이다. 


    최근 한 외교관은 제네바협상이 진행되던 전후에 미국의 관리들과 사적인 자리에서 나눴던 대화를 떠올렸다. 그들의 마음 한구석에는 '북한 체제가 당시 동구권의 급속한 몰락과 마찬가지로 몇년을 버티지 못하고 무너지고 말 것이란 생각이 있었다'는 것. 


    그래서 지난 10월(13,14) 베이징에서 열린 중국 국가안전부 산하 현대국제관계연구원(CICIR)과 미국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의 논의, 그리고 최근 있었던 개념계획 5029가 작계화됐다는 보도 등의 흐름에도 눈길이 간다. 일각에선 우리정부도 김정일이 곧 사망한다는 가정하에 군사,경제,사회 등 각 분야에서 어떤 영향이 있을지에 대한 시나리오를 마련하고 있다는 얘기도 들려온다. 


    이렇게 보면 지금 시간에 쫓기고 있는 건 북한일지 모른다. 


    김일성에서 김정일로 권력이 넘어가던 약 20년 가까운 시간이 김정은에게도 주어질 수 있는지는 매우 불확실하다. 


    북한소식지 <좋은 벗들>은 지난 10일 북한에 80년만의 대흉년이 들었다고 보도했다.


    북한은 8천개의 사용후 연료봉을 모두 재처리(11.3)했다고 발표했는데, 기껏해야 플루토늄탄 1개 정도를 생산할 수 있는 수준인 7-8kg이 나올 뿐이다. (어떤 의미에선 북한이 비핵화를 위해 북한에서 꺼내와야 하는 플루토늄 물질의 양을 줄여준 것일 수 있다. 재처리하기 전의 폐연료봉을 가지고 나오려면 특수한 통에 밀봉(canning)해 처리하는데만도 수 많은 시간이 걸리기 때문이다.) 


    가동이 중단된 영변 5메가와트 원자로를 재가동하기 위해서는 녹이 슨 장비들을 다시 설치하는 것도 문제지만 원자로에 넣을 새 연료봉을 생산해야 한다. 


    스스로 경수로 건설을 추진(조선신보, 11.14)한다고 했지만 역설계를 통해 장거리 미사일을 만드는 것과 경수로를 설계해 생산하는 일은 기술적으로 전혀 다른 문제다. 


    물론 기대하지 않았던 돌파구가 나올 수도 있다. 그동안 뉴욕채널을 통해 북-미가 많은 얘기를 나눴던 만큼 어렵게 북한으로 간 보즈워스가 '완전한 빈 손'으로 나올거라 생각하는 것도 무리가 있다. 


    또, 보즈워스 방북이라는 이벤트와 맞물려, 지난 17일 주간 아사히가 '하토야마 유키오 일본 총리가 일본인 납치 문제 해결을 위해 다음달 중 북한 방문을 추진중'이라고 보도한 것이나, 지난 10월20일을 전후해서 우리 정부의 고위 당국자가 북한의 김양건ㆍ원동연을 만난 것을 그냥 흘려 보기엔 뭔가 냄새가 난다. 


    아마도 '보즈워스가 북으로 간 까닭'은 그가 북한에서 나온 직후엔 분명히 알려지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 북한은 신속하게 방북 사실을 보도하고 발언 내용의 일부도 전할 가능성이 높지만 그것은 아마도 '까닭'의 한 부분이거나 왜곡된 사실일 수 있다. 


    진정한 대화나 협상이 시작되기 위한 조건과 구도, 셈법이 너무 복잡하고 과거를 해석하는 미국이나 북한, 한국, 중국 등 플레이어들의 인식틀이 너무 차이가 많이 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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